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근거 있다” “시뮬레이션 해봤나”... 대통령실·의대교수 150분 공방
“2000명 의대 증원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무슨! 시뮬레이션 해봤어요?”
10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간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 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정부 측에선 의대 증원을 주도하는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인사가 의료계와의 공개 토론에 나선 것은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의료계에선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소아과 교수)과 하은진 비대위원(신경외과 교수)이 참석했다.
장 수석이 먼저 ‘의대 2000명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명이 아니라, (면밀히 따지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 2000명은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했다.
그러자 관객석에 서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중년 의사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2000명이야. 어떻게.” 그러자 장 수석은 “발제(발표)할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장 수석이 “(의대 증원 발표 전에도) 의사 단체들과 증원 문제를 37차례 협의를 했고···”라고 하자, 그 남성은 또 말을 자르며 “그거 거짓말이잖아”라고 소리쳤다.
이날 토론회는 양측이 직접 공방을 벌이는 게 아니라 각자 입장을 사회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제 토론회에선 가시 돋친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장상윤 수석은 “지표상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부동의 꼴찌”라고 했다. 그러자 강희경 교수는 “하루 2시간 공부하고 1등 하는 학생에게 ‘(같은 또래) 평균 공부 시간이 5시간인데 이래서 되겠어’라고 하는 꼴”이라며 “1000명당 2.6명(OECD 통계)의 한국 의사로도 세계 톱 성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참석한 교수들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적이지 않다”고 하자, 정경실 단장은 “현 정부에서 내년에 2조원의 국가 재정을 보건·의료에 투입하기로 했다. 교수님들 놀라시는 거 보니 모르셨나보다”라고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응급실 대란’ 문제가 나오자 양측 인사 모두 말이 빨라졌다. 장 수석은 “응급실 뺑뺑이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라며 “수도권도 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고 지역으로 가면 훨씬 더 부족하다. 이 문제도 의료 개혁의 주요 이유”라고 했다.
이에 하은진 교수는 “아까운 돈을 의사 수 늘리는 데 쓰지 말고 (응급실 등 의료) 시스템 개선에 써야 한다”고 했다.
행사 막바지에 장 수석은 “오늘 희망의 싹을 봤다”며 “이런 자리라면 정부는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강 교수도 “매주 공개된 자리에서 이런 논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기존 이견을 재확인한 정도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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