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금난 숨통 터줬지만···다른 기업은 '돈 가뭄' 시름

박진용 기자 2022. 11. 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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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2일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전채 한도 상향에 전격 합의한 것은 한국전력공사의 자금 상태가 급박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6배로 오르며 내년도 사채 발행 한도가 약 30조 원에서 90조 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순식간에 다 채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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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발행 한도 5~6배 확대
여야 이견없어 본회의 통과 전망
무더기 발행땐 저신용기업 몰아내
결국 '전기료 인상만이 해법' 확산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야가 22일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전채 한도 상향에 전격 합의한 것은 한국전력공사의 자금 상태가 급박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방만한 경영을 제한하는 한전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자금난에 따른 부도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신속히 통과됐다. 다만 이번 한도 조정이 임시방편에 불과해 기업들의 곡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21일 한국전력공사법 16조2에 ‘다만 경영 위기 상황 해소 등을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로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 한도를 6배의 범위 내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16조2 ‘사채의 발행액은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 16조5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항 단서에 따라 발행액 한도를 초과한 사채 발행을 승인한 경우 그 사실을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로 수정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한전채 발행액 한도를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5배, 8배, 10배까지 올리는 총 3개 안이 논의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이미 합의를 이룬 만큼 추가 수정 없이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의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도 상향이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불만이 당내에 있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임위는 물론이고 12월 초 본회의 통과까지 별다른 진통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법 개정안 통과로 ‘한전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 누적액은 70조 원에 달한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6배로 오르며 내년도 사채 발행 한도가 약 30조 원에서 90조 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순식간에 다 채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해 발행한 장기채 신규 발행액은 27조 원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최상위 신용등급(AAA급) 한전채의 무더기 발행으로 채권 금리가 뛰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몰아내는 구축 현상으로 기업의 돈 가뭄이 심각해지는 것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정부도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한전의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라는 방침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전법 개정으로 한전이야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한전채로 피해받는 다른 기업을 생각하면 무작정 반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결국 해법은 전기요금 인상밖에 없다는 의견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전기요금이 ㎾h당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 매출이 5조 원 증가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년 초 전기요금을 ㎾h당 50원 인상할 경우 25조 원의 여유 자금이 한전에 공급되는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누적된 한전의 막대한 적자는 물가 핑계로 전기요금 인상을 막을 수준을 지났다”며 “한전발 자금 경색이 더 이어지지 않도록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른바 구축 현상(크라우딩 아웃 현상)이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전채를 담는 자금과 일반 회사채 자금의 시장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이번 한도 상향 조치가 임시방편이일 수 있지만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보니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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