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뜯긴 피해자 두 번 울린 해군…내부고발 외면 되레 불이익
강압 못이긴 부하 장교들 수사·진급 배제 논란
용기 낸 내부고발·금품 압박 피해자 구제 미흡
해군 “법 따라 징계조사중…정상 참작할 수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령 출신 해군 간부가 부하 장교들에게 진급을 운운하며 골프채를 비롯한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군의 후속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군은 논란을 야기한 해군 대령 출신 전 보급창장 A씨를 지난 8월 말 직위 해제했다.
문제는 해군이 A씨에게 금품을 강압적으로 뜯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부하 장교들까지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를 벌이고 사실상 진급에서 배제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해군본부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A씨가 2020년 해군 군수품 보급을 총괄하는 보급창장으로 있으면서 B소령에게 진급 관련 언급을 하며 14만9000원 상당의 골프채를 요구해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그래 가지고 진급하겠냐. 네가 진급하기 싫구나”라고 언급한 뒤 특정 골프채를 메신저로 공유하며 “혹시 이거 기부하실 의사는”라고 물었고, 이에 B소령이 “ㅎㅎㅎ 물건을 먼저 확보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다시 “지켜보겠음 소요시간을…”이라고 압박했다.
A씨는 또 B소령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번에 진급 준비 잘하고 있냐, 진급 관련 병과장 의견서 곧 쓸 것이다, (해군참모)총장님과 내가 아주 친하다”며 영향력을 과시한 뒤 이튿날 “정장용 구두 구해봐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B소령이 답을 하지 않자 “답 안하나 ㅅㅋ야, 좋은 거루 잘 구해봐 ㅅㅋ야, 너의 수준을 보자”고 강요해 결국 119만원 상당의 명품 구두를 받아냈다.
A씨의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2020년 말 보급창장에서 해군본부로 옮기게 되자 C·D중령과 E소령에게 평소 자신이 갖고 싶었던 골프채를 선물하도록 요구해 3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았다.
또 2021년 1월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차장 및 병과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집무실에 둘 수족관과 새우를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부대원에게 갹출을 지시해 현금 36만원을 뜯어냈다.
이밖에 부하 장교에게 아들 임관식을 빌미로 꽃다발 대신 상품권을 요구하는가하면 자신의 배우자와 주말·공휴일에 골프를 함께 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A씨가 직무와 관련해 부하 장교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한 금액만 239만원에 달했다.
A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현역 대령으로 보급창장을 지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전역한 뒤 군무원 신분으로 보급창장에 다시 임명됐다.
감사원은 A씨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국방부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해군참모총장에게 군무원인사법에 따라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해군은 A씨를 직위 해제하고 해군본부 검찰단 주관으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해군은 A씨와 함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일부 부하 장교들까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A씨는 평소에도 진급대상 장교들에게 수시로 ‘네들 진급시키는 건 어려워도 고춧가루는 뿌릴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일삼았는데 이는 해당 병과는 물론 다른 간부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피해자들이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 신분으로서 병과장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어 “감사원 감사 때 A씨가 다른 금품을 요구해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 추가 처분이 두려워 진술을 꺼렸는데 몇몇이 적극 진술하고 감사에 협조해 A씨의 부도덕성을 밝힐 수 있었다”며 “결국 용기를 내 내부고발에 나선 장교들만 피해를 입게 됐는데 해군의 피해자 구제는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경우 A씨에 대한 징계만 요구했지 부하 장교들에 대한 조치는 거론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명예퇴직 제외와 호봉승급 제한, 당해연도 성과금 제외, 그리고 연금 감액 등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현재 해군은 부하 장교들에 대한 처벌을 포함해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군 관계자는 “뇌물 혐의는 뇌물 공여자와 수뢰자를 함께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징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내부고발이라는 사정은 정상 참작 사유로 삼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A씨로부터 사실상 강요받아 금품을 상납한 부하 장교들은 올해 중령과 대령 진급선발에서 일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해군 보급병과는 장교 총원이 170여명에 불과한데 한번 진급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만의 하나 수사 결과가 징계나 형사처벌로 결론나면 군인 신분 특성상 진급과 연금 등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상급자에게 금품을 뜯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일단 진급 배제가 아닌 유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급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며 “비위 연관자가 진급 선발시 진급심사에 대한 공정성 훼손 등을 고려해 조치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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