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바라만 봐도 멋졌던 스타… 벌써 타계 6주기라니[그립습니다]
살아오면서 영광의 순간도, 굴욕의 순간도,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본 그야말로 젊은 시절 ‘청춘은 맨발이다’란 타이틀처럼 하루를 25시로 놓고 뛰며 살아온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대스타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는 11월 4일이면 타계한 지 6년이 되는 신성일 배우.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움츠러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만하지 않으면서 자유인으로, 로맨티스트로 살았다. 젊은 시절 백수건달일 때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리고 운동하며 심신을 단련했단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청계천에서 호떡 장수를 하면서 고달픈 삶을 꾸려가기도 했다는데, 배우가 되고 나서도 처음에는 스태프들을 도와 궂은일을 해가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승마, 검도 등을 배우고 운동으로 몸을 만들며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다.
신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자유인이자 가장 뜨거운 삶을 산 로맨티스트이고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동한 영화인이다. 1937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는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뒤 ‘맨발의 청춘’ ‘초우’ ‘만추’ ‘안개’ 등 506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하며 1960~1970년대 청춘스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한국영화배우협회 초대 이사장,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등 굵직한 책임도 맡았다.
아주 우연찮은 기회에 그를 만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를 직접 만나게 되는 설렘 속에 다소 얼뜬 모습으로 주춤할 때 마치 오랜 친구처럼 특별히 감싸주며 정겹게 대해주시는 바람에 격의 없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교제를 이어가던 어느 날 음악회에 초대를 받고 일찌감치 예술의전당으로 갔는데 입장 티켓을 본인이 직접 창구에 가서 교환해오면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왔다. 사연을 들은즉 한 시민이 대스타를 알아보고 ‘아직도 살아 있느냐?’고 했단다. 그때 정말 힘들게 투병 중이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는 했다. 그 힘든 가운데 초대를 했으니 나야말로 행운의 사나이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말 한마디 때문에 화난 모습을 훌훌 털어내고 미묘한 상황은 종료되었다. 말이란 누구든지 아무에게나 함부로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 보았다.
2018년 초 어느 날 본인의 책을 직접 갖고 와서 선물로 주셨다. 즉석에서 사인을 부탁하면서 특별하게 겉표지에 해달라고 했다. 보통은 표지 안쪽에 사인을 받는데 ‘겉표지에 해 달라!’는 말에 ‘이거 괜찮은데?’하면서 큼지막하게 신성일 이름 석 자를 책 표지 위에서 아래로 가득 채워주셨고, 내 이름도 표지의 저자 이름보다 더 크게 써주셨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화폐가 발행되어 작지만 선물로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그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보면 볼수록 정말 멋진 분이다. 정말로 그냥 바라만 봐도 멋졌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왔으니 잔잔히 들려주는 삶 속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이었다. 살아온 삶이 후회되지 않으니 그야말로 멋진 인생인 것이다. 경북 영천에 아름다운 한옥 성일가(星一家)를 짓고 서울, 대구를 오가며 투병과 치료의 삶을 사는 동안, ‘있을 때 꼭 한번 다녀가라!’고 영천으로 초대받았지만, 생전에 가보지 못한 것이 지금껏 후회막심한 아쉬움이다. 왜냐하면 심중한 투병 소식을 접하고 얼마 안 있어 정말 가고 싶지 않았을 텐데 아주 멀리 색다른 여행을 떠나셨으니 말이다. 그 여행조차 남들과는 분명 다르게 떠난 것이다.
‘나는 은퇴라는 말은 쓰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영화인입니다. 영화배우보다 영화인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올바른 한국영화 정신을 지닌 영화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생전에 본인이 평상시 외쳤던 말처럼 그렇게 영화인으로 살다가 영화인으로 떠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의 영정사진마저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생전에 가까이서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한 시대를 멋지게 풍미하고 떠난 최고의 스타 영화인 신성일 선생님이 여전히 그립기만 하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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