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화제의 수상자 농부 한지공예가 전학식 씨
평생 농사를 짓다 25년 전 한지공예를 접한 뒤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온 농부예술가가 큰 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주시와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주최·주관한 ‘제3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에서 전통 부문에 ‘소반 한 쌍’을 출품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학식(75) 작가다.
현대나 문화상품 부문과 달리 예년에 비해 전통 부문의 출품작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이를 붙잡고 있는 노 공예가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이번 작품은 한지를 합지하여 제작한 소반으로 시간과 공력이 들어간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청 홍 한 쌍으로 이루어진 단아하면서도 입체감이 두드러진 전통미가 돋보이는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실제 그의 작품은 골격을 모두 한지만으로 만들어서 가볍지만, 원반에는 두껍게 배접한 한지를 격자로 배치해 성인이 올라서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견고함을 보여준다. 상판 아래 옆부분과 다리 밑부분을 모양은 같으면서도 요와 철을 다르게 제작해 해체해 끼우면 완벽하게 하나를 이루도록 만드는 등 스토리텔링에도 크게 신경을 쓴 작품으로 주목됐다.
군산대평생교육원에서 한지공예를 시작한 전 작가는 한지의 매력에 끌러 전주를 오가며 한국전통문화전당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김혜미자 색지장을 만나 열정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한지공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안산종이공예공모전에서 금상,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색을 맞춰 한지를 배접하고, 문양을 파내고, 형태를 만드는 색지 작업은 고운 자태를 완성하기까지 수천 번의 손길로 매만지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
그가 고안한 학선기법은 합지를 만들 때 중간에 다른 색의 한지를 넣어 배접해 칼을 눕혀 잘라내 자른 면에 완만한 각을 만들어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색감이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내 아름답다.
전통에 머무르기 모다는 작품으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같은 것을 같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참신함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재미있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전 작가는 “재미있기 때문에 이렇게 한지공예를 하고 있지만 거창한 꿈은 없다”면서 “현대의 주거 생활에 맞게끔 전통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이를 사용할 사람들에게 딱 맞는 메시지를 담아내 흥미를 갖고 한지공예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남은 시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한번 자리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품을 붙들고 앉아 몰두하기 일쑤다. 부지런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농부의 삶이나 예술가의 삶이나 같은 모양이다.
한편, 제3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수상작은 6월 9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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