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셔서” “정신질환” “기억 안 나”…연이은 ‘이상동기 범죄’
지난해 7∼8월 서울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있은 지 수개월만에 또 유사한 범죄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전날 ‘수원 편의점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한 편의점에서 손님으로 방문했던 5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B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람은 그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던 A씨는 경찰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험담하고 죽이려는 거 같아 내가 먼저 해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편의점에는 A씨와 B씨 외에 종업원 1명과 손님 2명 등 3명가량이 더 있었다. 평일 대낮에 일상적인 공간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일인 만큼 B씨는 물론, 다른 목격자들의 정신적인 충격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던 박대성은 사건 당일 가게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돌연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온 뒤 그곳을 지나던 C양을 800m가량 쫓아가 공격했다. 검찰은 박대성이 경제적 궁핍, 가족과의 불화, 소외감 등이 누적된 상태에서 개인 불만을 해소하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올해 5월 19일 새벽 4시 42분께는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거리를 걷던 외국인들이 돌연 습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평소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에게 악감정을 가진 D씨(37)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처음 본 40대 외국인 남녀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D씨는 지난달 12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전국에서 잇따른 이 이상동기 범죄들은 피의자가 정신질환을 앓거나 술에 만취해 있는 상태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톰점이 있다.
피의자들은 경찰에 검거되는 순간에도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거나 범행 당시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뚜렷한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지난해 8월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처럼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시민들의 불안 및 불필요한 공포감을 키우기도 해 문제가 크다”며 “국가 치안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져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표현에 매몰돼 피의자 각각의 범행 동기를 그저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만 치부하면 오히려 대책 마련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중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르기까지는 가족 문제, 실업, 이성 관계 단절, 기본 성향 등 나름의 원인이 작용하기 마련”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조직체 등을 마련해 관련 범죄에 대한 통계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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