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구장 지붕도 갈기 갈기 찢겼다... 플로리다 강타한 ‘괴물 허리케인’

9일(현지시각) 오후 강력한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 야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의 지붕 천막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X(옛 트위터)@rawsalerts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에 강력한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했다. 20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고, 토네이도로 주택이 파괴되며 주민들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9일(현지시각) 오후 8시 30분 밀턴이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중서부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밀턴은 허리케인 5개 등급 가운데 3등급으로, 이틀 전보다는 등급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 기상청의 플로리다 탬파 베이 지역 사무소는 지난 7일 “밀턴이 현재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탬파 지역에 100여년 만에 최대 영향을 주는 최악의 폭풍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거리에 물이 찼다. /AFP 연합뉴스

AP 통신에 따르면, 탬파 지역에 410㎜ 이상의 비가 내렸고, 기상청은 돌발 홍수에 대해 경고했다. 야구장 트로피카나 필드는 심하게 파손됐다. 돔형 건물의 지붕 역할을 하는 천이 갈기갈기 찢어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다수 공유됐다. 또 200만곳 이상의 가정과 기업에 정전이 발생했다.

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하기 전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X(옛 트위터)@primalkey

밀턴이 상륙하기 전 토네이도가 일어나면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플로리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포트 피어스 지역의 주택이 파괴되면서 일부 주민이 사망했다. 해당 지역의 보안관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사망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플로리다 비상관리국은 허리케인이 해변에 상륙하기 전 약 125채의 주택이 파괴되었다고 전했다.

인구가 약 720만명에 달하는 플로리다주 15개 카운티에는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당국은 폭풍이 한창일 때는 응급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구조를 시도할 수 없으므로 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카운티는 응급 서비스를 중단했다.

9일(현지시각)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하기 전 발생한 토네이도로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한 주택이 파괴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집을 떠난 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호텔 방은 별로 남아있지 않고, 그나마 남은 곳들의 가격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다수의 주민이 한꺼번에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기름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탬파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유소 60% 이상이 기름이 떨어졌다고 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피해 발생에 대비해 주 방위군 9000여명과 가스‧전기 등 주요 기반 시설 근로자 5만여명, 휘발유 공급을 위한 유조차와 호위 순찰차 등을 대기시키거나 배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안타깝게도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허리케인 '밀턴' 관련 발표를 앞두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틱톡 @ashleyfoote1013

플로리다는 지난달 27일 허리케인 헐린의 관통으로 이미 큰 피해를 본 상태에서 2주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강력한 허리케인을 맞닥뜨렸다. 헐린은 미 남동부에서 최소 230명의 사망자와 수십조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해안 지역 지자체들은 헐린 때문에 생긴 쓰레기를 급하게 수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허리케인 ‘밀턴’의 중심부에서 40해리 떨어진 곳에서 시속 122㎞의 돌풍과 8.5m 높이의 파도가 발생했다. /X(옛 트위터)@saildrone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밀턴의 최대 지속 풍속은 시속 195㎞로, 해안에서 최대 4m의 해일이 일고 일부 지역에는 최대 46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리다 지역에 연방 비상사태를 승인하고 연방 차원에서 허리케인 대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앙골라 순방 계획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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