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본에 흔한 OTOF 유전자 변이 치료 성공
- 유전자 발달 진행된 상태에서도 치료 가능성 보여
한국인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유전성 난청’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출생 직후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치료 시기에도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일본에 흔한 유전성 난청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유전성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은 ‘OTOF 유전자’다. 귀 속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것은 ‘내유모세포’의 역할인데, 이때 내유모세포가 신경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OTOF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OTOF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내유모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유전성 난청이 발생하는 것이다.
OTOF 유전자 변이는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비절단 돌연변이’의 일종인 p.R1939Q 변이가 비교적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유전자가 완전히 손실되지는 않지만 기능이 떨어지는 유형이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OTOF 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유전성 난청에 대해 유전자 치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전자가 완전히 소실된 ‘절단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즉, 한국과 일본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절단 돌연변이 난청과는 유형이 다르다.
다소 늦어도 치료 가능성 있어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비절단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성 난청 환자의 치료가 가능한지를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최신 유전자 치료법인 ‘AAV 벡터 유전자 전달법’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p.R1939Q 변이를 보유한 쥐 모델을 만든 후, 유전자 치료를 적용해 떨어진 청각 기능이 회복되는지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유전자 치료를 통해 쥐 8마리의 청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5마리는 내유모세포에서 소리를 신경으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오토페를린(Otoferlin)’ 단백질이 90% 이상 생성돼 청각이 크게 개선됐다. 나머지 3마리 또한 청각 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이러한 효과는 5개월 이상 유지됐다.
연구팀은 또한, 쥐들의 치료 시기에도 주목했다. 실험에 사용된 쥐들은 생후 30일이 지난 개체로, 인간으로 치면 유아기를 지난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성 난청은 출생 직후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유전자 발달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청각 기능이 회복됐고, 일정 기간 유지됐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보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성 난청의 치료 적용 시기가 예상보다 유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유전성 난청 환자들에게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최병윤 교수는 “향후 유전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기존의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 이식 없이도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유전자와 질병(Genes and Diseases)> 최근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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