"푹 자고 싶어요? 약 먹지 말고 머리에 쓰세요" 이제 세계 시장 넘보는 한국 전자약

전자약 스타트업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 슬리피솔을 작용한 리솔의 이승우 박사. 리솔은 현재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더비비드

의료 현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먹는 약 대신 미세한 전기 자극으로 뇌 신경을 조절하는 전자약(Electroceuticals)과 디지털 콘텐츠로 질병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헬스케어 트렌드는 항우울제, 수면제 등 화학 기반 약물의 부작용과 내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거세지는 전자약 열풍… 제도권 안착 가속화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준 교수. 그는 뉴라이브를 창업해 이명 디지털치료기기 소리클리어를 비롯해 다양한 기기를 개발했다. /더비비드

전자약은 전기자극 등 물리적 자극으로 질환을 치료 및 관리하는 의료기기다.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둘은 종종 혼용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전자약은 몸에 실질적 자극을 가한다는 점이다.

전자약이나 DTx가 의약품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 헬스케어 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들은 자가면역 질환, 대사이상 증후군, 중추신경계 질환 등 시장 규모가 큰 질환을 겨냥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IDTechEx는 글로벌 전자약 시장이 2029년 약 600억 달러(약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면과 정신건강 분야를 겨냥한 전자약과 DTx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환자들의 요구가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뉴라이브의 소리클리어(이명), 히포티앤씨의 블루케어-T(우울 장애), 에임메드의 솜즈(불면증), 이모티브의 스타러커스(ADHD) 등이 디지털의료기기로 허가 받았다. 와이브레인은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으로 멘탈 헬스케어 분야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슬립테크 시장서 검증한 기술력으로 ‘전자약’ 도전

배우 이미숙 유튜브에 소개된 슬리피솔 플러스. /이미숙 유튜브 캡처

대표적인 기업이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솔’(LEESOL)이다. 리솔은 현재 판매 중인 수면 및 집중력 관리기기 ‘슬리피솔’(Sleepisol)을 통해 비침습 뇌 자극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슬리피솔은 카이스트 박사이자 벤처기업 ‘메디슨’을 창업했던 이승우 박사가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다.

슬리피솔은 엄밀히 전자약이나 DTx 범주에 속하지 않는 웰니스 기기지만, 간편한 착용만으로 일상에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배우 공효진과 이미숙 등 유명 연예인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리솔 임상시험 결과 요약본. 두개전기자극 방식인 수면 밴드 (Sleep i Mask)를 사용한 시험군은 피츠버그 수면의 질 (PSQI) 과 불면증 심각도 척도 (ISI), 주간 졸음 척도 (ESS), 병원불안우울척도 (HADS) – 불안, 우울 및 삶의 질 (QOL-BREF) – 신체적 (Physical), 정신적 (Psychological), 환경적 (Environment) 요인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유의한 호전 및 개선을 보였다. /이승우 박사 제공

슬리피솔의 근간은 CES(두개 전기 자극)라는 기술이다. CES란 1㎃(밀리암페어)보다 적은 양의 미세전류를 머리에 전달해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증상 완화를 돕는 비약물적 치료법을 뜻한다. 정신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을 약 50%, 숙면을 유도하면서 면역력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은 약 25%, 집중력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을 약 25% 증가시키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약 18%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를 편안하게 만들어서 잠을 푹 자게 돕고, 스트레스도 줄여준다. 머리띠 형태로 이마에 착용하면 된다.

여기에 리솔만의 특허 기술인 ‘CS-tACS(뇌파 동조)’를 더했다. 단순히 전류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수면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뇌파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미세전류를 전달한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뇌 활성도를 끌어올린다. 리솔은 숙면 유도 기술과 관련해 국내외 특허 22건을 확보하며 기술적 해자를 구축했다.

◇수면을 넘어 우울, 통증까지…라인업 확장 나서

맞춤형 수면 관리 설루션 슬리피솔 바이오. /리솔

리솔은 슬리피솔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짜 ‘전자약’인 의료기기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및 순천향대병원에서 경증 및 중등증 주요우울장애(MDD)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확증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불면증 확증 임상 시험 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통증 완화 및 치료를 위한 ‘페인스크램블러’의 품목 허가도 진행 중이다. 리솔 관계자는 “뇌 질환 케어부터 통증 제어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전자약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슬리피솔 라이트 착용 시범을 보이고 있는 이승우 리솔 연구소장. /더비비드

리솔은 글로벌 부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리솔의 수면·정신건강 관리 앱(애플리케이션) ‘슬리피솔 바이오’(Sleepisol Bio)는 구글 플레이 베스트 오브 2025(Best of 2025) 글로벌 워치 부문 베스트 앱(Best for Watches)’으로 선정됐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리솔은 향후 이 앱을 치매(경도인지장애) 예방 솔루션은 물론 혈압, 혈당, 비만 제어 시스템과 연동해 뇌와 신체를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리솔 관계자는 “슬리피솔을 통해 비침습 뇌 자극 기술이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증명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의료기기 임상과 허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누구나 부작용 걱정 없이 전문적으로 뇌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전자약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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