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인 아버지 '리셋 증후군'!

[김세준의 오만가지 사람 마음]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아버지가 30대 아들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총기사용이 금지된 나라에서 사제 총기를 사용했다는 점과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 모두가 우리에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의자인 아버지가 아들도 죽이고 부인도 죽이고 며느리와 손자까지 죽이려 했던 시도였든, 아들만 상징적으로 죽이고자 했든, 아버지의 심리상태는 자신의 고백과 객관적 시각으로 되짚어야 할 문제다. 아버지는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리셋증후군

먼저 '리셋 증후군(Reset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버지가 총기를 만들고 집안 전체를 폭파시키려 준비한 모습은 컴퓨터가 작동이 안 될 때 끄고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자신의 꼬여버린 삶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려는 '리셋 증후군(Reset Syndrome)'일지 모른다.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18시즌 6회 ‘지옥은 비었으리’ 편에서는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아내에 대한 분노와 열등감으로 딸을 죽이려는 아버지가 나온다. ”당신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고 범죄자인 아버지는 아내에게 외친다. 결국 너 때문에 딸이 고통받고 죽는 것을 경험하라는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하고 볼품 없지만 딸을 지배하면서 아내의 굴복을 받아내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도덕과 윤리보다는 개인의 분노와 열등감이 상황을 지배하게 된다.

아들을 총기로 살해한 피의자가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자택을 경찰이 수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열등감으로 인한 분노?

피의자인 아버지는 범행동기를 묻는 경찰에겐 그 부분에 대해선 넘어가자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는 ‘내가 말해도 너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일반인이라면 자식을 죽였다는 후회와 고통이 커야 하는데, 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 자식의 부인과 손자들이 있는 곳에서 손자들의 아버지, 며느리의 남편인 자신의 아들을 자신이 만든 사제 총으로 쏴 죽였다.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관객(며느리, 존자들)들을 모아 놓고 자식을 죽인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날에 말이다.

피의자인 아버지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피의자는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생활비를 아들이 지원해 줬는데 지난해 지원이 끊겼다. 아들 사업이 잘되고 있는 데도 지원을 해주지 않아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한 아내와 20년 전에 이혼을 했고 둘 사이 반듯한 아들이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열등감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다. 그렇다면 그 아들은 아내의 소유가 아닌 아직도 나의 소유이기도 하다. 나의 소유물이 아내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망상이 아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내에 대한 열등감과 아들에 대한 적대심은 아들을 죽이는 치밀한 범행을 실행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시각으로, 아내에 대한 열등감에 따른 복수로 아들을 죽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자보다 전자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한 범행준비

피의자인 아버지는 철저한 준비를 했다. 총기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일은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이는 아버지의 성격을 말한다. 그 성격이 유능한 아내에게 매력적인 부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강박적인 성격은 아내와 갈등의 시작이었을 수 있다. 능력은 없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은, 사업을 일으키고 진취적인 아내를 보며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자극시켰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이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혼했다고 이별한 게 아니었다. 치밀하고 꼼꼼한 아버지는 이혼 상태지만 정신적인, 또 정서적인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가 결혼식을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알리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혼은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일부지만 이혼식을 한다. 이혼식을 거행하는 이유는 깨끗한 새출발을 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경제적 분리와 함께 정서적, 정신적으로 분리해야만 새출발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하지만 정서적, 정신적 분리를 하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말이다.

새출발 하지 못한 관계

아무튼 유족 측은 “피의자에게는 참작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고 입장문을 냈다. 피의자가 25년 전 잘못으로 피해자 모친과 이혼했으나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알리지 않고 살아왔다. 많은 부부들이 자식이 성장하기까지 이혼을 미루는 것처럼 이들 부부도 자식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이혼 사실을 숨겼다. 결국 이혼도 아니고 결혼 생활도 아닌 어색한 관계로 살아왔던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아오긴 했지만 아버지는 자괴감과 편집증적 문제가 발생했을 충분한 관계와 시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게 보였을지라도 아버지의 정신세계는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분노와 열등감, 적개심이 자라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 사건을 주목해야 되는 이유는 한 개인의 열등감과 분노가 공동체를 파괴하는데까지 이르기까지 방치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을 되짚어 보는데 의미를 두어야지, 단순히 사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끝마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결혼도 할 수 있고, 이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과 끝맺음이 불분명할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 김세준은 젊은시절 시민운동 단체와 연예 기획사에서 일했다. 이후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20년간 상담을 해왔다. 또한 SBS 「미워도 다시 한번」, EBS「고부가 달라졌어요」,「아이가 달라졌어요」,채널A 「그여자 그 남자」등에서 드라마치료를 진행했다. 지금은 유투브「상담 만화방」을 운영하고 “역할상담연구소”라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