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원전 부활' 신호탄…韓 기업 유럽 시장 확대 기대
에너지 위기·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원전 금지 기조 수정

[더구루=오소영 기자] 스위스의 원전 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원전 건설 금지 철회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심사를 앞두면서 이르면 내년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원전 재개가 확정되면 원전 설비·기자재 기업들의 현지 사업 기회도 덩달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코트라 취리히무역관에 따르면 스위스 상원은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신규 원전 건설 금지 해제안을 가결했다. 이어 4월 하원 환경·에너지위원회(UREK-N)에서 지지를 표하며 해당 안건은 올해 하반기 하원 본회의 심의를 앞뒀다. 내년 또는 내후년께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 향방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지난 2017년 국민투표로 '에너지 전략 2050'을 채택하며 원전 신규 건설을 원천 금지했다. 이후 전체 전력 생산의 5%를 담당하던 뮐렌베르크(Mühleberg) 원전을 폐쇄했다. 현재 3개 발전소에서 총 4기의 원자로만 운영하며 연간 약 20~25T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스위스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전 철폐를 선언한 스위스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수력 발전 변동성 심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급의 불안전성이 높아지자 탈원전 기조에서 선회했다. 스위스 연방 당국은 지난 2023년 11월 기존 원전의 운영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이듬해 8월 신규 원전 건설 금지 철회 입장을 공식화하고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며 국가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의 원전 재추진은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당국이 안전성을 기준으로 원전 계속 운전을 허용하고 있어 계측·제어(I&C) 시스템과 안전계통 부품, 밸브·펌프, 방사선 대응 장비의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송전망 분야에서도 약 55억 스위스프랑(약 8조5000억원)을 투입, 31개 핵심 송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압 변압기, 스마트그리드 기반 전력관리 시스템, 초고압 차단기 등 전력 기자재의 수입이 늘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에너지 기업 알픽(Alpiq) 관계자는 "신규 원전 논의 재개와 함께 원전 산업 내 공급망 재편과 세대교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기존 원전 기자재 공급망이 독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으나, 최근 유럽 내 공급망 리스크 및 에너지 안보 이슈가 확대되면서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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