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나달과 21년 동행 기아의 글로벌 진심. 이젠 국내 코트에도 온기를

김종석 기자 2025. 10.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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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찾은 흙신. 한국 테니스 발전을 위해선 정부, 기업 전폭 투자 필수
- 17세 후원 시작. 가족 같은 존재. 동반 성장
- 수천억 투자 호주오픈, 한국 선수 와일드카드 추천
-팬 미팅, 유퀴즈온더블록 출연 다양한 내한 스케줄 소화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라파엘 나달이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전시된 PV5 패신저 차량과 나란히 섰다. 기아

며칠 전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이 참석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열린 나달과 기아의 글로벌 파트너십 연장 협약식이었습니다. 나달의 은퇴 후 첫 방한 소식은 테니스코리아가 지난 7월 테니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맨 먼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는 행사장이 마치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나달 박물관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나달이 입던 유니폼, 주요 우승 사진 등 그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행사 종료 후 바로 철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마련된 나달 기념 전시 공간. 기아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22차례 우승한 나달이 기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7세 때였던 2004년입니다. 나달은 "운전 면허증도 없던 어린 나에게 기아가 손을 내민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족 같은 존재다. 2000년대 초반에 기아는 유럽에서 신생 브랜드였다. 나와 함께 성장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나달과 함께 대담을 진행한 기아 송호성 사장은 "나달과 처음 만났을 때 현재와 같은 전설이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뛰어난 품성과 인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달은 성공의 비결로 겸손과 열정을 꼽았습니다. "아무리 정상에 있어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더 노력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매일 아침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코트로 향하는 것보다 더 나아지자는 의지로 해야 한다."

기아 송호성 사장과 라파엘 나달이 파트너십 연장 명판에 서명했다. 기아

나달과 기아의 동행은 어느덧 21년이나 됐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에 이른 겁니다. 기아의 테니스 선수 후원의 핵심에 나달이 있다면 대회 후원에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이 있습니다.


  기아는 2002년부터 호주오픈 공식 후원사로 처음 참여했습니다. 지난 2023년 후원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했습니다. 이로써는 기아는 27년 간 호주오픈 '최상위 후원사'의 지위를 누리게 됐습니다. 기아는 5년 연장을 위해 연간 약 2140만 호주 달러(약 200억 원), 총액 규모 1억700만 호주달러(약 1000억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계약은 호주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 스폰서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주오픈 전체 후원사 가운데 가장 큰 액수라고 합니다.


앞선 22년 동안 기아가 아무리 못해도 연평균 100억 원을 투자했다고 보면 27년 동안 호주오픈에 쏟아부은 금액만 3000억을 훌쩍 넘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아는 후원 계약을 통해 대회 장소인 멜버른 파크에 5000석 규모의 '기아 아레나'를 조성했고 대회 공식 차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기아 친환경 전기차 130대가 호주오픈 공식 차량으로 사용됐습니다.

2004년 17세 나이로 호주오픈에 출전한 라파엘 나달. 기아

그러면 기아가 나달에게는 얼마나 썼을까요. 공식 발표는 물론 없었지만, 스페인이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달은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수백만 유로를 벌었으며 벌써 여러 차례 계약 갱신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나달은 현역 시절 스폰서십, 초청료, 사업 투자 등을 통해 약 20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나이키로부터 연간 1000만 달러(약 144억 원)를 받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볼 때 나달이 기아로부터 연간 50억∼100억 원 내외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21년 세월을 참작하면 그 총액이 1000억 원은 훌쩍 넘기지 않았을까요. 


  추정이긴 해도 기아가 호주오픈과 나달에게 쏟아부은 금액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둘 합쳐 3000억 원은 족히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아 전기차량 앞에 선 라파엘 나달. 기아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얼마나 많은 돈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꺼낸 이유는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에 진심인 기아가 정작 국내 무대에는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지 않는 것 같아서입니다.


  한국 테니스는 2000년 이형택의 US오픈 16강 진출을 계기로 투어 급 대회에 출전하는 남녀 선수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주니어 레벨에서는 메이저 대회 결승에도 곧잘 진출했습니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히면 최상위 전력으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 테니스는 변방으로 전락한 듯 보입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져 메이저 대회 본선은커녕 투어대회 출전도 쉽지 않게 됐습니다. 주니어 선수들도 과거 선배들의 영화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테니스 발전을 이끌어야 할 대한테니스협회가 지난해까지 제구실을 못 한 탓도 있습니다. 올해 들어 주원홍 회장이 대한테니스협회를 본격적으로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유망주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 소생의 불씨는 살아나고 있습니다. 다만 기아 같은 국내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아쉬운 실정입니다.

2013년 방한 당시 청각장애 테니스 꿈나무 이덕희를 지도한 나달. 채널에이 자료

다시 나달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난해 은퇴한 그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 테니스를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나달은 "한국 골프는 세계적인 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테니스라고 왜 못하겠느냐. 어린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뛰어난 인재가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특출한 선수가 나와줘야 한다. 그를 통해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우수한 선수가 양산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어린이들이 테니스하도록 관심을 끌어주는 무엇인가를 정부나 민간기업이 합심해서 만든다면 중장기적으로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달 역시 기아 같은 기업의 아낌없는 후원을 강조한 겁니다.


  기아처럼 테니스에 진심인 기업이 국내에서 유망주 발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국제대회 개최 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한국 테니스에는 분명 큰 힘이 될 겁니다. 국내에서 호주오픈 볼키즈 모집 같은 프로모션에만 그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과 내년 스페인 마요르카 나달 아카데미에서 훈련하게 된 유망주 홍예리, 김시윤. 김종석

애초 나달은 기아 주니어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해서 한 수 지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요르카에서 런던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려던 일정이 항공편 지연으로 무산되면서 입국이 늦어져 대신 스페인 코치진만으로 클리닉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유망주 홍예리, 김시윤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내년에 마요르카 나달 아카데미에서 훈련할 선수로 선발됐습니다. 10대 중반인 홍예리와 김시윤은 "TV로나 보던 나달을 직접 보게 돼 가슴이 뛰었다. 나달의 끈질긴 모습과 늘 겸손해지라는 얘기가 감동적이었다. 스페인에 가면 뭐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애쓰겠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나달과 인연을 맺은 홍예리와 김시윤이 기아의 도움으로 호주오픈 와일드카드라도 받는다면 기량 발전에 큰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와일드카드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면 최선을 다해 멋진 승부를 펼쳐야 하는 건 선수들의 몫일 겁니다.

라파엘 나달은 방한 중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기아

기아는 나달과 호주오픈을 통해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의 진심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질주했습니다. 이제 그 진심이 국내 테니스에도 닿기를 기대해 봅니다. 유망주 발굴, 국제대회 개최, 지속적인 후원 등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관심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나달과 함께 꿈을 키워온 기아가, 이제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과도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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