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따돌림 논란’ 하니, 국감서 눈물…“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이런 일 없을 텐데”
‘직장 내 괴롭힘’ 조목조목 증언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이런 직장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선배, 후배, 동기, 연습생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팝 아이돌 최초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뉴진스 하니(20)가 마지막 발언을 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가 이 곳에 나오지 않으면 또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누구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진스 하니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소속사 어도어 전 대표인 민희진과 모회사 하이브 분쟁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 아티스트 뉴진스와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아티스트인 아일릿과 아일릿의 여성 매니저 사이에서 불거진 사건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룹의 따돌림 의혹은 앞서 지난달 11일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 이후 불시에 올라온 뉴진스 멤버들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하니는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했는데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며 “왜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니의 발언 이후 뉴진스 팬덤 버니즈는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니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국정감사에 참고인과 증인으로 요청된 것도 이러한 민원과 청원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환경노동위원회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생겨나는 만큼 노동법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나 “일하는 사람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특히 뉴진스 하니가 겪은 일을 토대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연예인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니는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하라’는 발언을 비롯해 해당 일이 담긴 CCTV 삭제 의혹, 고위 관계자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거나 하이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 뉴진스의 욕이 올라온 것 등에 대해 언급했다.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그러나 “하니 씨가 언급한 사건에 대해 최선을 다해 파악하려 했으나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하니씨가 이런 심정을 가지고 지내온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아티스트가 보다 편안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 안 위원장이 하니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시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항상 저희를 지켜주신다고 했는데 지켜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나 미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국정감사에선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한 ‘엔터 공룡’ 하이브 사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을 언급, 구성원과 아티스트들이 놓인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특히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올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의 지난한 분쟁 이후 소속 아티스트를 비롯해 구성원들이 겪어야 할 혼란에 대해 지적했다.
우 의원은 하니가 “최근 겪은 일들을 보면 하이브가 우리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것을 거론하며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전 대표 사이의 갈등도 연관이 됐을 것으로 보냐”고 물었다.
하니는 “그런 관계에 있다 보니 (물론) 없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굳이 그것을 떠나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러한 갈등이 내부 구성원들 사이로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내부에서 대주주 간의 갈등이 있을 때 구성원들의 팀이 갈려 괴롭히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우려가 되는 것은 김주영 대표에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신고 센터 운영 등의 일반적인 사안만 언급했다. 하니 팜 씨는 물론 ‘무시하라’고 발언한 매니저 역시 대주주간의 싸움에 낀 피해자일 수 있다. 모든 구성원과 아티스트가 이들 싸움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2022년 9월 하이브에서 근무 중 쓰러졌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뒤 며칠이 지나 사망한 직원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정 의원은 “여기 있는 환노위 위원들은 이 사건을 과로사라고 보는데, 김주영 대표께선 ‘질환으로 사망’이라고 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확인해보니 산재 신청이 없었다. 과로사에 대한 은폐가 아닌가 싶다”고 물었다.
김 대표가 이에 “하이브엔 은폐는 없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부검을 안하지 않았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부모님과 상의했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정 의원은 “원래 은폐는 가족과 합의해 시작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뉴진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비롯해 하이브 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언급,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자리으뜸기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하니는 지난 시간 겪어온 일들에 대한 소회로 “우리는 인간이잖아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종종 인간이라는 것을 잊는 것 같다”고 몇 번이나 토로했다. 하니의 발언에 국정감사에서도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혜경 의원은 “하니 씨의 ‘우리는 인간이잖아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울컥해졌다. 그동안 많은 노동자들은 우리는 인간이라고 말하며 저항의 목소리를 냈다”며 “하니 님이 한 것은 ‘우리도 노동자’라는 목소리를 내는 역사적 순간이다. 그 용기를 응원한다”고 했다. 우재준 의원은 “하니 팜씨, 오늘 용기내 나와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뉴진스 만이 아니라 선후배, 연습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국정감사를 마무리하며 하니는 마지막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그는 “많은 분들이 한국에 와서 왜 이런 경험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는 글을 많이 보내주신다”며 “전 베트남계 호주인인데 한국에 와서 좋아하는 멤버와 사람들을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나라인데 뭐가 죄송하신지 모르겠다. 진짜 죄송한 분들은 나와서 이야기하지 않고 숨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대사관에서도 걱정이 돼서 연락을 해주고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너무나 감사했다. 만약 제가 또 나와야 한다면 그 땐 한국어 공부를 더 해서 나오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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