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국회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상한 인상과 갱신허가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동시에 악화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4년 뒤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 개장을 앞둔 시점에 규제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글로벌 VIP 고객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는 현행 총게임매출(GGR)의 최대 10%로 제한된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 상한율을 15%로 상향하고, 기존 허가제를 5년 단위 갱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총게임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누진 구조로 운영된다. 파라다이스와 롯데관광개발 등 주요 사업자들은 이미 최고 요율인 10%를 적용받고 있다.
규제 본격화 시 영업이익 평균 23% 급감

국내 카지노 사업자들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납부한 관광진흥개발기금 누적액은 약 2조465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파라다이스, GKL, 롯데관광개발 등 외국인 전용 카지노 대형 3사의 부담액은 1조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장 4곳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가 5786억원으로 가장 많은 기금을 납부했고, GKL(3603억원)과 롯데관광개발(1131억원)이 뒤를 이었다.
증권 업계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상한이 15%로 인상될 경우 주요 외국인 전용 카지노 3사의 영업이익이 19~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8년 기준 파라다이스는 2750억원에서 2150억원으로, GKL은 920억원에서 660억원으로, 롯데관광개발은 2290억원에서 185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규제 강화 움직임이 알려지자 자본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관광개발은 14.6%, 파라다이스는 13.5%, GKL은 10.8% 각각 하락했다. 신한투자증권과 iM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기금 부담 증가 시 카지노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최대 37% 감소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와 기업가치 평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해외보다 낮은 부담률…업계는 "시장 구조 달라'"
이번 규제 개편의 배경에는 주요 카지노 허브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부담률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카지노 시장인 마카오는 GGR의 35%를 게임세로 부과하고 문화·관광기금 등을 포함해 약 40% 수준의 부담률을 적용하고 있다. 베트남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35%의 세율을 부과하며, 싱가포르는 일반 고객(매스) 매출에 최대 22%의 누진세를 적용한다. 반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관광진흥개발기금과 개별소비세 등을 합한 실질 부담률이 약 15~16%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 세율 비교만으로 국내 카지노 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마카오와 싱가포르는 자국민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 시장으로 안정적인 내수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국내 카지노는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어 사업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권과 특급호텔 숙박, 식음료 등을 제공하는 이른바 '콤프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해외 카지노와 동일한 기준으로 부담을 높일 경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일본 오사카 통합리조트(IR)다. 약 10조원이 투입되는 오사카 IR은 미국 MGM리조트와 일본 오릭스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쇼핑·컨벤션 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로 조성되고 있다. 일본이 막대한 내수 시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화권 VIP 고객 유치에 나설 경우 국내 카지노 산업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카지노 산업은 시설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오사카 IR이 개장하면 중국과 대만 등 주요 고객층 입장에서는 규모와 인프라 측면에서 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김민영 애널리스트는 "일본,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등과의 고액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 경색 우려… "활로 열어줄 당근책도 필요"
규제 강화가 카지노 업계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라다이스는 서울 장충동 특급호텔 신축 사업과 관련해 약 3352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을 남겨두고 있으며, 롯데관광개발은 1조1547억원의 순금융부채 부담 속에 올해 1분기 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추가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집행과 재무 운용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의 호텔·엔터테인먼트 등 비카지노 부문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세율 조정뿐 아니라 공급 확대 허가, 교통·공항 인프라 접근성 개선, 관광객 대상 규제 완화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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