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정점에 선 최초의 인간속은?

초기 인간속 호모 하빌리스는 생태계 정점의 포식자가 아니라 표범의 먹잇감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 24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는 사냥이 가능해 최초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인간속으로 여겨졌다.

스페인 알칼라대학교 마누엘 도밍게즈 로드리고 박사 연구팀은 26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호모 하빌리스가 표범의 주된 먹잇감이었고 인류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기까지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먼저 실렸다.

연구팀이 이런 추측을 한 근거는 인공지능(AI)에 의한 치형 분석이다. 연구팀은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굴한 인체 화석을 조사했는데, 호모 하빌리스가 도구 사용에 능했고 생태계 정점의 포식자라는 그간의 생각은 틀렸다고 결론 내렸다.

올두바이 협곡에서 나온 호모 하빌리스의 턱뼈. 표범이 낸 상처가 새로 특정됐다. <사진=알칼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마누엘 박사는 "라틴어로 하빌리스는 재주가 좋은 사람을 뜻한다. 호모 하빌리스는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인간속은 맞다"며 "유독 팔이 길고 어깨 관절도 나무 타기에 적합한 구조라 완전히 지상 생활로 이행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뇌용량은 평균 600~700cc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이행하는 인간속의 특징이 많다"며 "식성도 다양해 식물 뿌리나 열매 외에 고기나 뼈를 석기로 가공해 먹었다고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사냥을 했다는 증거는 적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석 분석에서는 호모 하빌리스가 포식자가 아닌 먹잇감이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왔다. 올두바이 협곡의 호모 하빌리스 화석 OH7과 OH65의 뼈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육식동물에 의한 이빨 흔적을 발견했다.

호모 하빌리스의 두개골에도 표범 이빨과 발톱에 의한 상처가 남아 있다. <사진=알칼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마누엘 박사는 "과거 이 화석들은 자연사한 뒤 하이에나가 탈취한 것으로 생각됐지만 AI를 이용해 치흔을 사자, 하이에나, 표범, 악어 등 포식자와 대조한 결과는 의외였다"며 "이들 뼈에 새겨진 이빨 모양은 90% 이상 당시 서식한 표범 조상의 것과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OH7은 아래턱뼈와 뒤통수에 표범의 이빨이 파고든 흔적이 남았다. 머리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손가락 뼈에도 물린 흔적이 있다. OH65 두개골에서도 비슷한 치흔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호모 하빌리스가 죽고 나서 표범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표범에게 사냥당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만약 이들이 당시 호모 하빌리스 전체를 대표하는 개체라면 이들은 육식동물의 위협에 대항하기는 부족한 신체적·행동적 능력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호모 하빌리스는 최초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인간속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 화석 <사진=pixabay>

이 점에서 연구팀은 호모 에렉투스가 최초로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자리했다고 봤다. 호모 에렉투스는 19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 생존한 인간속으로 호모 하빌리스와는 50만 여 년에 걸쳐 같은 동아프리카에 공존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좀 더 현대인에 가까운 체형을 지녀 완전히 지상 생활에 적응했다. 다리가 길고 오래 걷기 적합한 골격을 갖춰 장거리 이동이나 집단 사냥이 가능했다. 또한 석기나 불을 사용한 흔적과 동료들과 협력해 행동한 증거들도 발견됐다.

마누엘 박사는 "이런 특징으로 볼 때 호모 하빌리스보다 호모 에렉투스가 육식동물에 맞선 인간속일 것"이라며 "즉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된 석기도 실제는 호모 하빌리스가 아닌 호모 일렉토스가 만든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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