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출신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난이도 '최상' IPO 성공시킬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적투자자인 LLH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최종 기한은 내년 4월까지다. 기한 안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롯데지주는 LLH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더 이상 기업공개(IPO)를 지체할 순 없다"

올해는 수년째 IPO를 미뤄 온 롯데글로벌로지스에게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해지만 IPO 성공의 중책을 맡은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FI(재무적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를 막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1.6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시장 상황과 회사의 실적을 고려했을 때 목표 밸류가 지나치게 높아서다. 공모가를 무리해서 높인다 한들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이 무산될 우려도 있다. 지난달 CJ대한통운에서 넘어온 ‘물류통’ 강 신임 대표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증시 입성‘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FI인 LLH(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부문)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 기한은 내년 4월까지다. 기한 안에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롯데지주는 LLH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떠안아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못 미칠 경우 롯데지주는 그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LLH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이미 여러 차례 미뤄진 바 있다. 최초 계약상 행사 기한은 2021년 4월~5월이었으나 지난해 4월까지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지난해 3월 롯데지주가 이사회를 통해 올해 4월로 1년 더 늦췄다. 해당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롯데지주는 IPO 연기요청을 통해 최종적으로 내년 4월로 기한을 미룰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올해는 IPO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난이도 ‘최상’

2017년 LLH는 유상증자와 주주간거래 등을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총 2789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약 747만주를 취득하며 롯데지주(46.04%)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21.87%)에 올랐다. 이때 LLH는 원금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로 유상증자(1500억원)건과 관련한 풋옵션을 계약 조항에 삽입했다. 경영목표(영업이익, IPO 등)를 달성하지 못하면 신주가격에 연복리 3%를 적용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 경우 롯데지주가 LLH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이자를 포함해 3534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는 롯데지주도, LLH도 원치 않는 결말이다. 롯데지주 입장에선 당장 수천억원의 현금 지출이 부담스럽고, LLH 입장에서도 유상증자 건과 관련한 최소한의 수익만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나머지 원금 1200억원가량에 대한 엑시트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한 내 높은 가치로 증시에 입성하지 못한다면 양쪽 모두 손해라는 얘기다.

문제는 택배 업계 투심이 약화한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예상 기업가치가 LLH의 투자밸류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오는 4월 기준 LLH의 투자밸류는 1.6조원(연복리 3% 풋옵션 적용 시)에 달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소한 이보다 IPO밸류를 높게 책정받아야 풋옵션 행사를 면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롯데글로벌로지스보다 2배 많은 영업이익을 낸 한진의 시가총액이 12일 종가 기준 3423억원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시가와 목표 밸류 간 괴리가 크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무리해서 IPO를 추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자밸류에 상응하는 공모가를 제시해도 수요예측에 실패하면 상장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에 합당한 실적으로 덩치를 키워야 하지만 성장세마저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2조3949억원, 분기순이익은 61.1% 감소한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499억원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의 알리와 같이 좋은 파트너도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무기가 부재하다"며 "수년째 IPO가 미뤄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상장 난이도가 높다"고 꼬집었다.

강병구 대표, 증시 입성 중책 맡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1월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강병구 전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이런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기업가치 1.6조원을 목표로 IPO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KB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강병구 전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닻을 올렸다.

강 대표는 10년여간 물류 업계에 몸담은 ‘물류통’으로 1998년 미국 UPS에 입사한 이후 삼성SDS를 거쳐 2016년부터 5년간 아시아인 최초로 UPS 본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강 대표는 최근 해외 직구 산업이 성장하는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류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에서 글로벌 사업을 이끌면서도 미국 내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 권역물류센터 건립, 에버그린과 해상운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등을 추진한 이력이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LLH의 풋옵션 행사 여부는 아직 기한이 남아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IPO 추진 시 최종적으로 내년 초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병구 대표는 글로벌 역량을 기반으로 향후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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