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랭킹 급상승

통계는 비아냥을 부정한다
땅후루? 땅볼 요정? ‘바람의 손자(26)’를 비아냥대는 말들이다.
혹은 재수의 영역으로 외면하기도 한다. 운 좋은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데굴데굴 내야 안타, 빗맞은 플루크 타구, 코스가 좋아서 빠지는 경우…. 그런 게 자주 나온다며 애써 비하하고, 흠을 찾는다.
하지만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냉정한 숫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론한다.
흔히 WAR이라고 불리는 데이터다. Wins Above Replacement의 이니셜이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가장 포괄적으로 선수의 능력을 표현하는 지표 중 하나다.
대표적인 통계사이트 중 하나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가 떴다. 이정후가 MLB 전체에서 3위에 올랐다(한국시간 27일 현재). 투수와 야수를 모두 망라한 랭킹이다.
1위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WAR 2.3)다. 무려 4할 타율(0.408)을 유지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 외에도 출루율(0.508), 장타율(0.714), OPS(1.22) 등에서 가장 앞선다.
2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페타주(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다. WAR 2.2로 저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다음이 3위 그룹이다. 이정후와 크로우 암스트롱(시카고 컵스), 피트 알론조(뉴욕 메츠) 3명으로 이뤄졌다. 똑같이 1.8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세밀하게 보면 차이가 난다. 소수점을 내려가면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정후가 1.84, 암스트롱은 1.83, 알론조는 1.82다. 그러니까 랭킹도 다르다. 이정후가 엄연한 동메달(?)이다. 감히 4~5위가 겸상할 수 없는 자리다.

2루타 1위의 가치
이런 수치는 의미가 있다.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에서 구해주기 때문이다.
보통은 타자를 평가할 때 장타, 특히 홈런을 먼저 떠올린다. 단 한 방으로 게임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만큼 폭발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힘이 넘치는 메이저리그에서, 특히 현대 야구에서 그렇다는 게 통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단타와 홈런은 다르다. 베이스로 따지면 4배 차이다. 세이버메트릭스 시대가 중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야구를 확률 게임으로 해석한다. 때문에 정확성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면일 뿐이다.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홈런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 바람의 손자와 유독 연관성이 깊은 기록이 있다. 2루타다. 현재까지도 이 부문 선두(11개)를 달리고 있다.
그럴 때 삐딱한 시선도 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많이 치면 가장 상징적인 타이틀(홈런왕)을 얻는다. 하지만, 2루타는 다르다. 그거 많이 친다고, 무슨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논리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걸 논증하는 게 베이스볼레퍼런스의 WAR 랭킹이다.
1~5위 중 4명은 흔히 말하는 장타력을 지녔다. 홈런 숫자가 모두 5개 이상이다. 저지(7개), 페타주(8개), 암스트롱(5개), 알론조(6개).
반면 이정후는 다르다. 펜스 너머로 친 건 3개가 전부다. 경쟁자들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친다. 대신 정확하고, 날카롭다.
그의 타구는 발사각도가 낮다. 그런데 낮고, 빠르다. 그래서 상대의 외야 수비 라인도 쉽게 무너트린다. 두려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수비, 주루에서도 반짝인다
또 있다. WAR은 종합적인 평가다. 타격 이외에 여러 가지 기능을 따진다. 무기가 다양하다는 점은 큰 유리함이다.
일단 달리기도 한 요소다. 벌써 도루 3개를 성공시켰다. 3루를 훔친 것도 포함된다. 빈틈이 보이면 여지없이 파고든다. 상대 배터리가 신경 쓸게 많다. 내야수도 긴장시킨다. 득점 확률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수비도 수준급이다. 외야의 중심인 센터를 안정적으로 지켜낸다(실책 0). 빠른 발로 폭이 넓다. 어깨도 나쁘지 않다. 물론 강견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감각과 정확성이 괜찮다. 벌써 2개의 보살을 잡아냈다. (오늘 추가된 1개는 뒷부분에 언급된다.)
이런 부분들도 가산점으로 작용한다. WAR 1.8 중 타력으로 얻은 점수는 1.6이다. 나머지 0.2는 수비와 베이스러닝 등으로 추가된 포인트다.
다만 모든 통계 사이트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MLB의 경우 대표적인 두 곳이 있다. 언급한 베이스볼레퍼런스(BaseballReference)와 팬그래프스(FanGraphs)다. 각각의 평가 기준이 조금 다르다. 보통 bWAR과 fWAR이라고 구별한다.
팬그래프스의 경우 이정후의 수치와 순위는 내려간다. fWAR 1.5로 평가돼, 8위로 랭크됐다. 역시 1~2위는 애런 저지(2.5)와 페타주(1.9)다. 그런데 3위는 D백스의 외야수 코빈 캐럴(1.9)이다. 홈런 9개가 인상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안타와 보살 추가…오늘도 순풍
오늘(28일)도 계속 순풍이 분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였다. 공수에서 멋진 플레이가 이어진다.
첫 타석부터 터진다. 0-2로 뒤진 1회 말이었다.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연속 5경기째다.
타격 내용이 좋다. 94마일짜리 몸쪽 높은 코스다.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곳이다. 그걸 간단하게 요리한다. 타구 속도 98.1마일의 라인드라이브였다. 1, 3루의 득점 기회가 열렸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 추격.)
수비에서도 한 건 했다. 4회 초였다. 2사 후 레인저스 조나 하임이 좌중간 쪽 안타를 때렸다. 약간 깊은 타구에 2루까지 욕심을 냈다. 하지만 무리다. 이정후의 완벽한 송구에 걸렸다. 베이스 한참 앞에서 태그아웃 되고 만다. 시즌 3번째 보살(Asist)이 기록되는 장면이다.
2년 전이다. 베이스볼레퍼런스가 우리 팬들에게 큰 만족도를 선사한 적이 있다.
당시는 샌디에이고 주민이었다. 김하성(29)의 bWAR이 한동안 화제였다. 시즌이 한창이던 8월에는 5.3으로 내셔널리그 1위까지 올라갔다. MLB 전체에서는 공동 2위였다. 그 위에는 오타니 쇼헤이(7.9)가 유일했다.
이런 수치는 9월까지 유지됐다. 6.0을 넘기기도 했다. 화끈한 타력과 눈부신 기동력이 원천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수비력이었다. 그해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공인된 능력이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많이 까먹었다. 결국 마감 때 숫자는 5.4로 줄어들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체력적인 부담이 큰 이유로 추정된다.
바람의 손자도 마찬가지다. 선배의 경험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상 풀타임 첫 시즌이다. 긴 여름까지 준비해야 한다. 페이스를 잘 지켜야 한다. 그래야 WAR 랭킹도 유지된다.
주요 한국인 빅리거 bWAR 최고치
박찬호 4.9 (2000년)
추신수 5.9 (2010년)
류현진 5.1 (2019년)
김하성 5.4 (2023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