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질주…현대차와 정면 승부
수출·현지 생산 동시 확대…게임의 규칙이 바뀐다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글로벌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과 현지 생산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확보한 생산 규모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 남미 등 주요 지역에서 판매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전기차 산업이 '탈중국'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향후 점유율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전기차, 해외시장에서 존재감 확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1위 BYD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62만7000대를 판매하며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60만9000대로 4위를 기록했다. 중국 외 시장에서도 BYD가 현대차그룹을 추월한 것이다.
BYD는 중국을 포함한 전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테슬라를 넘어선 1위 기업이다. BYD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도 미국 포드를 제치고 6위를 차지하며 '톱5'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BYD는 중국 내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유럽과 동남아, 남미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주요 무대인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12.8%로 집계됐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경차, 소형차 인기가 많은데 해당 차급은 중국 전기차의 주력 분야인 만큼 빠르게 점유율이 오르는 추세다. BYD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18만7657대를 판매하며 전년(5만912대)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동남아와 남미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내연기관 시대에는 판매량이 미미했으나, 상당수 국가가 전기차 지원 정책을 확대하면서 전기차 성장 잠재력이 큰 곳들이다.
동남아와 남미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인 국가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신흥시장 특성상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전기차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YD의 경우 태국, 브라질, 헝가리, 튀르키예 등 주요 거점에 공장을 건설하며 해외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출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수출은 242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높아졌다. 전기차 비중은 2022년 25.8%에서 지난해 42.2%로 16.4%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자동차 수출 구조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의 진입이 시작됐다. BYD는 2000여만원대 전기차 모델을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BYD코리아는 총 6107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출범 첫해 기준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 저가 공세 대응책 시험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 판매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업체 간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중소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시장은 중국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영역이어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BYD의 경우 배터리와 전기모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는 현대차그룹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 유럽연합은 최근 '산업가속화법안(IAA)'을 공식화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부품 가운데 최소 70%를 EU에서 생산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번 법안에서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를 원산지 조건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한국 역시 영향을 덜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HEV) 모델 확대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면서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이 저가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이라며 "유럽 내 한국 배터리 생산 기반을 활용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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