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빠진 노량진 근황..."뉴타운 매물 있나요?" 투자자들 몰렸다
노량진 고시촌 사라진다…노량진 9ㆍ10ㆍ11 구역, 존치관리구역 재정비 움직임
[땅집고] “공시생, 재수생이 많을 때는 굳이 재정비 필요성을 못 느꼈다.”
공무원 시험의 메카로 유명한 노량진 학원가. 여전히 공무원 시험, 대입, 편입 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많지만, ‘공무원 열풍’이 한풀 꺾인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줄었다. 중심 상권의 점포들과 인근 고시원들의 공실도 점점 늘고 있다.
학원가 인근의 중개업소는 땅집고와 만나 “노량진뉴타운 사업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학원 수강생들이 많아서 근처 원룸, 고시원들이 꽉 찼고, 상가의 가게들도 장사가 잘됐기에 존치 관리구역 내 소유주들도 재정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 시험 열풍이 식고, 근처 노량진뉴타운 개발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노량진 9ㆍ10ㆍ11구역은 2013년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재정비사업에서 제외돼 10년 넘게 재정비가 보류 중이다. 구역 내 건물들의 노후도가 요건에 맞지 않았고,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기 때문이다. 각종 학원들과 수강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과 고시원이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에 월세 수입을 거두는 소유주들 입장에서 재정비 사업의 이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존치관리구역도 재정비를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동작구는 올해 초 존치관리구역(노량진 9ㆍ10ㆍ11구역) 재정비를 위해 노량진 일대 대규모 개발과 연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방침을 밝혔고, 현재 용역 발주를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시생이나 수험생들이 줄어들어 상권이 죽은 이후에는 재정비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노량진역 일대는 1970년대 말 대형 재수학원을 중심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로 자리잡았고, 2000년대 들어 공무원 시험 학원들이 대거 들어섰다. 지금까지도 ‘노량진=고시촌’이라는 이미지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으로 대형 입시학원들이 중심을 이동하고 최근 공무원 시험 열풍도 잦아들면서 노량진 일대도 변화를 맞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현장 강의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수험생들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굳이 노량진에서 수험생활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량진 공무원학원 관계자는 “이전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줄기도 했고, 인강이나 단과 강의 수강 위주로 공부하는 비중도 커졌다. 정확한 수치를 내긴 어렵지만, 몇 년간 노량진에 머물며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전만큼 많지 않다”며 “대형 학원 프랜차이즈들에는 여전히 수강생들이 많지만, 점점 오프라인 강의를 축소하고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대규모의 주거단지로 재탄생하는 노량진뉴타운 재정비 사업이 본격화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노량진뉴타운은 1~8구역 별로 재정비가 진행 중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9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지하철 1ㆍ9 호선 노량진역, 7호선 장승배기역 등 트리플 역세권에 강남, 여의도, 용산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용이한 좋은 입지를 갖췄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원룸 월세를 찾는 학생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뉴타운 투자 매물을 찾는 발걸음이 많다”며 “노량진에 관심을 보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존치관리구역 내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고, 그외 구역들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준비 중이다. 11구역 내의 은하맨션 일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진행 중으로, 조합설립 마쳤고 8월까지 시공사 선정할 예정이다. 12구역은 상도지구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해 개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고, 13구역은 2022년 10월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 대상지로 설정되어 존치관리구역에서 해제됐다.
글=이승우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