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침을 읽다] 방문객-정현종

권영준 2026. 2.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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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한 마리 말이 뛰어오르자 한 세계가 닫히고 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렸다. 아니 한 세계의 품에 또 하나의 세계가 들어와 품에 안겼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말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의 안으로 스며들어 현현(顯現)하게 하는 것으로, 관계를 두툼하게 만들어 그 의미를 시간 밖으로 번져 나가게 한다. 그리하여 이 시는 관계를 소유와 동일시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조용히 제동을 건다. 함께 있음은 지배나 소유가 아니라, 잠시 허락된 공존임을 일깨운다.

우리는 방문객이 되어서 서로의 삶에 드나들지만, 끝내 서로의 주인이 되지는 못한다. 이 삶의 진실에 대한 자각이 바로 이 시가 요청하는 새해의 화두다. 회자정리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방문객은 언젠가는 짐을 싸서 떠날 것이다. 우리 인생이 다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시가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영원히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에게 잠시 허락된 방문객이라는 사실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며, 오래 알았다는 이유로 경시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사람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슴에 담게 된다.

정현종의 '방문객'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내 곁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을, 지금 오고 있는 사람을, 그 '어마어마한' 도착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아, 관계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는 힘을 준다.
▲ 권영준 시인

/권영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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