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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가 인공지능(AI) 연산을 겨냥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생성형 AI 수요가 폭증하며 매출 성장세가 가시화되는 흐름을 타고 발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HBM 시장 확대에 다른 신규 장비 생산 공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달 11일에는 인천 서구에 183억원 규모 토지와 건물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토지 면적은 6945.60제곱미터(㎡), 건물은 8181.29㎡ 규모다. 또 앞서 회사는 기존에 운영해 온 제3공정을 '듀얼 TC본더' 전담 생산기지로 전환해 '본더팩토리'로 새로 단장하기도 했다. 한 번에 반도체 장비 50여 대의 조립과 테스트(검수)를 할 수 있는 대규모 청정실(클린룸)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지난 24일에는 HBM 생산을 위한 2세대 제품인 '듀얼 TC 본다 1.0 드래곤'을 선보였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2세대 듀얼 TC 본다 1.0 드래곤은 HBM 생산용 첨단 본딩 장비"라며 "AI 연산에 활용되는 학습, 추론을 위한 핵심 요소로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미반도체는 해당 장비를 주요 반도체 기업에 납품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열풍을 타고 HBM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올해에는 전년 대비 60%,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반도체가 생산능력 확보에 매진하는 배경이다.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해 고성능 연산을 보조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이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정보가 오가는 통로인 대역폭을 극대화했다. AI 학습에 드는 막대한 부하를 분산하는 데 유용해 최근 급증하는 AI 수요를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D램 제조사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H100'과 'A100' 등 서버용 AI 반도체에는 5개에서 6개가량의 HBM이 들어간다. HBM 한 개 가격은 2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기존 고성능 D램보다 약 6배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이 필수다. D램에 작은 구멍을 뚫고 위, 아래를 전도성 물질로 채워 내부에 전기적 연결 통로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HBM뿐만 아니라 3차원(3D) 구조로 반도체를 적층할 때도 사용된다.
이때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장비가 투입된다. 열압착(TC) 방식을 활용해 구멍이 뚫린 개별 반도체를 적층하는 데 사용된다.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주로 HBM에 더해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생산 공정에도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장비 주요 수요처는 SK하이닉스다. 2017년 SK하이닉스와 장비를 공동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HBM 4세대인 HBM3 기반으로 D램을 12단 적층한 24GB 제품 개발을 마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부터 24기가바이트(GB) HBM3의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반도체가 이달 출시한 2세대 TC본딩 장비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미반도체의 매출에서 TC본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적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 HBM의 성장세에 더해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로 포장하는 이종접합(2.5D) 패키징 분야에서도 TC 본더가 적용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가 전개하는 2.5D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연산 반도체와 3D 구조인 HBM을 한 회로기판(인터포저)에 접합하는 기술이다. 2.5D 패키징을 활용하면 연산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를 별도로 패키징했을 때보다 성능과 소비전력을 개선하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미반도체가 기존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인 삼성전자와 TSMC, 관련 후공정전문기업(OSAT)에게도 TC본더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배경이다.
파운드리 업체는 2.5D 패키징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내재화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일부 공정을 OSAT에 외주를 준다. 한미반도체 역시 TC본더 장비의 공급처를 파운드리와 협력하는 OSAT 업체로 확대할 여지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ASMPT같은 해외 후공정 장비 기업은 파운드리와 OSAT를 중심으로 이종접합용 TC본딩 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한미반도체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올라탈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현금 보유량을 크게 늘리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TC본더를 비롯한 차세대 먹거리의 연구개발과 사업다각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곳간은 넉넉하다. 2018년 248억원이었던 회사의 현금은 지속 증가하다 설비투자가 확대된 2021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회사가 현금 관리에 나서며 한미반도체는 1000억원이 넘는 현금 보유량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는 2020년 118억원에서 2021년 183억원, 이듬해에도 같은 183억원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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