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 명인 송완숙 명인 인터뷰

전라남도 여수 돌산의 아침이 밝으면, 푸른 생명력을 틔운 갓들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다. 예부터 돌산 사람들에게 갓김치는 단순한 반찬 그 이상의 의미였다. 배추가 귀하던 시절 시린 겨울을 나게 해주던 든든한 버팀목이자 어머니의 거친 손마디가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이 갓김치에 인생을 건 이가 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갓김치 하나만 파 명인이 된 송완숙(65) 명인 이야기다. 그를 만나 손맛과 시간의 미학을 담아 갓김치 담그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주문과 동시에 버무려 발송하는 갓김치

2013년 21세기푸드란 이름의 개인사업자로 출발해 2020년 법인 전환한 ‘송가네’는 전라남도 여수에 기반을 둔 식품 전문 브랜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무형문화예술교류협회가 2020년 선정한 한국무형문화유산 ‘갓김치 명인’인 송완숙 명인이 만든 갓김치, 알타리 김치, 동치미, 게장 등의 식품을 취급한다.
대표 상품은 여수 특산품인 갓김치다. 송가네 갓김치는 여수 돌산의 청정 갓과 국내산 다시마, 건새우 등을 우린 육수 등으로 전라도 김치 특유의 깊은 맛을 구현한다. 고급 젓갈이 들어가 깊고 시원한 감칠맛이 난다. 인공 첨가물은 넣지 않았다.

가장 큰 차별점은 담가놓은 김치를 판매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김치를 담가서 배송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갓을 양념에 버무려 발송하기 때문에 안방에서 갓 담근 김치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알싸한 풍미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수령 후 포장을 뜯지 않고 실온에 이틀 정도 두면 산도가 적당히 올라오고, 아삭함이 살아나 갓김치의 풍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찰진 손맛 하나로 하루 매출 150만원

여수 금오도에서 나고 자란 송 명인은 그 지역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한 어머니의 밥상 차리기를 돕던 딸이었다. “섬마을 특성상 모든 식재료가 귀했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농산물 보는 안목과 어떤 시기의 작물이 가장 맛이 좋은지를 자연스럽게 배우며 컸죠. 특히 김장을 담글 때 숙성 속도와 보관 기간에 맞춰 김치를 구분해 담그던 어머니의 가르침은 제가 가장 중시하는 ‘맛의 일정함’을 유지하는 뿌리가 됐습니다.”
생계를 위해 29살때부터 빨간 대야를 놓고 반찬 가게를 시작했다. 찰진 손맛은 외한금융위기(IMF)라는 혹독한 시절에도 빛을 발했다. “맛에 반한 이들의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반찬 하나에 500원, 1000원 하던 시절에 하루에 15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후 식당을 운영할 때도 김치를 찾는 손님이 줄을 이었어요. 갓김치로 유명한 지역에서 갓김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내려 주신 보물 같았습니다.”
수십 년의 현장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실력을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명인’의 길을 선택했다. “단순히 요리 잘하는 상인으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요리 학원에서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각종 요리 경연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처럼 제한 시간안에 똑같은 재료로 과제를 완성해야 하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20년 대한민국 갓김치 명인이 됐습니다.”
◇갓김치 명인의 고집이 담긴 공정 과정

송가네 김치 맛의 시작은 성질 고약한 돌산갓 중에서 싱싱하고 상태 좋은 것만 고르는 선별 작업에 있다. 갓은 비가 많이 오면 쉽게 죽고 기후에 민감해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다. 계절, 그날의 날씨에 따라 갓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수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송 명인은 매일 새벽 수확한 싱싱한 갓을 엄선해 당일 오후에 입고한다.
담가둔 김치를 팔지 않고 주문 후 담가 생김치 상태로 발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갓은 계절마다 그 맛이 확연히 다릅니다. 여름 갓은 톡 쏘는 겨자 맛이 강하고 알싸한 반면 봄과 가을의 갓은 입자가 연하고 아삭하며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죠. 계절별로 다른 갓의 성질에 맞춰 양념 배합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비결입니다.”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인 양념은 특제 육수와 젓갈을 통해 완성된다. “다시마, 멸치, 대파, 무 등 직접 구매한 재료를 넣고 진하게 끓여낸 육수에 고춧가루를 섞어 양념을 만듭니다. 김치 맛의 깊이를 좌우하는 젓갈의 경우, 멸치 젓갈을 직접 담근 후 2년 동안 숙성해 비린내를 완벽히 제거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그냥 먹어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감칠맛이 풍부한 젓갈이 됩니다. 여수말로 ‘꼬신내’ 나는 상태가 되죠.”
육수와 젓갈은 숙성 과정을 거쳐 차원이 다른 양념이 된다. “육수와 젓갈을 배합해 저온에 숙성합니다. 양념 재료가 어울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방금 만든 양념과 저온 숙성을 거친 양념은 깊이감이 확연히 다릅니다. 흉내 낼 수 없는 담백하고 깊은 풍미가 나죠. 돌산갓의 알싸한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말 그대로 ‘손맛’으로 갓김치를 만드는 것이다. “원물을 씻고, 손질하고, 양념을 치대는 작업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황금 레시피에 손맛이 더해져 기계가 닿을 수 없는 미세한 맛의 균형을 잡고, 식감을 최상으로 살리죠.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매일 밤 대청소를 합니다.”
갓김치를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 “남부 지방 사람들은 갓김치를 즐겨먹지만, 다른 지역은 배추김치를 주로 먹습니다. 그 점이 늘 아쉬웠어요. 갓김치를 다양하게 즐기는 법을 알리고 싶어서 서울과 인천, 순천 등 전국 4개 지점에 갓육고라는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갓김치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콘셉트로 열었는데요. 대기열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칭찬은 명인도 춤추게 한다

정직한 노력은 갓김치처럼 감칠맛 넘치는 성과로 돌아왔다. 송가네의 연매출은 2022년 66억원, 2023년 81억원을 거쳐 2024년 9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큰 성공을 거뒀지만 송 명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갓김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쏟아지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제2공장 증설을 추진 중입니다. 묵은 갓김치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은 해봤지만, 신제품 출시 계획은 없습니다. 백화점 같은 채널에 입접하는 것도 크게 관심 없어요. 갓김치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저를 기쁘게 하는 건 칭찬입니다. 이 일을 수십년 했지만 맛있다는 말은 언제나 기분 좋습니다. 앞으로도 송가네 갓김치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 갓김치 외길만 걸을 겁니다.”

송 명인은 갓김치도 배추김치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린내가 걱정되는 고등어 요리에 갓김치를 곁들여 보세요. 고등어 조림을 할 때 잘 익은 갓김치를 넉넉히 넣고 졸이면, 갓의 알싸한 성분이 고등어의 비린내를 꽉 잡아줍니다. 푹 익은 갓김치는 배추와는 또 다른 깊은 감칠맛을 내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하죠. 갓김치 김치찌개, 볶음, 김밥도 별미입니다. 그냥 김치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 보세요.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질 겁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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