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면 '기본', 안방에선 '옵션'...현대차·기아, 주행 안전 사양 정책으로 차별

북미 아반떼·투싼 최하위 트림도 ADAS 기본 탑재...국내는 비용 지불해야 적용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수출용 차량에 기본 탑재되는 주행 안전 기능을 내수용 차량에는 유료 옵션 품목으로 유지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출용 차량에 주행 안전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연달아 최고등급의 안전도 평가를 받은 만큼 현대차 기아의 성장에 밑바탕을 제공한 내수 고객을 위해 내수용 차량에도 이를 기본으로 탑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에어백과 강판 등에서 제기됐던 하드웨어 부품의 내수 및 수출용 구성 차이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나, 지능형 주행 안전 기술(ADAS)의 기본 탑재와 관련한 새로운 형태의 격차가 확인되고 있다.

현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북미 수출 차량의 경우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최고 등급 획득을 위해 최하위 트림부터 지능형 안전 기술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서 동일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대중적인 세단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의 사양 대조에서도 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26 아반떼' 북미형의 경우 최하위 트림인 SE부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와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가 기본 사양이다. 이는 2024년부터 보행자 보호 및 측면 충돌 방지 기준을 강화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의 평가 항목을 충족하기 위한 차원이다.

반면, 국내용 2026 아반떼 가솔린 1.6 모던(Modern) 트림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로 유지 보조를 기본 제공하지만, 후측방 및 후방 교차 관련 기능을 확보하려면 69만원인 '현대 스마트센스' 옵션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해당 옵션에는 후측방 충돌 경고,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전진 출차),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이 포함된다.

세단뿐만 아니라 주력 SUV인 투싼과 스포티지에서도 북미용과 내수용 차량의 사양 구성 차이가 존재한다. 북미형 투싼 SE 트림과 스포티지 LX 트림은 사각지대 및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다.

하지만 국내 판매 모델인 2026 투싼 가솔린 1.6 터보 모던 트림은 해당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아 40만원인 '현대 스마트센스' 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기아 '더 뉴 스포티지' 가솔린 1.6 터보 프레스티지 트림 역시 동일한 안전 사양을 확보하려면 124만원인 '기아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 패키지를 유료로 선택해야만 한다.

단순 판매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수출용 모델의 시작가가 국내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북미형 엘란트라 SE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약 2만2625달러 수준으로 약 3122만 원 안팎이다. 이는 시작가 2391만원인 국내형 모던 트림보다 수치상 비싸다.

하지만 가격만을 이유로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사양 차별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 북미 수출용 차량은 판매 가격에 10년·16만km(10만 마일)의 파워트레인 무상 보증 혜택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북미 수준의 보증을 원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이를 구매할 수 없는 구조다.

현대차의 유료 서비스인 '워런티 플러스'를 통해 보증을 연장하더라도, 일반 부품은 최대 7년(기본 3년+연장 4년), 엔진·미션 등 파워트레인은 최대 8년(기본 5년+연장 3년)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정도의 보장이라도 받으려면 국내 고객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식 가격표에 따르면 2026년형 가솔린 모델 기준, 일반 부품 보증을 최대치(4년·8만km 연장)로 늘릴 때 아반떼(승용1)는 46만7000원, 투싼(RV1)은 70만6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가입 조건 역시 까다롭다. 법인 차량이나 택시, 리스, 렌터카 등 영업용 및 상용 차량은 구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신차 출고 후 2년 또는 주행거리 4만km 이내의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만 가입할 수 있도록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은 신차 가격표에 명시되지 않은 별도의 유료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북미 고객이 무상으로 누리는 '10년 보증'의 벽을 넘지 못하는 구조적 역차별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된 핵심 안전 사양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량의 시작 가격을 낮추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양 구성의 차이가 주로 하드웨어 부문에서 존재했다. 아반떼(MD) 모델 등에서 북미형은 측면 도어 임팩트 바를 2개 설치한 반면, 내수용은 1개만 적용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판 부식을 방지하는 아연도금 강판 사용 비중 역시 과거 북미 수출용은 80% 이상을 유지했으나 내수용은 2011년 이전까지 30% 이하 수준으로 운영하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내수용과 수출용 모델의 하드웨어적 격차를 줄였으나, 보증 정책이나 지능형 안전 소프트웨어의 기본 탑재 여부에서는 여전히 시장별 정책 차이가 크다"며 "자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