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교보생명, 퇴직연금 수익률 저하·저축성보험 의존 '부메랑'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경쟁사에 따라잡혔다. 원리금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경쟁력이 떨어질 시 고객 이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더해 경쟁사 대비 높은 저축성보험 의존 또한 뇌관으로 꼽힌다. 만기 도래 시 환급금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생명보험협회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교보생명의 DC형(확정기여형)·IRP(개인형)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각각 9.67%, 8.6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수익률은 각각 9.73%, 9.09%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으로 입지를 굳혀온 교보생명의 수익률이 두 부문에서 따라잡힌 것이다. 다만 DB형(확정급여형) 원리금비보장형의 수익률은 8%대로 생명보험 상위 3개사 중 1위를 유지했다.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원리금비보장형의 수익률이 경쟁사에 따라잡힌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교보생명이 지난 1976년부터 48년간 이어온 퇴직연금 컨설팅 역량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경쟁사인 삼성생명에서 수익률이 치고 나오면서 위기감도 클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1년 1~3분기 기준 원리금비보장형(DB·DC·IRP 전 상품) 수익률이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3개자 사업자 중에서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수익률 강자의 면모를 보여왔다. 이 기간 교보생명은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에서 10%대 수익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퇴직연금 수익률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꾸라지며 분기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1970년대부터 퇴직연금을 운용해 오며 쌓인 적립금이 클 텐데 수익률이 따라잡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퇴직연금은 적립금이 클수록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기는 힘들고 퇴직연금 컨설팅 역량이 축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기감이 감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교보생명의 높은 저축성보험 의존도는 만기 도래 시 유동성 유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뇌관으로 꼽힌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보장성·저축성)을 살펴보면 저축성보험 비중은 19% 수준이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각각 15%, 17%이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작년 1~10월 신계약 추이를 살펴보면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신계약 비중이 타사 대비 2배 가까이 높았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은 이 기간 저축성보험이 신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12%였으며 삼성생명이 15.95%를 기록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29.53%로 나타났다.
문제는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도래하면 저축성보험에 적용된 이율을 적용한 환급금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만기 도래 시점이 다가오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만기환급금이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10월까지 만기가 도래한 보유계약 금액은 7조2295억원으로, 이는 보유하고 있는 계약 금액의 2.47%에 해당된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1.31%, 1.94%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해 만기 환급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예정이율을 따져보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익성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보장성보험 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도 돌려줘야 할 환급금이 낮기 때문인데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