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는 사람이며 경기도 양평에 있는 작은 작업실에서 거주와 작업을 겸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지만 십여 년 전에 서울을 탈출해서 여러 지역을 거치며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계속 주택에 살아왔으며, 오래된 단독주택, 시골 구옥, 모던한 전원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에서 살아보았습니다.
현재는 숲을 끼고 있는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에 달린 독립적인 스튜디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 살며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생활합니다. 숲에 안겨있는 작업실에서 매일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을 쓰고 있으며, 글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혼자만의 공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작업실에서 생활과 작업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서울 내 많은 동네는 물론 여러 지방에서 다양한 형태의 주택에서 거주해 보았습니다.
제가 집을 고르는 기준은 제가 다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친 후 현재의 작업실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의 숲속 작업실을 오늘의집 집들이를 통해 공개합니다. 제 공간에 대한 작은 정보가 누군가에겐 작은 영감을 주는 콘텐츠이기를 바랍니다.
1. 도면
제 작업실은 방 하나와 욕실 하나 그리고 미니 주방으로 구성된 약 8.8평의 독립 공간입니다. 저의 작업실이 있는 건물은 독일인 친척 분께서 여생을 한국에서 지내기 위해 지으셨습니다.
그 친척 분은 많은 부분에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분이었는데, 독일인 특유의 효율성과 견고함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집에 대한 철학도 저와 같아서 이 집이 제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작업실은 이 건물 1층 한 편에 방 하나와 작은 부엌 하나 그리고 욕실 하나가 별도로 있는 독립 스튜디오 형태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제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를 최우선으로 하여 내부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어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고, 현재 가장 만족스러운 구조라서 제일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2. 작업 공간
먼저 제일 중요한 작업실 방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창밖으로 보고, 글을 쓰고, 잠을 잡니다. 제 작업실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부 전체가 유리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제 방은 창 바로 밖에 때죽나무 한 그루가 서있습니다.
봄에는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엔 초록색 잎이 무성해져서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며, 가을엔 낙엽이 지고 가을바람이 나뭇가지를 한들한들 흔들어 줍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잎 없는 가지 사이로 햇살을 통과시켜 따뜻한 기운이 작업실 깊숙이 들어옵니다.
제 작업실은 남향이라서 채광이 좋습니다. 거의 실내 생활만 하고 있는 제게는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계절에 따라 풍경이 바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빛과 그림자를 매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아름다운 경험입니다. 전면 통창은 이건창호 삼중유리 시스템으로 기밀이 잘 되어 조용하고 특별히 춥거나 하지 않습니다.
책상은 제가 직접 제작한 두 개의 테이블을 90도로 배치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케아 1인용 소파와 나란히 놓았을 때 작업실 전면부와 사이즈가 딱 맞아서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될수록 빛이 깊게 들어와서 방을 데워줍니다.
겨울에는 벽에 나무 그림자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작업 공간의 배치는 최대한 쉽게 모든 걸 사용하도록 배치해서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저는 무인양품 스토커를 몇 개 사서 책상 옆에 놓고 서랍으로도 쓰고 다른 곳에도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인양품 스토커는 바퀴 탈부착이 가능하고 각 단을 분리해서 3단, 4단, 5단 등으로 필요한 높이에 맞게 조립할 수 있어요. 그런 점이 제가 이 제품을 구매한 이유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집기의 대부분은 이케아와 무인양품 제품입니다. 저는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좋아합니다.
봄에 때죽나무에 새싹이 날 때의 작업실입니다.
플로어 스탠드는 오래전에 이케아에서 구입한 스탠드에 전등갓만 이케아의 다른 전등갓으로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흰색 형광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천장등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플로어 스탠드와 탁상 램프의 조합으로 실내조명의 조도를 구역별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집중해서 작업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밝은 조명 보다 조도가 낮고 빛의 각도가 좁은 조명들이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란색 조명은 형광등 보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플로어 스탠드와 탁상 램프만 있다면 자신이 어떤 집으로 이사를 가든 항상 자신의 스타일대로 조명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사진들이 하루에 찍은 게 아니다 보니 벽에 걸린 액자가 한 가지가 아닌 걸로 보일 텐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창작하는 사람이다 보니 액자 같은 건 모두 제가 찍은 사진으로 걸어놓고 있습니다. 일부는 선물 받은 포스터지만 대부분 이케아에서 구입한 프레임에 제 사진을 넣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프레임은 이케아 리바 블랙 50*7 0cm입니다.
저는 종종 작업실의 가구 배치를 바꿉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다가 뭔가 불편한 부분을 감지하면 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배치 변경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배치는 이 작업실에 이사 온 후 10번이 넘는 변경을 거쳐 완성된 형태로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작은 가구나 소품의 이동도 마찬가지로 작업에 불편을 느끼거나 바라볼 때 그 구역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꿉니다. 조금씩 계속 바꾸다 보면 최적의 작업실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3. 수납 및 홈카페 공간
작업실 후면은 수납과 커피를 위한 공간입니다. 우측에는 무인양품 수납 서랍인 클로젯 케이스를 필요한 크기 별로 구입해서 수직으로 쌓아놓았습니다. 저는 MUJI 클로젯 케이스에 모든 옷을 보관합니다.
옷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서 클로젯 케이스에 수납해 놓고 사용하는데 심지어 입던 옷을 넣어두고 꺼내 입는 서랍도 따로 있답니다. 저는 옷걸이를 사용하지 않거든요. 특히 ㄷ자 행거형 옷걸이는 작은방에서는 너무 면적을 차지하는 것 같아서 오래전부터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한동안 봉 옷걸이를 모통이에 놓고 썼는데 봉 옷걸이는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저처럼 외출이 거의 없고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옷을 굳이 옷걸이에 걸어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였는데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치렁치렁 걸려있는 옷이 방에서 하나도 안 보이는 건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원래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는 전체가 반투명 재질입니다. 저는 반투명 그대로 사용하다가 어느 날 사진을 찍는데 내부가 잘 보이는 게 거슬려서 문방구에서 수성 화이트 마커 하나를 사서 슥슥 칠했답니다. 그랬더니 사진처럼 되었습니다.
수성 화이트 마커는 언제든 젖은 수건으로 닦아내면 깨끗이 지워지기 때문에 좋습니다.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는 유사한 다른 제품들보다 각 케이스의 결합부가 정교하게 잘 물립니다. 그게 좋아서 저는 조금 비싸더라도 꼭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를 구입합니다.
클로젯 케이스는 계획을 잘 세워서 사이즈대로 필요한 수량을 구입하면 방에서 수직, 수평 등 여러 가지 구조로 배치해가면서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무엇보다 이사할 때 나르기 편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혼자 힘으로 이사를 할 수 있도록 오래전부터 장롱, 옷장, 책장 등의 큰 가구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해서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고요. 물 끓이는 전기포트와 제가 사용하는 커피잔들이 있습니다. 커피 테이블 위의 시스맥스 멀티 수납함은 작은 물건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좋습니다. 주로 네스프레소 캡슐을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잔들은 대부분 제가 해외에 잠시 있을 때 벼룩시장 등에서 구매한 것들입니다.
저는 주로 네스프레소 캡슐로 에스프레소를 마십니다. 커피잔들은 해외 벼룩시장 등에서 구매한 걸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어요.
정사각형 작은 창이 있는데 이 창밖으로 집 뒤에 있는 숲이 바로 보입니다. 아침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종종 고라니가 짖는 소리도 들린답니다.
작은 창은 벽이 두꺼워서 고양이 전망대로도 좋아요.
커피 테이블은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다목적 테이블인데 그 밑에도 무인양품 클로젯 케이스 세 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앞을 포스터 액자 두 개로 가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 곳곳에 스타일링하는데 활용하는 포스터들은 자주 바뀌는데요, 임시로 구입한 포스터나 엽서 등을 넣어둘 때도 있지만, 저는 직접 촬영한 제 사진을 걸어두는 걸 선호합니다. 제 사진을 프린트해서 거는 게 제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케아 작업등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책상에 하나는 커피 테이블에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4. 휴식 공간
작업실 옆면 중 한쪽은 북타워와 캐비닛이 있고 맞은편에는 3인용 소파가 있습니다. 저는 3인용 소파에서 취침을 합니다. 제 키가 커서 살짝 불편하지만 작은방에 싱글 침대가 있는 것도 좁게 느껴져서 침대는 치워버렸답니다. 이후로 저는 고양이와 함께 3인용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케아의 엑토르프 3인용 소파와 암체어는 제가 정말 오랫동안 사용한 가구입니다. 커버도 여러 가지 색상이 있기 때문에 커버만 바꾸면서 쓰면 십 년은 거뜬히 사용하는 것 같아요. 제게는 침대 용도도 되는 가구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제게 책을 왜 거꾸로 꽂아 놓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랍니다. 저는 제 시선에서 보이는 라인과 컬러 등의 균형이 잘 맞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색색의 책등이 보이는 것이 북타워가 있는 벽의 전체적인 앵글에서 너무 튀어 보인 겁니다. 그래서 모두 거꾸로 꽂아놓았답니다.
저는 어떤 책이 어디쯤 있는지 알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고 도리어 보기에 좋아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사진에서 아이보리색 커튼으로 가려진 곳은 욕실입니다.
저는 특별히 바퀴 달린 가구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자서 많은 이사를 하다 보니 이사할 때 무엇이든 이동이 용이한 게 좋고 사용하면서도 저처럼 배치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는 좋아서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위에 보이는 철제 트롤리에도 스토퍼가 달린 바퀴가 있어서 좋습니다.
소형 무선 램프는 최근 선물 받은 건데 여기저기 옮기면서 쓰기 너무 좋습니다. 또, 조도와 캘빈 변화를 하나의 노브를 돌려서 바꿀 수 있고 충전 케이블이 자석으로 되어있어서 착! 달라붙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5. 주방
저는 제 주방을 키치네트(Kichenette)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작은 주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불편함이 없게 잘 구성되어 있어요. ㄱ자 구조라서 조리하는 데 몸을 움직이는 것도 편합니다.
주방의 화구 위에 있는 창문으로는 숲이 보이기 때문에 기분도 좋아진답니다. 원래는 주방에 대형 냉장고가 있었지만 저는 대형 냉장고를 빼고 작은 미니 냉장고를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를 위한 냉장고 용도로 딱 적합하며 싱크대 위에 놓으니 식자재를 넣고 빼는 것도 너무 쉬워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대형 냉장고가 있던 자리에는 건조기가 생겼습니다. 점점 습해지는 한국의 날씨에는 건조기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주방 살림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바로 음식물 처리기라고 말씀드릴 것 같아요. 저는 스마트카라 초기 모델을 쓰고 있는데 제가 구입한 가전제품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랍니다. 정말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으니 추천합니다.
주방에서 조리와 세탁, 건조를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 눈 덮인 뒤뜰을 바라보는 건 겨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6. 앞 마당
작업실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고 뒤에는 꽤 큰 뒤뜰이 있습니다. 작업실 전면 창 바로 앞의 때죽나무는 제계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너무나 고마운 친구입니다. 뒤뜰은 바로 숲에 안겨있어서 새소리나 너무나 좋으며 청설모나 고라니를 볼 때도 있습니다.
작업실 정면 현관으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므로 실내 공간의 기능과 분위기는 제게 무척 중요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저는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곳도 아닌 제 공간만큼은 제 마음에 들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의 공간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공간을 디자인하려 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 인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창작자고 디자인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게 예쁜 물건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간 디자인은 각각의 가구나 소품이 어떤 디자인 인가가 아닙니다. 공간 전체를 한 장의 그림처럼 볼 때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모양과 색상의 가구가 예쁘다고 그걸 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가구가 들어올 자리의 옆에 이미 있는 가구나 소품이 어떤 사이즈와 어떤 모양, 그리고 어떤 색상인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마치며
제 방은 전체적으로 조화와 라인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소파가 있는 쪽은 소파의 등받이 높이보다 높이 튀어나온 게 플로어 스탠드만 있도록 책꽂이나 이동식 서랍 등의 높이를 맞추어 배치했습니다. 책상에서 바라보는 고개 들면 보이는 벽도 사진이나 북타워 등의 라인이 균형감 있게 이어지도록 배치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황금률이 아니더라도 내가 보는 시선에서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인테리어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방은 용도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겠죠. 저는 글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상의 위치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책상의 위치를 열 번이 넘게 변경한 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여러분의 방도 하나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해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