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누가병원, 잇따른 사망사고에도 지정 의료기관은 유지

김해 장유누가병원에서 환자가 질식하거나,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병원 관계자들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장유누가병원은 김해시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으로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었다. 자치단체는 연이은 사망사고에도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을 하겠다는 병원이 없어 지정을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해 장유누가병원 전경. /장유누가병원 누리집 화면 갈무리

◇질식사·추락사 잇따라 = 창원지방법원 형사7단독(이현주 부장판사)은 지난 19일 장유누가병원장 ㄱ 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ㄱ 씨는 병원 건물에 보호 창살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환자가 추락사한 것에서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8월 28일 오후 5시께 장유누가병원 폐쇄병동에 알코올 관련으로 입원한 환자가 병원을 탈출하려다 떨어져 숨졌다.

재판부는 ㄱ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이행한 점, 유가족과 합의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벌금형을 선고했다.

장유누가병원 보호사 ㄴ 씨 등 3명도 같은 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ㄴ 씨 등에게 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2021년 8월 21일 오후 9시 40분께 조현병 환자가 경구약 복용을 거부했다. 의사는 약물을 주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ㄴ 씨 등은 주사를 거부하는 환자의 왼쪽 팔과 어깨 부위, 허리와 다리 부위 등을 눌렀다. 환자는 이 과정에서 질식사했다.

ㄴ 씨 등은 "피해자의 기도유지와 호흡, 혈액순환을 방해할 정도로 신체를 압박하지 않았다"며 "제압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ㄴ 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ㄴ 씨 등이 업무상 과실을 저질러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일어났다"며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하거나 그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ㄴ 씨 등이 의료진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보조하는 지위에 있었고, 의학적 위험에 대한 설명이나 교육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 요청에 자신들의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한 결과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책임을 전적으로 돌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지자체 지정 의료기관 = 장유누가병원은 잇따른 사고에도 김해시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 지정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해 1월 16일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을 공모했다. 장유누가병원이 선정되면서 지난해 3월 1일부터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해시는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에 환자 실적이 있으면 매달 500만 원(연 6000만 원)을 지원한다.

김해시는 연이은 사망사고에도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을 취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가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을 공모해도 지원하는 병원 수가 적은 데다,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이 없으면 정신 응급 환자를 이송하기도 어려워서다.

김해시 지역보건과 주무관은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을 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이 없다. 장유누가병원이 아니라면 다른 병원으로 지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정신응급의료당직기관은 야간에 응급환자를 받아야 해 당직 의료진을 둬야 한다. 의사 1명 당직 수당이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500만 원 지원으로도 충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은 야간에도 환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직 의료인을 배치하고, 원내 유휴 보호실 2실 이상을 확보해 야간(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과 휴일에도 정신 응급환자를 받고 있다.

한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 관계자는 "야간에 오는 정신 응급환자 80%는 자해를 하기에 당직 의료진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실질적으로 병원 경영에 부담이 가고, 지원 혜택도 적어서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을 하려는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김해에는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이 없었다. 정신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경찰서가 나서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했다. 2022년 김해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정신 응급환자를 이송한 건수는 93건에 이른다.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이 있으면 그 지역에서 정신 응급환자를 바로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원금이 적어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병원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내하거나 수준 미달인 병원이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에 지정될 수 있다.

장유누가병원 행정부장은 "사고에 연루된 직원 일부는 아직 병원에 근무 중"이라며 "직원 교육을 더 철저히 하고, 앞으로는 병원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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