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곁을 지키며 인생 2막을 담는 평택 ‘두 자매 집’

영암 세 자매의 집 그리고 평택 두 자매의 집. 지난해 1월, 월출산 자락에 각자의 집을 짓고 ‘따로 또 같이’전원생활을 시작한 세 자매를 만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는 평택의 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눈이 내린 다음 날이라 혹여 외관 촬영이 어려울까 염려하는 마음마저 묘하게 데자뷔처럼 겹쳐졌다. 두 곳의 집 모두 같은 건축업체가 지었다는 점에서 ‘혹시 집의 모습도 닮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그러나 마을 어귀를 지나 마당에 들어선 순간, 영암의 집과는 전혀 다른 결의 풍경이 펼쳐졌고, 이 집만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차분히 밀려왔다.

이형우 기자 | 사진 남두진 기자 | 협조 재영건설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평택시 현덕면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580㎡(175.45평)
건축면적 99.34㎡(30.05평)
연면적 99.34㎡(30.05평)
건폐율 17.40%
용적률 17.40%
설계기간 2024년 5월 ~ 7월
시공기간 2025년 4월 ~ 8월

설계 및 시공 재영건설㈜ 1533-0304 www.jae-young.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점토기와
외벽 - 점토벽돌
데크 - 석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지정마감
내벽 - 지정마감
바닥 - 판넬히팅 위 지정마감, 몰탈 위 타일마감/현관
단열재 지붕 - THK260 그라스울 단열재
외벽 - THK150 그라스울 단열재
창호 독일식 시스템창호(알파칸)
도어 현관 - 스틸도어
실내 - 영림
주방기구 예림
위생기구 대림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경동)
재영건설 큐알코드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
평택이 고향인 두 자매는 팔남매 중 일부로, 각각 평택 안중읍과 안산시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 왔다. 십수 년 전, 평택항과 아산만 삽교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 땅을 미리 매입해 두었다. 인근에는 자족형 신도시인 화양지구 개발이 한창이지만, 이들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도시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 아니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단조롭지 않고 단열과 함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는 망입유리 슬라이딩 도어로 중문을 설치한 현관. 바닥의 타일 마감은 실용성과 내구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실내 문턱을 제거한 바닥 레벨 처리 디테일. 작은 배려가 일상의 편안함을 만든다.
두 가족은 모두 아파트 생활을 하며 층간 소음 문제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겪었다. 새벽 시간 항의 방문을 받기도 했고, 일상은 점점 위축됐다. 그 경험은 이들에게 집이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터전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남겼다.
“시골이 정말 좋아요. 공기도 맑고, 새벽에 깨어 움직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도시와 아파트가 편하다고들 하지만, 시골 사는 맛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집을 거의 완성해 갈 즈음 달팽이와 돈벌레를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곧 그것이 생태 환경이 살아 있다는 증거임을 깨달았다. 지금도 안산 사는 손녀는 집에서 달팽이를 키우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은 그렇게 일상이 됐다.
나란히 자리한 두 채의 집은 ‘따로 또 같이’라는 자매의 삶을 닮았다.
같은 듯 다른, 공간 만족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재영건설의 평택 인근 여러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신중히 결정을 내렸다. 건축주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맡기기로 했다. 당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고려했으나, 상담 과정에서 경량 목구조로의 전환을 제안 받았다. 비용 절감과 친환경성 그리고 전원주택에 어울리는 따뜻한 물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두 자매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집의 방향은 점점 명확해졌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 사이에 눈높이 정도의 가벽을 설치해 부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완성된 주택은 단층 규모로, 검은색 점토기와 지붕과 그라데이션 점토벽돌 외벽이 조화를 이룬다. 뒤편의 아늑한 산세와 앞쪽의 시원하게 열린 들판 풍경 사이에서, 집은 과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든다.언니는 지붕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한다.
“벽돌 색과 기와의 블랙 톤이 잘 어울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마을 분들도 하나같이 지붕과 벽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줍니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과 주방 공간. 동선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이처럼 외관의 완성도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마을과의 조화 속에서 더욱 빛난다.동생은 내부 공간, 특히 널찍하게 설계한 거실과 주방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남편이 맏이라 제사 등 집안 행사가 잦은 점을 고려해 공용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또한 미래를 대비해 문턱을 최소화하고 동선을 정리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질 상황을 염두에 둔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은, 이 집이 단순히 현재를 위한 공간이 아님을 보여준다.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정한 구성으로 계획한 침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시작을 부드럽게 연다.
콘크리트 마당의 이유
이곳 주택, 특히 동생분 집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요소는 마당이다. 일반적인 전원주택과 달리, 상당 부분이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다. 언뜻 보면 아쉬울 수도 있으나, 사연을 듣고 나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부지에 경사가 있어 옹벽 설치에만 약 8,000만원이 들었다. 게다가 토질 대부분이 황토라 비가 오면 질척일 우려가 컸다. 잔디나 자갈 마감도 검토했지만,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해 콘크리트를 선택했다. 예상보다 두텁게 시공하며 2,000만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생활의 효율을 우선한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자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두 자매 모두 화초를 좋아해 마당 한 켠에 텃밭을 마련하고 채소와 꽃을 심었다. 특히, 꽃을 사랑하는 언니는 안방 앞에 선룸을 설치해 겨울에도 화분을 가꾸고 꽃을 즐긴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도 계절은 여전히 자라고 있다.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정한 구성으로 계획한 침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시작을 부드럽게 연다.
수납장에 부착한 큰 거울이 확장감을 불러오는 욕실
노년의 설렘을 담는 집
집을 짓고 난 뒤 두 자매의 일상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매일 안중 읍내로 나가 탁구를 치며 땀을 흘리고, 들판 위로 노을이 물들 무렵이면 거실에 나란히 앉아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곧 봄이 오면 논농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초보 농부로서의 도전이지만, 두 자매의 표정에는 부담보다 설렘이 먼저 읽힌다.
이 집은 화려하거나 과장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도시의 소음 속에서 지내온 이들이 선택한 삶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로 지었지만 서로의 곁을 지키고 현재의 편안함과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고려한 공간이다. 평택 들판 위에 나란히 선 두 채의 집은 그렇게 노년의 인생 2막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시작하고 있다.
단정한 처마선과 벽돌 텍스처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눈에 띈다. 상당 부분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마당은 관리 효율을 선택한 현실적인 판단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