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70%·공군 50%가 사정권...美, 중거리 미사일로 中 포위

최유식 기자 2024. 9.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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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美육군, 타이푼 중거리 미사일 포대
필리핀 배치 이어 일본 배치도 추진
지난 4월7일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에 실려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도착한 타이푼 중거리 미사일 포대가 수송기를 내려오고 있다. /미 육군

미국이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이 중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했습니다. 필리핀군과 합동군사훈련을 한다는 명분으로 들여온 이 포대를 철수하지 않고 6개월째 계속 주둔시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구 주둔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타이푼(Typhon)이라는 이름의 이 포대는 이동식 발사 차량으로 최대 사거리가 2500㎞에 이르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 있어요. 유사시 대만해협을 건너올 중국 해군 함정은 물론, 동부전구 사령부를 비롯해 중국 동남부 연안의 주요 공군 비행장, 해군기지, 미사일 기지 등이 사정거리 안에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 사드 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정부를 들볶고 있어요. 하지만 필리핀은 이런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국 방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타이푼 포대를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미국은 타이푼 포대를 오키나와 등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어요.

◇냉전 이후 첫 해외 배치

미 육군은 지난 4월7일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를 이용해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에 있던 타이푼 포대를 루손섬으로 옮겨왔습니다. 4월 중순 필리핀군과 합동으로 진행한 살랍닉(방패) 훈련에 참가한다는 명분이었죠.

타이푼은 토마호크, SM-6미사일 등을 육상에서 발사하는 이동식 발사대로 미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이 개발했습니다. 토마호크는 중거리 순항 미사일로 방공망을 회피하면서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걸프전 등에서 크게 활약했습니다. 우리 해군도 요격용으로 사용하는 SM-6은 최대 사거리가 460㎞인 대공, 대함 미사일이죠. 두 미사일은 그동안 미 해군이 주로 운용해 왔는데, 육군도 사용할 수 있도록 육상발사용으로 개조했다고 합니다.

타이푼 포대의 필리핀 배치는 미군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의미가 있어요. 미국은 1987년 옛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발하고, 중국이 괌과 일본 등지를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대거 개발해 2000여기를 배치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이 조약 탈퇴를 선언했어요. 그 이후 타이푼 발사 시스템을 개발해 처음으로 실전배치를 한 겁니다.

지휘통제차량과 4개의 수직발사관 등으로 구성된 타이푼 1개 포대. /미 육군

◇필리핀, 중국 철수 압박에 “직접 구매할 것” 반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어요. 국방부 우첸 대변인은 “중거리 미사일은 냉전 색채가 농후한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무기”라면서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흔드는 조처로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7월말 라오스에서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지역 내 긴장과 충돌을 불러오고,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이는 필리핀 국민의 이익과 희망에 배치되는 일”이라고 주장했어요. 강력한 반발에도 미군이 꿈쩍도 하지 않자 필리핀을 압박하기 시작한 겁니다.

필리핀은 한때 위축된 분위기였어요. 필리핀 육군은 7월초 “예정된 훈련이 모두 끝나면 9월쯤 타이푼 포대가 철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 이후에는 타이푼 포대 철수 얘기가 일절 나오지 않아요.

로미오 브라우너 주니어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8월2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안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첨단무기가 필요하다”면서 타이푼 포대를 사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습니다. 중국으로서는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된 거죠. 미국은 지난 7월말 필리핀에 5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이 자금으로 타이푼 포대를 사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로미오 브라우너 주니어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8월29일 바기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타이푼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INQUIRER.net 캡처

◇중국군 주요 거점 정밀 타격 가능

중국이 타이푼 포대의 필리핀 배치를 우려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루손섬은 대만해협에서 60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 배치된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은 대만해협 침공을 지휘할 중국군 동부전구사령부와 산하 공군기지, 해군기지, 로켓군기지 등 전략 거점을 모두 공격할 수가 있어요.

중국의 한 군사 블로거는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에 쓴 글에서 “중국 해군 함정의 70%, 공군기지의 50%가 타이푼 포대의 사정거리에 안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사거리가 2775㎞에 이르는 다크 이글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LRHW)도 실전배치에 들어갔다고 해요. 이 부대가 루손섬에 들어오면 베이징도 안심할 수 없게 됩니다.

/조선디자인랩=정다운

◇미 육군장관 “일본 배치도 협의 중”

미 육군은 2017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영역기동부대(MDTF)를 창설했어요. 기존의 지상 작전부대에다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미사일 부대, 전자전 부대, 무인기 부대 등을 결합한 종합 전력 개념의 육군 부대입니다.

타이푼 포대와 극초음속 미사일 대대도 이 MDTF 산하에 있어요. 지금까지 3개 MDTF가 만들어졌는데, 이중 2개가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에 배치돼 있습니다. 미국은 타이푼 포대의 일본 배치도 추진 중이에요.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장관은 9월4일 한 방위포럼에서 “지난 8월 일본 방문 당시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과 MDTF의 일본 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리핀에 이어 일본에도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뜻이죠. 그동안 둥펑-17, 둥펑-26 같은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해온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중거리 미사일로 역공을 당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 9월4일 디펜스 뉴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장관은 "중거리 미사일 포대의 일본 배치 문제를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Defense News Conference Liv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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