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볼버' 임지연 "러닝타임 2시간 온전히 채우는 배우로 성장하고파"

모신정 기자 2024. 9. 13.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임지연/사진제공=아티스트 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리볼버'는 유독 매력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로 풍성한 작품이다. 부나 명예 혹은 성공의 잣대를 들이댔을 때 실패에 가까운 인생들이지만 각자의 개성이나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뚝심, 에너지들을 살펴 보자면 '이렇게 풍부한 캐릭터들의 조합이라니'하는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그것도 국내에서 연기로는 가장 앞줄에 서있는 전도연, 전혜진의 조합에 '더 글로리'로 연기 인생 황금기를 맞은 임지연이 가세했으니 이들의 핑퐁 호흡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히 시간 순삭이다.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임지연은 남다른 의도로 하수영에게 접근하지만 끝내 그녀의 우군이 되는 마담 정윤선 역을 연기했다. 

"그동안의 작품들에서는 캐릭터나 스토리 분석을 정말 많이 했었어요. 한 인물의 모든 호흡이 전부 다 계산하고 나서 연기한 것들이었죠. 그런데 '리볼버'는 난다긴다하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 속에서 시작이 됐어요. 어느 날 용기를 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산하지 않고 분석하지 않고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주위의 반응에 집중해서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했죠."

임지연의 설명에 따르면 정윤선은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함께 했던 전작 '무뢰한'의 술집 마담 김혜경의 어린 버전 같은 여자다. 톡톡 튀고 활발하지만 지하 세계를 많이 겪었고 산전수전 다 겪고 여러 남자들을 거쳤을 것이라 설정했다. 

"윤선이는 누군가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또 접근해서 돈을 뜯어내는 게 일상화된 여자로 생각했어요. 그 처지가 싫지만 당연한 듯 살아온 여자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생각으로 하수영에게 접근을 하는데 임석용(이정재)이 만난 전 여자였고 나와 같은 불륜녀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 멋있고 쿨한거죠. 그런 모습에 반해 조금씩 변해가는 정윤선의 모습을 미묘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임석용은 정윤선의 지나가는 남자 여러 명 중 한명이 아니었을까요."

배우 임지연/사진제공=아티스트 컴퍼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재학시절 스스로를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지칭하고 다닐 정도로 오랜 시간 배우 전도연의 열혈 팬이었다. 오랜 시간 롤모델로 생각해왔던 전도연을 한 작품에서 조우하는 일은 긴장되면서도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선망하는 자와 선망 받는 자가 아닌 일대 일의 인물로서 전도연과 맞대면하는 일은 '리볼버' 현장의 기쁨 중 하나였다. 

"평소 성격상 저는 많은 걸 표현하고 하트를 뿅뿅 날리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윤선의 삶을 살아가야 했기에 도연 선배님께 애정 표현을 많이 못했어요. 그저 멀리서 배우고 또 지켜봤죠. 선배님 분량을 찍으실 때 모니터를 계속 지켜봤는데 매순간이 배움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동경하고 존경한 선배님과 인물대 인물로서 만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됐어요. 저 또한 하수영처럼 스크린을 2시간 러닝타임 내내 꽉 채우는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낼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를 너무 사랑하기에 관객분들이 러닝타임 2시간을 집중하실 수 있는 스토리를 채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도연 뿐만 아니라 '리볼버'에는 이정재, 정재영, 김종수, 정만식, 김준한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자웅을 겨룬다. 임지연은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하기에 앞서 불안감도 엄습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청 무서웠죠. 제가 쫄았어요. 다 선배님들이시고 정윤선은 주요 배역이기에 저도 잘 해내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것도 저에게 주어진 기회인데 그냥 모든 걸 내려놓자 싶었어요. 김종수 선배가 그러시더라고요. '지연아, 너 술 먹을 때 나오는 모먼트 있잖아. 그걸 해봐'라고요. 이번 기회야말로 제가 다르게 연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어요. 현장에서 즉흥으로 해보고 나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동안 모든 걸 계산해서 움직였다면 감각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 또한 즉흥적으로 몸소 해낼 수 있는 배우이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죠."

임지연은 송승헌과 함께 한 영화 '인간중독'(김대우 감독/2014)에서 파격 노출 정사신을 펼치며 화제 속에 데뷔했다. 이후 영화 '간신'(민규동 감독/2015)와 '럭키'(이계벽 감독/2016), '타짜:원 아이드 잭'(권오광 감독/2019), '유체이탈자'(윤재근 감독/2021)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로는 SBS '상류사회'(2015)와 '대박'(2016),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2016~2017),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와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2), '국민사형투표'(2023) 등에 출연했다. 임지연은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연기력을 성장시켰고 꾸준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지난 2022년 '더 글로리'의 연진 역으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그동안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죠. 특히 연진이는 정말 강렬했고 '더 글로리'가 큰 사랑을 받다보니 한동안 연진이로 불려왔어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 캐릭터가 따라다니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요. '리볼버' 예고편이 나왔을 때 '또 연진이 아냐'라는 언급이 있었던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잖아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의 캐릭터들이 모두 사랑스럽고 또 그 모든 필모그래피가 저에게는 소중해요. 그런 경험들이 없었더라면 '더 글로리' 연진의 인기는 없었겠죠. 성장하고 성취해왔던 꾸준한 과정이 있었기에 '리볼버'라는 소중한 기회도 저에게 다가왔고요."

배우 임지연/사진제공=아티스트 컴퍼니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고 쾌활한 에너지를 내비쳤지만 임지연에게도 좌절과 고뇌의 시기가 있었단다. 그는 '20대 때는 힘든 시절도 있었고 연기가 너무 어려웠던 시기도 있다. '나에게 연기 재능이 많지 않구나'하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좌절도 잘 하는 편이고 자격지심도 많아요. 연기를 너무 사랑하기에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지금도 연기를 잘 하기위해 노력 중이에요. 대단한 재능은 없지만 노력 하나는 주연상감이에요. 한 때는 모든 걸 치열하고 악착 같이 달려들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퀴즈'에 출연한 황정민 선배가 하신 말씀이 어느 날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머리를 복잡하게 쓰고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황 선배님께서 '나이 들어 많은 걸 내려놨다. 그런데 연기가 잘 되더라. 좋은 순간이 찾아왔다'고 말씀하시는데 저 들으라고 하신 이야기 같았어요.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도 노력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에는 더 러프하고 라이브하게 시도해봤죠."

함께 작업한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유독 사랑 받는 걸로 유명한 임지연인 만큼 이번 작품을 향한 응원도 많았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배우 변요한, 김준면(엑소 수호) 등과 '더 글로리'에서 함께 호흡한 송혜교 등이 눈물겨운 응원을 전했다. 

"작품을 함께 한 선배님이 저를 특히 예뻐해 주세요. 특히 언니들이 저를 많이 좋아해주시죠. 제가 먼저 선배님들께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인물로서 리스펙하는 걸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송혜교 선배님께서 동은과 연진으로서 연기했던 순간들이 소중했기에 저를 많이 아끼고 응원해주셔요. 이번에 VIP시사회 때 저에게 손편지를 주고 가셨는데 '지연이가 스크린에서도 빛나길 바란다'고 해주셨어요. 정말 펑펑 울 뻔 했죠. 변요한 오빠와 김준면 오빠도 늘 크게 응원해 주세요. 서로 작품 있을 때 시사회 등에 초대해주기도 하고 함께 잘 되길 바라는 너무 든든한 오빠들이에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