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의 외환위기 고통이 이랬을까..속타는 유학생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월세는 작년보다 35% 오르고,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면 30달러 이상이 듭니다. 게다가 환율까지 고공행진을 하면서 생활비를 한화로 계산하면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2013년 한국을 떠나 현재 미국 뉴욕의 한 사립대학에서 유학 중인 이아무개(23)씨는 최근 식비와 교통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식 끊고 자전거 통학에 불법 알바까지
“월세는 작년보다 35% 오르고,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면 30달러 이상이 듭니다. 게다가 환율까지 고공행진을 하면서 생활비를 한화로 계산하면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2013년 한국을 떠나 현재 미국 뉴욕의 한 사립대학에서 유학 중인 이아무개(23)씨는 최근 식비와 교통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비싼 뉴욕 물가가 최근 크게 오르고, 환율까지 덩달아 뛰면서 한국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이 어렵게 된 탓이다. 이씨는 “최대한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요리해서 먹으려고 한다. 학교나 다른 곳에 이동할 때도 1년 회원권이 200달러인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28일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이 한때 1440원을 넘어섰다. 13년6개월 만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지난달 8.3%를 기록하면서, 유학생들은 부모세대나 선배세대가 겪었던 1997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짠내’ 나는 방법들로 일단 버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등록금이 문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등록금 대출금을 최대 2만달러까지 탕감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유학생에겐 남의 얘기다. 환율이 조금만 상승해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싼 주립·공립대도 마찬가지다. 퍼듀대에 다니는 송기훈(24)씨는 “한 학기 등록금 1만5500달러를 한 번에 낼 수 없어 4번에 걸쳐 분납한다. 그런데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다음 납부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8월에 계산했을 때보다 216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애리조나주립대에 재학 중인 이재희(22)씨는 “환율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등록금 등 유학비용이 1만 달러가량 올랐다. 고환율에 고물가까지 덮쳐 유학생들 입장에선 최대한 생활비를 절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학생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갖은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뉴욕주립대에 다니는 조영지(30)씨는 “유학생 입장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식비밖에 없어 외식은 2주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밖에서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 들고 간다”고 했다. 역시 주립대에 다니는 권아무개(23)씨도 “학식도 감당이 안 돼 직접 집에서 요리하고 있다”고 했다. 송기훈씨는 “한권에 300달러 정도 하는 전공책도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해 중고로 싸게 구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 잠시 머무는 교환학생들도 계속 오르는 환율과 생각보다 비싼 물가 탓에 당황하고 있다. 9월부터 미국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이아무개(24)씨는 “한 달 50만원을 기준으로 환전해 왔는데, 막상 와보니 물가가 너무 비싸 추가 지출이 감당이 안 된다. 환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부모님을 통해 송금받을 형편이 안 돼 애초 계획했던 여행 등을 취소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기숙사 학식당에서 세끼를 해결하고 있다. 커피도 이곳에서 마신다”고 했다.
학생 비자로는 학교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지에서 몰래 불법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 10개월째 미국 한 주립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는 ㄱ(23)씨는 “매달 부모님께서 한화로 100만원을 보내주신다. 달러로 환전하면 지난 1월만 해도 83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713달러 밖에 안 된다. 월세도 10%씩 오른 마당에서 몰래 현지에서 돈 버는 게 나을 것 같아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임기 5년이 뭐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박찬수 칼럼]
- [단독] 툭하면 파견·용역…간접고용 10명 중 7명 ‘원청님’은 대기업
- ‘오직 민생’이라더니…국민의힘 ‘MBC 검찰고발’ 전력질주
- [단독] 경북대, ‘정호영 자녀 입시비리’ 본조사 시작도 안 했다
- ‘6차례 봉쇄’ 선전, 수천명 격렬 시위…중국에 무슨 일이
- 1천원 ‘몰래 이체’ 안 들키자, 41억 한번에…건보직원 46억 횡령기
- 국감때 되면 ‘집단 발병’하는 기업인들…이번엔 플랫폼 기업
-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한국 ‘개저씨’, 영국 ‘개저씨’
- 성매수 커뮤, 하루 1600건 후기 쏟아지는데…범죄자백 방치?
- 러, ‘방어’ 명분 앞세워 핵 위협 수위 높이나…서구와 ‘치킨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