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단속 들어간 中, 실상은 리커창 1주기 때문?[중국은 지금]

이명철 2024. 10. 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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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적·비운의 2인자’ 리 전 총리 27일 사망 1주기
베이징 잠잠한 분위기, 반체제 인사 “주변인들 감시 받아”
핼러윈서 “자유” 외치는 젊은이들, 경제 위기 속 통제 나서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적으로 불리며 2인자 자리까지 올랐던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사망한 지 1년 지났다. 10여년간 중국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리 전 총리지만 사망 1주기를 맞은 중국은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하다.

리커청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사망한 지난해 10월 27일 안후이성 추저우시에 있는 그의 집 앞에서 한 남자가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AFP)

리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26일 상하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심장 마비를 겪었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오전 0시 10분에 숨졌다. 향년 68세.

리 전 총리가 사망한 후 중국 내에선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그에 대해 “뛰어난 공산당원,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투사, 뛰어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정치가, 당과 국가의 뛰어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시 주석과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참석해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에서는 국기를 절반 정도만 올려 조의를 표하는 국기 하강을 실시했다.

지난해 3월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당시 국무원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하지만 리 전 총리 사망 1주기인 27일 베이징에서는 그를 추도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톈안먼 광장 같은 오프라인 현장은 물론이고 중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중국판 X(옛 트위터) 웨이보 등 온라인에서도 리 전 총리를 언급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 리 전 총리 사망 당시에 올라왔던 내용들이 전부다.

이는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도 분위기가 집단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을 경계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계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리 전 총리가 사망했던 1년 전에도 중국 정부 공식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계정을 비롯해 중국 관영 매체들의 관련 게시물은 댓글 작성 기능을 차단했다. 바이두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가 갑자기 없어진 적이 있다.

미국의 중국 화교 방송인 NTDTV에 따르면 중국의 반체제 언론인사 가오위는 X 계정을 통해 리 전 총리 1주기와 관련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가오는 “내 친구들 몇 명은 미행을 당하거나 경찰들이 집 앞 보초를 서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27일이 리커창 1주기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10월은 양회(3월), 6월 4일(텐안먼 민주화 시위)을 능가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명보는 앞서 13일 이달 계획됐던 허난성 정저우 마라톤 등 중국 마라톤 대회가 대거 다음달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수많은 사람이 대회에 참석해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10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젊은층들이 핼러윈을 앞두고 코스튬 복장을 한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

오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각 지역에서 통제 분위기를 강화하는 것도 리 전 총리를 의식한 조치라는 의견도 많다.

일본 마이니치는 상하이시 당국이 이달 26일 도심 식당가 지역에 경찰을 대거 배치해 핼러윈을 즐기는 코스튬과 코스프레 출입을 단속했다며 이는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핼러윈 행사 단속이 리 전 총리 1주기 전후로 점에도 주목했다.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통제하는 이유는 그가 시 주석의 정적으로 불렸기도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공산당과 정부가 그간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변함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리 전 총리는 정작 이와 배치되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2020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9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 사례다.

최근 중국 경제는 경기 침체 속 내수가 가라앉은 디플레이션과 불안정한 대외 환경으로 저성장 길목에 놓였다. 경제난의 직격타를 맞은 젊은층이 ‘경제통’으로 불렸던 리 전 총리를 추모할수록 현재 중국 경제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결국 공산당 통제에 대한 반발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프랑스 자유아시아방송(RFI)의 중국어판은 중국 현실을 폭로하고 있는 X 계정인 ‘리 선생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를 인용해 “상하이 중산공원에는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여성이 보안요원들에 의해 재빨리 쫓겨났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촬영하기 위해 몰렸고 한 무리에서 ‘자유!’라고 외치는 것이 선명하게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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