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안 받겠다” 치료중단 환자, 작년 7만명 처음 넘어

조유라 기자 2024. 10.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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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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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시행 5년만에 2.2배로
전체 사망자중 비중 10% → 20%
“마지막까지 존엄성 지키고 싶어”
누적 244만명 ‘사전의향서’ 등록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6년간 33만 명

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되면서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2023년 6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 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두려면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관련 서류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 등록자는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년 만에 5.7배가 됐다. 누적 등록자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안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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