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삼체' 연출자, 과거 '도둑들' 출연 배우였다?

'삼체' 세계의 시작, 문화대혁명 그린 1·2편 연출자 증국상은 누구?
'삼체' 에피소드 1, 2편의 연출을 맡은 중국 배우이자 감독인 청궈샹. 사진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촬영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이후 오랜만에 글로벌 시청자를 단번에 사로잡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았다. 지난 3월21일 공개한 8부작 SF 시리즈 '삼체'(3 Body Problem)가 일으키고 있는 태풍의 위력이 거세다.

'삼체'는 물리학을 근간 삼아 과거와 현재, 인류의 운명이 위협받는 미래를 넘나드는 대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레전드 미드로 꼽히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작가와 제작진이 중국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작품으로, 문화대혁명이 한창인 1966년 중국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외계인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현재 영국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도무지 멈출 수 없는 '삼체'의 세계는 시리즈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서사에서 출발한다. 역사에 기반해 이야기를 시작해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드라마틱한 운명에 놓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구성을 택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 특성상 초반부 에피소드에서 관람 지속 여부가 판가람되는 만큼 '삼체'의 글로벌 돌풍의 원동력은 극 초반부 설정과 이야기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삼체'의 주인공 예원제는 우주인이 보낸 신호에 응답하고, 그들의 지구 점령을 돕는 인물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8부작으로 구성된 '삼체'에 참여한 연출자는 총 4명이다.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 등의 앤드류 스탠튼, HBO 드라마 '스테이션 일레븐'의 제레미 포데스와, HBO 드라마 '더 플롯 어겐스트 아메리카'의 밍키 스피로와 함께 중국의 배우이자 감독인 청궈샹(증국상, 영어명 Derek Tsang)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청궈샹 감독은 '삼체' 에피소드 1, 2편을 책임진 연출자. 초반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삼체' 정주행을 가능케 한 주역이다.

'삼체'의 1편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초기인 1966년 베이징의 한 명문 대학교에서 벌어진 홍위병들의 비판 집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물리학과 교수인 자신의 부친이 어린 홍위병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사망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한 주인공 예원제(자인 쳉)는 내몽골 벌목장에 끌려가 고난을 겪는 과정이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천재성을 인정받아 중국의 비밀 천문 실험에 참여하게 된 예원제는 외계인이 보낸 전파에 몰래 응답을 하고, 그 결정은 지구의 운명을 바꾸는 출발이 된다.

청궈샹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 1, 2편에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오도록 이끄는 예원제의 서사는 물론 극의 핵심 축인 옥스퍼드대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 5명에게 닥친 미스터리한 일들의 시작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이 같은 초반 설정들은 '삼체'가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정주행'을 이끈다.

'삼체'는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의 비극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극중 예원제의 부친인 명문대 물리학과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홍위병들의 공격을 받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삼체'의 원작인 류츠신 작가의 소설은 총 3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을 통해 문화대혁명 시기와 홍위병, 마오쩌둥을 향한 믿음 등 당대 중국의 사회상을 담았다. 외계 종족을 일컫는 '삼체'를 지구로 불러들이는 예원제의 위험천만한 선택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겪은 가족의 비극을 통해 체득한, 당대 사회를 바라보는 비관적인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시 탄생한 '삼체' 역시 예원제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중요하게 다뤘고, 당대 문화와 사회상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은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더욱이 1, 2편에서는 과거 중국을 다룬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그려지는 만큼 중국어를 구사하는 청궈샹 감독은 적임자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청궈샹 감독의 모습. 이정재 김혜수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쇼박스 

● '소년시절의 너' 등 작품으로 중국영화 흐름 주도

홍콩에서 태어난 청궈샹 감독은 현재 중국영화의 젊은 흐름을 이끌고 있는 연출자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통해 중국은 물론 아시아 관객을 사로잡았고 이후 내놓은 '소년시절의 너'로 다시 한번 감각적인 실력을 증명했다.

한국 관객에게는 1298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배우로 더 친숙하다.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홍콩으로 떠난 이정재와 김혜수 등이 만나는 중국의 도둑 일당 중 한 명인 조니 역을 맡아 활약했다.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홍콩의 대표 배우 쩡즈웨이(증지위)의 아들이기도 하다.

현재 '삼체'는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명 '해석판'으로 작품을 구해 본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비판의 핵심은 '삼체' 1편에 등장하는 문화대혁명을 다루는 내용에 대한 문제 제기다. 중국의 역사를 왜곡해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삼체'를 본 중국 시청자들이 내놓는 부정적인 반응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