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푸대접의 무서운 나비효과 ‘자질미달➞신뢰추락➞저출산’
안 보낼 순 없고 보내자니 불안, 결국 출산 기피…“근본 해법은 처우개선 통한 인재 유치”
최근 어린이집 내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실적으로 맞벌이 가정이 아이를 키우려면 어린이집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아동학대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책으론 어린이집 교사의 질적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처우개선이 언급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안 보낼 순 없고 보내자니 불안, 그냥 애 안 날래”
지난 3월 경기도 부천시 한 어린이집에서 4살 어린 아이가 교사에게 학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부모는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뛰어 놀다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서 코 밑이 찢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다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성형외과에서 총 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피해 아동 부모는 병원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 측의 행동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병원비를 원장이 아닌 담임교사가 내겠다고 했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동에 피해 아동 부모는 어린이집 CCTV를 확인했는데 영상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사가 아이의 팔을 갑자기 팔을 잡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치는 것이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결국 해당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해당 교사의 학대로 피해 받은 아이들이 두 명이나 더 있었다. 결국 해당 교사는 검찰에 넘겨졌고 이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과거 발생했던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사건을 접한 국·내외 누리꾼들은 어린이집 교사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 내 아이디 ‘hawthorne_effect’ 회원은 “부모가 처벌을 이유로 아이를 때리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데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게 말이 되냐”며 “교사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보였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질타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않다. 4살 자녀를 키우는 김승희 씨(38·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어린이집 내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을 접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을 안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만약 내가 미혼이거나 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어린이집을 보내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안 보낼 수도 없으니 결국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며 “지금같이 아동학대 가해자 한 명을 욕하고 끝낸다면 ‘저출산 재앙’을 부추기는 결과만 생길 뿐이니 확실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유럽 절반 수준인 한국 어린이집 교사 연봉…“핵심은 사람, 처우 높여 인재 유치해야”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에서의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교사의 질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선 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 개선이 필수다. 열악한 처우는 필연적으로 업무 능률 저하와 일에 대한 애정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보육교사의 처우가 해외에 비해 열악한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평균적인 보육교사들의 연봉은 2600만원 초반대에 불과하다. 다른 직업에 비해 10~20%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보육교사들을 약 2만4000달러(한화 약 3310만원)정도를 받는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정부 지원이 많아 보육교사 연봉이 약 4만 달러(한화 5500만원)에 달한다.
과거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김소윤 씨(27·여)는 “아이들이 예뻐서 어린이집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가끔 너무 말을 안 듣거나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며 “또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다는 점과 경력은 쌓였는데 월급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보니 점점 일에 대한 애정이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노중기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육교사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다른 직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며 “하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다 보니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처우 개선이 이뤄지면 양질의 교사가 늘어나고 보육 품질도 향상될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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