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

Maestro

클래식 연주를 할 때면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 악단이 무대 위를 장악한다. 모든 연주자가 객석을 바라볼 때, 홀로 관객을 등지고 그 어느 단원보다 높은 곳에 올라 연주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이가 있으니, 바로 지휘자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에게만 주어지는 호칭 ‘마에스트로’는 지휘자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현역 투수 중 가장 오랜 기간 롯데 자이언츠에 몸담은 김원중 역시 그랬다. 그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통산 100세이브의 주인공이 되며 ‘롯데의 마무리’로서 가장 굵직한 업적을 이뤘다. 한때는 선발 유망주로 기대받던 그였지만, 과감히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변주를 이어간 덕분이었다. 수십 명의 연주자가 마에스트로의 손끝에 주목하듯, 이제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수만 명의 관중이 그의 손끝만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계속해서 써 내려갈 그의 남은 악장을 들어본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Sajik Baseball Stadium

#제1악장

145호(2023년 5월 호)에 이어 표지를 두 번째 장식하네요. 그래서인지 화보 촬영에 상당히 능숙해 보이던데요? (12월 3일 인터뷰)
사진 작가님 실력이 워낙 출중하시니까 잘 이끌어주셔서 편하게 했고요. 평소에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로 촬영해보니까 또 재밌네요. (이번 촬영을 위해 구두와 넥타이도 새것으로 준비했다면서요?) 뭐든 할 때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145호 촬영 때는 시즌 초였는데 이번 인터뷰는 비시즌에 진행하게 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촬영 전에 선수들과 김치 담그기 행사를 하고 왔어요. 이런 봉사 활동이나 자선 행사가 열리면 가능한 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내년 시즌 준비도 잘해야 하니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쉬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장 내 카페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보니까 손이 느리던데요?
느려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 빨라서 느리게 보이는 거예요. 남이 하는 일이 보기에 쉬워 보이면 그건 그 사람이 잘하고 있는 거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워낙 능숙하게 잘하니까 느리게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김치 담그기도 제일 잘했어요?) 아까도 여사님께서 “그래도 몇 번 해봤다고 제일 잘하네”라고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제2악장

2023시즌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그 기세가 올해 초반까지도 이어졌어요. 그러다 시즌 중반에는 다소 주춤하기도 했는데, 스스로 돌아보는 2024시즌은 어땠어요?
이번 시즌을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크고, 팬분들께도 실망을 많이 끼쳐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죠. 그래도 부족했던 만큼 그 안에서 더 큰 걸 배웠다고 보고요. 팬분들이 실망하셨을 그 기간을 내년에는 줄여야 하니까, 다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인상적이었던 경기를 돌이켜 볼까 해요. 4월 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9회 말 1점 차 리드 상황에 등판했는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어요.
시즌 초반인 데다 팀이 상승세를 타냐, 못 타냐가 걸린 시기였거든요. 그날 1 대 0 상황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어렵게 풀어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상대 타자였던 문현빈 선수가 초구에 좋지 않은 공을 쳐서 운 좋게 병살을 잡을 수 있었죠. 근데 운도 실력이라고 봅니다. (웃음) 그 이후에도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좋은 판단으로 작전을 내주셨는데, 저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해서 인상 깊었어요.

고의사구로 무사만루가 되고, 병살을 유도해 2사 2, 3루를 만들어 놓은 뒤 또다시 고의사구 작전을 냈어요. 연이은 만루 위기를 맞는 기분은 어떻던가요?
떨리지는 않았고요. 일단 마운드에 올라왔으면 결과를 내야 하잖아요. 계속해서 더 공격적으로 들어가고, 2구 안에 제가 이길 수 있는 카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초반에 잡은 덕분에 편하게 승부할 수 있었고 마인드 컨트롤도 잘 됐어요.

그 경기로 올해 신인 전미르가 데뷔 첫 승을 기록했어요. 마무리로서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동료의 기록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겠어요.
그런 거 하나하나에 부담감을 느끼면 지키기 힘든 자리라고 생각해요. 기록이란 게 뭐든 다 소중하지만, 의미 부여를 하다 보면 깊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그보다는 ‘오늘 하루도, 이번 경기도 잘 막아냈구나’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게 제겐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데뷔 14년 차지만 본인에게도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기록한 게 하나 있어요. 6월 7일 SSG 전에서 개인 첫 2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알고 있었어요?
그 경기는 기억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기록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요. 그래서 평소 목표를 세울 때도 숫자로 설정하지 않아요. 숫자라는 게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거기에 쫓기기 시작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좇게 되더라고요. 그저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나면, 기록은 어느 정도 따라오게 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시합에 나갈 때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아까 “아쉬운 시즌이지만 그 안에서 배운 점도 있다”라고 얘기했잖아요. 어떤 부분을 크게 느꼈나요?
올해 슬럼프라고 할 만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시기가 더 오래가지 않도록 빠르게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앞으로 그런 순간이 또 찾아오면 더 빠르게 이겨낼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가는 중입니다.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팀 동료들이요. 저 때문에 경기를 망치면 시합이 끝나고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전)준우 형, (구)승민이 형, (정)훈이 형, (유)강남이 형이 힘이 돼 줬죠. 힘들 때마다 그냥 “밥 먹자~ 나가서 커피나 한잔하자~” 하면서 안 좋은 생각을 지워준 부분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3악장

과거 팀 동료였던 댄 스트레일리가 “영어로 해야 하니까 동료들과 문자는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원중에게는 가끔 문자를 보낸다”라고 말했어요. 영어 실력까지 갖춘 건가요?
잘하지는 못하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 정도만 되는 수준이에요. 외국인 선수들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외로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부족하지만, 영어를 사용해서 조금 더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현재 투수조 조장도 맡고 있잖아요. 언제부터 누군가를 챙기고 이끄는 포지션이 됐어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후배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모르는 부분들을 조금씩 알려주는 게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선배와 후배 중간에 있는 위치기 때문에, 선배님들의 말을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장까지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투수조 조장을 넘어 차기 주장까지 기대하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본인이 보기엔 주장에 적합한 것 같나요?
그렇게 봐주시는 거에 대해서 되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시간이 더 흘러서 제가 주장에 걸맞은 위치가 된다면, 한번 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주장을 맡게 된다면 후배들을 잘 이끌고 선배님들과도 잘 융화해서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있습니다.

후배 중에 본인을 가장 잘 따르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팀 분위기 자체가 다 같이 잘해주려고 해서요. 평소에 투수조뿐만 아니고 야수조 얘기도 자주 들어주다 보니, 누구 한 명을 꼭 찍기가 좀 어려워요. 평소에는 (박)세웅이가 저랑 오래 함께했기 때문에, 의견을 공유하거나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지 얘기를 자주 나누곤 해요. 그러고 또 (최)준용이, (전)미르, (김)진욱이, (김)강현이, (장)두성이, (정)현수 같은 어린 친구들도 다 잘 따라주죠. 야구는 다 같이 잘해야 좋은 거잖아요.

정말 많은데요? 국적, 나이, 포지션 관계없이 모든 선수와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비결이 궁금해지네요.
실은 먼저 다가가는 편은 아닌데, 다가오는 걸 또 마다하지는 않아요. 다른 것보다는 밥을 잘 챙겨주려고 해요. 밥 먹으러 갈 때도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되는 거니까 혼자 먹지 말고 같이 오라고 말하곤 하고요. 이제 다가오는 스프링 캠프나 내년 시즌에도 동생들을 데리고 자주 밥 먹으러 다녀야죠.

금방 친해지는 데 취미인 게임이 또 한몫하겠는데요. 함께 게임을 하면서 ‘이 친구… 좀 하네?’ 했던 선수 있어요?
없다고 하면 안 됩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웃음) 농담이고 다들 잘해서 실력이 비슷해요. (황)성빈이, (윤)동희, (정)우준이, 강현이, (서)동욱이 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잘해요. 실력이 비슷하니까 저희끼리 5명씩 팀을 짜면 더 재밌는 경기가 펼쳐집니다. (팀으로 내기도 하나요?) 그렇죠. 피시방에 가면 음료수나 간식 내기도 하고요. 저녁을 걸고 할 때도 있고요. (본인 팀의 승률은 어떤가요?) 한 7~8할 이상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수준급 롤 실력에 비해 ‘배틀 그라운드(이하 배그)’는 잘 못하는 거 같던데요? 0킬 추락사를 기록하는 충격적인 게임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됐어요.
하… 이게 첫인상이 중요한데, 그 경기만 보면 안 되거든요?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니까요. 배그는 잘 못한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플레이 타임 자체가 롤보다는 적거든요. 배그는 그냥 재밌게 즐기는 게임이라고 할게요.

함께 ‘구원듀오’라 불리는 구승민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친해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승민이 형이 군대에서 전역하고 1군에 올라왔을 때 팀에 어린 친구들이 별로 없었어요. 저랑 승민이 형, 세웅이, 진욱이 정도였거든요. 그중에서 승민이 형이랑 유독 자주 밥도 먹고 시간을 보냈죠. 야구를 동시에 못하면서 2군에도 함께 내려갔었고요. (웃음)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동고동락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근데 둘의 성향이 정반대라고 들었어요. 어떨 때 가장 안 맞는다고 느껴지나요?
정말 아예 반대예요. 보통 승민이 형은 쉬는 날 밖에 안 나가고 쉬고 싶어 하는데, 전 항상 나가자고 하죠. “형~ 밖에 나가서 산책이나 한번 하고 와요” 하면 맨날 그냥 방에 있겠다고 해요. 그럴 때면 방에만 있으면 병난다고 얘기하면서 꼭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한 바퀴 돌고 옵니다. (결국에는 구승민이 맞춰주는 느낌인데요?) 맞춰준다기보다는 승민이 형도 나가야 할 필요성을 아는 거죠! 식사도 해야 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몸도 굳으니까 움직여야 하지만, 귀찮아서 안 나가는 거잖아요. 근데 또 승민이 형이 제 편도 잘 들어주고 저한테 맞춰주는 건 사실이에요.

박정태 해설위원이 “김태형 감독과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라고 했어요. 실제로 1년을 함께 지내보니 어때요?
제… 제가 뭐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분이 아니라서요. (웃음) 비슷한 것보다는 감독님의 시원시원한 부분을 조금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평소에 저도 생각을 빠르게 정리하고 리셋시킬 방법들을 최대한 찾거든요. 감독님도 ‘이거 아니야? 그럼 다음 플랜. 이것도 아니면 빨리 다른 거’ 이런 식이시거든요. 그렇게 다른 방법을 빨리 찾는 능력이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FA 계약 이후 곧바로 김태형 감독에게 연락했다고 들었어요. 뭐라고 말하던가요?
일단 감독님께서 축하한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고요. 이렇게 함께 야구할 수 있게 팀에 남아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서 “후배들 잘 이끌어서 이제 가을야구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셔서, 저도 “당연하죠. 제가 감독님도 잘 모시고 후배들을 데리고 꼭 가을야구에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제4악장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어요. ‘김원중 오늘 계약하러 간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롤 안 돌리는 거 보니까 뭐 하러 가기는 한 듯’이라고 올라왔던데 봤어요?
이런~ 거는~ 도대체 누가 보시는 건지 참 디테일하네요. 롤이라는 게임이 할 때마다 홈페이지에 기록이 다 남거든요. 아마 잠깐 사이에 기록이 없으니 이렇게 추측하신 거 같은데, 아마 계약하고 와서도 저녁에 했을걸요? (웃음)

하나 더 있어요. 긴 머리카락이 피치클록에 영향을 미칠까 봐 롯데 측에서 계약 조건으로 이발을 요구했다는 얘기인데… 사실이에요?
아닙니다. 이건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사실 자르기 전에 고민이 됐죠. 장발이 제 정체성이자 트레이드 마크가 된 느낌이잖아요.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계약하면서 새로운 모습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약 전날 꼭 이발하고 가자는 다짐으로 준비했죠.

과거 “머리카락은 의미 있는 날 자르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게 계약 전날이 된 셈이네요. 그만큼 FA가 본인에게도 남다른 의미였을까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야구선수의 첫 목표가 FA일 거예요. 계약하는 것 이전에 FA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FA 계약일이 더욱 의미 있는 날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FA 하면 자를 거야”라고 말을 뱉어놨기 때문에…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처음 머리를 기르고 자르기까지 야구팬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어요. 내심 신경이 쓰일 때도 있었겠어요.
그 말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죠. 지금까지 “머리카락을 왜 안 자르냐”라는 얘기를 정말 자주 들었어요. 야구를 못하면 머리카락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도 처음 기를 때부터 예상했고요. 그래서 머리를 자르지 않기 위해서는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컸습니다. 이젠 반대로 “머리 자르니까 힘 빠졌네”라는 소리를 안 듣게끔 잘 준비해야죠. 제 머리가 누가 뭐라고 하든 버텨내게 하는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긴 머리를 고수한 이유 중 하나가 환우들에게 모발 기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어요. 평소 자선 행사나 기부 활동에도 빠지질 않던데, 어떤 마음으로 선행을 베푸는지 궁금해요.
세상에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걸 알고 나니까, 제가 도울 방법을 하나씩 찾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구단에서 진행하는 김치 담그기나 자선 카페 같은 행사에도 최대한 참석하려고 하고요. 보람된 일을 하면서 힘든 것보다는 ‘저희의 노력과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하는 게 가장 큽니다. 저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신 한 분 한 분이 같이 도울 수 있는 일이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머리를 기른 것도 저로 인해서 소아 환우들을 함께 도와주실 분이 한 분씩이라도 더 생기길 바라서였습니다. 함께하는 좋은 기운이 환우들에게 전해져서 병마와 싸워 이기길 바란다는 소망으로요.

이번 계약으로 앞으로 4년은 더 롯데에서 뛰게 됐어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으로서의 목표가 더 크고요. 저보다는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이 성적을 내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저도 자주 등판했을 거고, 제 기록들도 좋아져 있을 거라 예상해요. 그렇게 되면 ‘세이브왕’이라는 타이틀도 한번 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국내에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치고 크게 파격적인 계약 조건은 아니었어요. 김원중에게 ‘롯데 자이언츠’란 무슨 의미인가요?
19살 때 프로에 와서 지금까지 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제 야구 인생의 동반자잖아요. ‘단순히 돈 몇 푼’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거칠지만, 어쨌든 돈이라는 것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어요. 경제적인 것보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이라는 수식어가 제게는 더 가치 있었습니다. 롯데에서 야구하면서 얻을 수 있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것들에 더 집중했어요.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받았고, 2017년엔 신인왕 경쟁을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이런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는 없었나요?
제게 오는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에요.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안 쓰고, 다른 신인 선수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매 경기 준비를 계속했어요. 어쨌든 야구선수는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잖아요. 야구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분에는 일절 신경을 안 썼죠.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려움을 겪었던 데뷔 초중반을 지나, 어느덧 구단 최초 10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조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가끔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게 10%라면, 나머지 90%는 무조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나는 될 거야~’하는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요. ‘어차피 될 거야. 무조건 돼. 왜냐면 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으니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버텨냈어요. 그리고 딱 전쟁터에 나가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 ‘난 무조건 된다’라는 그 마인드가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다시 초심으로, 늘 한결같이’라는 문구를 남겼어요. 김원중에게 ‘초심’이란?
야구장에 나올 때의 간절함이요. 그리고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타자를 잡겠다는 다짐, 어떻게든 이닝을 막는다는 각오로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가짐을 떠올리면서 그 문구를 썼어요.

마지막으로 김원중을 응원하는 분들께 한마디 전하며 마무리할게요!
계약 소식에 ‘남아줘서 고맙다’, ‘계속 롯데와 야구 같이 해줘서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저 또한 함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계약 확정 전에 제게 ‘어디 가지 말고 꼭 남아달라’라고 하셨던 말씀들도 큰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제 야구 인생도 더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또한 응원해 주신 만큼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서 더 잘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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