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코인이 17원으로 폭락…“코인 뺏어 車 사준다더라”

신지인 기자 2023. 4. 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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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코인이 17원으로 폭락
납치범 8000만원 투자 손실
경찰, 공범 1명 추가 확인
피해자와 동업한 부부 출국금지
‘강남 코인 살해’ 배후 더 있나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스1

서울 강남구 역삼동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주범 이모(35)씨가 피해 여성 A씨 관련 가상 화폐(코인) 회사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와 A씨는 P코인 투자로 인연을 맺었는데, 이 코인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씨 등 기존 피의자 3명은 이날 구속됐고, 경찰은 이들 외에 추가 공범 1명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납치·살인 행동책으로 섭외됐던 이 추가 공범은 “A씨의 코인을 빼앗아 자동차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와 동업한 것으로 알려진 부부가 배후 역할로 이번 사건과 연루됐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이씨 변호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21년 A씨가 일했던 코인 회사에서 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구입했다가 8000만원을 잃었다. 당시 A씨가 손해를 봤던 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청정 공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 회사가 내놓은 P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 1만원을 넘어섰던 P코인은 폭락을 거듭하며 6개월 만에 17원대로 떨어졌다. 당시 폭락 국면에서 이씨는 물론 A씨도 큰 손해를 봤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씨와 A씨의 관계가 바로 틀어진 건 아니다. 이씨는 그해 A씨가 차린 암호 화폐 채굴 회사에서 3개월간 업무를 도우며 2000만원 상당의 돈도 받았다. 이씨와 A씨는 코인 관련 사건에 공동 피의자로 연루된 적도 있었다. 이씨 변호인에 따르면, 둘은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인 투자자를 찾아가 “코인 시세를 조종했다”며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전자지갑에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앗았다. 폭력배와 투자자 등 총 18명이 가담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이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씨가 A씨를 왜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현재 이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씨 변호인은 “이씨는 범행 도구를 제공한 적도 없고,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적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이씨가 피해 여성에게 악감정을 느끼고 살인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에 알려진 이씨 등 피의자 3명 외에도 20대 B씨(무직)를 살인 예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범인들로부터 A씨 납치·살해 제의를 받은 B씨는 지난 1월 미행 단계에서 범행에 가담했다. B씨는 범행 보름쯤 전인 지난달 중순 “미행과 감시가 힘들다”며 범행에서 손을 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추가 확인된 B씨 외에도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서울경찰청장과 수서경찰서장이 이번 사건 관련 보고를 뒤늦게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매뉴얼대로 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6시 55분, 수서경찰서장은 오전 7시 2분에 보고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휴일에는 상황관리반 체계로 운영된다”며 “더 빨리 보고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보고를 받은 이후에는 강력 사건에 필요한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고 했다.

경찰이 신청했던 이씨 등 3명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3일 오후 모두 발부됐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가능성을 구속 사유로 들었다. 구속된 이씨는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A씨의 회사에서 나온 뒤에는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폭력배 출신인 황씨는 특수강도 등 전과 17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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