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일본은 협력 파트너"라는 윤 대통령‥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침묵하나

윤상문 2023. 3. 12. 21: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VCR ▶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마치.

후쿠시마 원전과의 거리가 채 10km도 되지 않는 마을입니다.

일부 지역은 이제 거주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빈집이 더 많습니다.

[이노우에 도시히로/원자수소폭탄금지일본국민회의 사무국 차장] "오쿠마마치 전체 중에서 (거주 금지가) 해제된 곳이 20% 정도인데요. 일부 사람들만 돌아온 상태이고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빈집입니다."

원전 쪽으로 좀 더 들어가 봤습니다.

길가에 쌓인 검은 봉투들이 보입니다.

오염된 흙이 담긴 봉투입니다.

이른바 '중간저장시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저장하는 곳입니다.

[치바 히로아키/중간저장시설 관계자] "이런 봉투가 약 1천4백만 개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오염토는 봉투에서 꺼내 땅 아래 묻습니다.

[치바 히로아키/중간저장시설 관계자] "녹색 포로 덮인 곳은 (지하) 5미터까지 흙(오염토)이 들어간 현장입니다."

원전이 보이는 언덕에 도착하자, 차량에서 잠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원전과의 거리는 불과 2백 미터 정도.

기준치의 12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측정됩니다.

[치바 히로아키/중간저장시설 관계자] "여러분이 계시는 여기 위의 (시간당) 방사선량 값이 1.4 마이크로 시버트(μSv)입니다."

건물 주변엔 거대한 탱크들이 빼곡합니다.

네, 바로 방사성 오염수가 보관된 탱크죠.

땅에 묻힌 오염토와 달리, 오염수는 곧 태평양에 방류됩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방사성 오염수 130만 톤이 저장돼있습니다.

일본은 올해부터 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죠.

저 안에선 지금 방류를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오염수 일부는 언젠가 우리 바다까지 들어오고, 태평양에서 잡힌 수산물도 우리 밥상에 올라올 텐데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고, 바닷물로 희석까지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정말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건지, 또 우리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건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후쿠시마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원전에서 남쪽으로 50km 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이곳에선 매일 2-3백 톤의 물고기가 잡혀 들어온다는데요.

물고기가 하역되면, 어종 별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합니다.

[마에다 히사시/오나하마 어업협동조합 관리부장] "모든 어종을 측정합니다. 전문기관에서 1kg당 50 베크렐(Bq) 이상이라고 판단하면, 그 생선은 바로 출하가 정지됩니다."

어협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정한 1kg당 100베크렐보다 기준이 엄격하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매일 잡혀 들어오는 2-3백톤의 물고기 중 실제 검사가 이뤄지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마에다 히사시/오나하마 어업협동조합 관리부장] "<한 어종이 1천 마리가 잡혔다고 하면, 여기까지 와서 검사되는 것은?> 1천 마리 중 몇 마리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후쿠시마 지역에선 '방사능 물고기'가 잡혔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츠모토 사쿠라/후쿠시마현 오나하마항 수산시장 상인] "후쿠시마현산이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종종 있긴 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그 정도로 하진 않고‥"

그래서인지 수산시장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 분위깁니다.

[하라다 카즈토/후쿠시마현 오나하마항 수산시장 상인] "개인적으로 별로 신경은 안 써요. (방류를 해도) 완전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겨우 회복되고 있는 이미지가 다시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모우에 타쿠미/훅쿠시마현 오나하마항 수산시장 상인] "원전 사고 때는 뜬소문에 의한 피해가 이 정도였어요. 지금 겨우 이 정도로 줄었는데, 다시 오염수를 방류하기 때문에 이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원전 인근 어민들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원전 북쪽에 있는 신치마치항.

50년 넘게 어부 생활을 했다는 오노 하루오 씨를 만났습니다.

12년 전 지진과 쓰나미로 모든 걸 잃었다고 했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현 신치마치항 어민] "집도 흘러갔고…다 흘러가서 남은 건 이 배 뿐이었어요. 동생은 (다른 배를) 해안에 꺼내려고 했는데, 쓰나미에 휩쓸려서 죽었어요."

방류 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왜 후쿠시마 사람만 또 피해를 입어야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오노 하루오/신치마치항 어민] "우린 그야말로 피해자인데 정말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는 정책을 한다면 정말 여기서 배출할 수가 없는 거예요. 수도권인 도쿄에서 배출하고, 오사카에서 배출하고 모두 평등하게 분산하면 되잖아요 다들 부담해서‥"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방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노 하루오 / 후쿠시마현 신치마치항 어민] "저희들에게 바다는 직장이니까… 앞으로 몇십 년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거예요."

◀ 기자 ▶

일본 어업협동조합은 공식적으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헛소문으로 인한 피해, 일본말로 이른바 '풍평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물론 오노 하루오 씨처럼, 오염수 자체가 문제라는 어민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어민과의 협의 없이는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겠다던 당초 약속을 깨고, 결국 방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 VCR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금도 하루 1백 톤 정도씩 늘고 있습니다.

12년 전 원전 사고로 원자로 건물에 균열이 생겼고, 그 틈으로 지하수가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로 내부엔 늘러붙은 핵연료 찌꺼기, 즉 '데브리'가 있는데요.

핵 분열은 멈췄지만, 여전히 '붕괴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냉각수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 방사능을 띤 냉각수에 지하수가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는 건데요.

전체 탱크 용량이 137만 톤인데, 벌써 96%, 132만 톤이 찼습니다.

그런데 탱크를 더 지을 땅이 없다는 게 일본 입장입니다.

[마사시 고토/원자로 건물 설계 전문가] "제가 보기에 그건 궁색한 변명이고, 진짜로 확보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자로 내에서 폐연료를 꺼내는 등 '폐로' 작업을 하려면 탱크를 지을 공간이 없다는 건데, 사실 이 폐로 작업은 당장 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사시 고토/원자로 건물 설계 전문가] "녹아내린 핵연료 찌꺼기를 꺼내 두기 위한 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건데, (원자로에서) 핵연료 찌꺼기를 꺼내려면 몇 십 년 뒤에나 가능해요."

◀ 기자 ▶

물론 일본 정부가 오염수 그대로 바다에 버리겠다는 건 아닙니다.

'ALPS' 라는 정화 장치를 통해 세슘, 스트론튬 같은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뒤, 규제 기준보다 낮은 오염수만 방류하겠다는 방침이죠.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규제 기준의 1/40 수준이 되도록, 바닷물로 희석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도쿄전력이 공개한 오염수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방류되는 오염수가 제대로 정화가 된건지, 일본의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겁니다.

◀ VCR ▶

지난 1월 열린 국회 토론회.

미국의 핵 물리학자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 포럼은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태평양 18개 섬나라들의 협의체입니다.

페렝 교수는 일본측 데이터에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페렝 달노키-베레스/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오염수에 관한) 데이터가 방류 결정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스트레이트>는 페렝 교수와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그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가 기본적인 정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페렝 달노키-베레스/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같은 방사성 핵종인데도 [파일마다 측정 단위가 달랐습니다] (샘플이 채취된) [탱크 이름]과 같은 중요한 정보도 누락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ALPS로 62개 방사성 핵종을 걸러낼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측정이 이뤄진 건 몇 개 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페렝 달노키-베레스/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소수의 방사성 핵종들만 샘플로 분석됐습니다. 9개 핵종을 넘은 적은 거의 없었고, 잘 알려진 [64개 핵종 전체는 한 번도 분석된 적이 없습니다.]"

분석된 샘플이 제대로 채취된 건지도 의문스럽다고 했습니다.

거대한 탱크 하부에는 슬러지, 즉 미립자들이 쌓일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탱크 위, 중간, 아래 어느 곳의 샘플이냐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페렝 달노키-베레스/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탱크 안을 섞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샘플이 얼마나 대표성을 갖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데이터 자체도 이상했다는데요.

스트론튬 90과 세슘 137은 반감기가 거의 같아서 그 비율이 일정해야 하는데, 탱크마다 비율이 크게 달랐다는 겁니다.

[페렝 달노키-베레스/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두 개의 핵종은) 화학적인 영향이 없다면, [항상 같은 비율이어야] 합니다. 만약에 'ALPS' 처리 이후 (두 핵종의) 비율이 크게 달랐다면, 'ALPS'가 두 물질을 처리하는 능력이 [변동성]이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도쿄전력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 기자 ▶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중 70% 정도가 일본 정부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당초 일본 정부는 ALPS로 62가지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뒤에 탱크에 저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방사능 농도를 낮추지 못한 오염수가 그대로 탱크에 저장된 거죠.

◀ VCR ▶

[송진호/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고농도의 오염수를 지금이라도 빨리 처리를 해서 저농도의 오염수를 만들어 놓으면 혹시 뭐 사고가 나서 걔네들이 방류가 돼도 문제가 없는데 그 작업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이 사실은 지난 2018년에 처음 알려졌는데요.

당시 열렸던 공청회에서 주민들은 도쿄전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 공청회(2018년 8월 30일)] "삼중수소 외에 기준치를 넘은 반감기 1,570만 년의 요오드 129, 스트론튬 90, 루테늄 106 등의 여러 핵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이것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정보를 공정하게 공개하지 않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0년엔 ALPS가 '탄소14'라는 물질도 제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장마리/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자료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탄소14'가 계속해서 측정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도쿄전력이 밝히지 않았지만, (ALPS 정화 장치로) 탄소14도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저희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명시했죠."

그러다보니 도쿄전력의 공개 자료는 일본 내에서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쿠로카와 기요시/전 후쿠시마원전사고 독립조사위원장] "일단 신의를 잃으면 좀처럼 “그게 아니었어”라고 말해도 믿기 힘들잖아요. (그럴 때) 신뢰 가능한 제3자를 데려와서 같이 이야기 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기자 ▶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본이 문제가 있는 데이터를 갖고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트레이트>는 직접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 VCR ▶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는, 지난 1일에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질문지를 보냈더니,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TV 카메라 없고, 사진 촬영도 없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라면 대응할 수 있다"며 조건을 붙인 건데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직 취재 승낙을 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고 인터뷰를 재차 요청했지만, 결국 닷새 뒤,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도쿄전력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먼저 데이터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물어봤는데요.

서면으로만 간단한 답변이 왔습니다.

도쿄전력은 "전문가 질문에 응하는 형식으로 전체 개요와 기술적 내용을 설명하고,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답을 하진 않았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특히, 방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왜 슬러지 층과 섞인 상태에서 오염수 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는지도 물었는데요.

도쿄전력의 답이 좀 이상했습니다.

[도쿄전력 서면답변] "홈페이지에 공개한 'ALPS 처리수'에 관한 데이터는 탱크 내 상태와 'ALPS'의 성능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해양방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측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어떤 자료를 토대로 해양 방출을 결정한 걸까요?

[반 히데유키/일본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 "우리가 질문을 해도 답을 안 줍니다. 탱크 안에 어떤 핵종이 얼마나 있는지, 그러니까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공개된 답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방출을 정해놓고 논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 기자 ▶

재작년 4월 일본 정부가 방류 결정을 공식화한 뒤, 8월에는 구체적인 방류 방법을 발표했죠.

그리고 지난달엔, 방류 전 측정 대상 핵종을 기존 64개에서 30개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안전성 논란에도 일본의 방류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돼 왔던 건데요.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 VCR ▶

지난 2021년 4월, 정부가 작성한 오염수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이미 6개월 전 나온 이 보고서에선 오염수가 우리 국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박대출/국민의힘 의원 (재작년 4월 22일, 국회 과방위) (좌) ,엄재식/원자력안전위원장 (우)] <"그러면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일본 측에) 요청해 본 적은 있습니까?"> "제 경험으로는 지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없습니까? 일본이 그냥 자료를 원안위에 갖다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부실 대응도 함께 드러났는데요.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재작년 4월 22일, 국회 과방위)] "최근에 오염수 방류 이슈가 터지니까 ALPS (정화 장치) 성능에 대한 질의를 일본에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뒤늦은 대응도 상당히 문제죠."

[김상희 (우)/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작년 4월 22일, 국회 과방위)] "어디에서도 이 관련한 연구 없이, 어떻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안전성을 검증할 것인가‥"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주호영/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재작년 4월 16일)] "일본 따위에게 오염수 방출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빌미도 우리가 먼저 제공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선 기간 중, 정작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런 말을 해 논란이 됐었죠.

[윤석열 대통령(재작년 7월6일, '정치 참여' 선언 일주일 뒤)] "과거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를 안 삼았거든요. 그니까 그때그때 어떤 정치적인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나 우리 각국들과 협의를 해서 [투명하게] 사람들이 어떤 [의문을 갖지 않도록] 그렇게 진행되도록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페렝 교수 등이 제기한 불완전한 데이터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물었는데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검증 중'이란 답변만 내놨습니다.

[장마리/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방류를 불과 수개월 목전에 앞둔 상황에서, 어떤 데이터에 대한 [분석 의견 자체가 없다] 과학적인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가 없다는 거예요. '태평양도서국포럼'의 자체적인,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이렇게 단독적인 그리고 독립적인 분석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한국 정부는 여태까지 하지 않았다…"

실제 그런지 과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보도자료들을 살펴봤습니다.

2021년 12월 3일 자 보도자료.

일본 방사선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주요 가정과 방법론상의 의문점을 제기하고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했다"고 돼 있는데요.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다." (재작년 12월 21일)

"안전성 검토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제공을 지속 촉구하겠다." (작년 7월 22일)

"오염수에 대한 분석 및 영향 평가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파악했다." (작년 12월 22일)

방류 결정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검토, 촉구, 파악하고 있다는 내용 뿐 구체적 결과는 나온게 없습니다.

지난달엔 일본이 방류 전 측정 대상 핵종을 64개에서 30개로 줄이면서 파문이 일었죠.

이때도 정부는 "기술적인 사안에 대해 상세히 토의한 바 있다"며 "지속적으로 검증하겠다"만 했을 뿐입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외교통일위)] "대한민국 정부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본 입장이) 사전에 구체적으로 우리 측과 토의한 내용이다'라고만 언급을 해서 국민들이 당황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론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검증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과학자 1명도 재작년 7월부터 검증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IAEA 보고서.

지난해 오염수 탱크에서 세 차례에 걸쳐 샘플을 채취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도 보냈다고 나와 있습니다.

샘플을 어떤 탱크에서 얼마나, 어떻게 섞어서 채취했는지도 자세히 적혀 있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서야 샘플을 받았다는 내용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분석 과정이나 내용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외교통일위)] "정부가 적시에 그리고 제대로 된 구체적인 검증들 그리고 사실 정보들을 일본 측에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가 만약에 검증을 함께하고 있다면 관련된 내용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마나카 테츠지/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연구원]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나름의 위험도는 있습니다. 도쿄전력이 사고를 통해 이미 방사선 물질을 많이 방출했으니까, 이 이상 여분의 방사선을 방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양학자들은 방사성 핵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리치몬드/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보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희석될 거라고 가정하는데요. 화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생물학적 과정은 고려하지 않는 생각]입니다. 방사성 물질이 생물체에 흡수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전이되면서, 축적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규제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만 볼 순 없다고 말합니다.

[로버트 리치몬드/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태평양도서국포럼 자문단)] "(IAEA는) 생물학적인 전문성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규제 기준들이 최신의 과학 자료를 근간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사실이고, 그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작년 12월, 100곳이 넘는 연구소가 회원으로 있는 전미 해양연구소 협회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빠져 있고, 방류 계획이 생물 농축 등 생물학적 과정을 무시한다"는 내용입니다.

윤상문 기자(sangmo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63320_28993.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