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랑해’ 대사, 일본인으로 낯설어”

장회정 기자 2024. 9. 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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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주연 사카구치 겐타로
데뷔 10년, 일본 대표 청춘 스타의 첫 한국 드라마 도전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주연을 맡은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쿠팡플레이 제공

오는 27일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쿠팡플레이)이 공개된다.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등 한·일 양국의 작가가 공동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 여성 최홍과 일본 남성 아오키 준고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이세영과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호흡을 맞춘다.

원작이 드라마로 옮겨지는 과정엔 주연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의 ‘의리’가 큰 몫을 했다. 당초 원작은 영화로 기획됐고 그는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하지만 영화가 6부작 드라마로 바뀌며 엎치락뒤치락 하던 과정이 이어졌다. 무려 5년간을 기다렸다.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스타임에도 그는 “일본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가 우여곡절을 겪고 많은 시간을 돌아와 서로에 대해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기다림의 이유를 설명했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릴리 프랭키를 아버지 역으로 영입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1차 포스터. 쿠팡플레이 제공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그는 촬영 과정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사랑표현 방식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대본에 ‘사랑한다’는 워딩이 아주 많더라고요. 생각이나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일본에선 굉장히 파워풀한 장면에서만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애정을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준고와 더 표현해주기를 바랐던 홍의 엇갈림이 작품을 완성하는 드라마틱한 요소인데,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드라마 촬영은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진행됐다. 계절 흐름 상 5년 후 현재 시점을 먼저 한국에서 담고, 벚꽃이 한창인 2019년 장면을 일본 도쿄의 이노카시라 공원, 키치조지, 교토 등지에서 촬영했다. 한국 촬영하면 혹독한 추위부터 떠올릴 정도로 고생했지만 그는 “두 사람의 차갑게 식은 거리감이나 슬픔을 담기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며 경기 분당의 율동공원을 기억에 남는 장소로 언급했다. 워낙 호텔 신이 많다 보니 (호텔 사정 상) 밤낮을 바꿔 촬영한 뒤 식사하러 나갈 때만 외출했다는 그는 “점심은 대부분 곰탕 아니면 칼국수, 저녁은 고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일본의 패션잡지 ‘맨스논노’ 모델 출신으로 <히로인 실격>, <내 이야기>와 같은 청춘 영화의 일명 ‘이케맨(꽃미남)’ 역할과 드라마 조연으로 연기 경력을 쌓아오다 2018년 일본판 <시그널: 장기미제사건수사반>으로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이노센스 원죄변호사><CODE 소원의 대가><Dr.초콜릿> 등 변호사, 경찰, 의사 등 ‘전문직 히어로’라 할만한 역할을 잇달아 맡으며 악의에 맞서 분투하는 정의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는 한편,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천재나 연애 감각이 무뎌 ‘백허그’를 주로 당하는 ‘무해한’ 남성상 연기도 독보적이다.

사카구치 켄타로의 출연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히로인실격><시그널><헬 독스><남은인생 10년>.

‘다작 배우’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본능적으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범죄, 미스터리물,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데 굳이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헬 독스>에선 (야쿠자 잠입수사관인) 스승에게 애정을 갖고 진심을 다하는 역할이었는데, 어떤 의미에선 ‘애정’이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도 드네요.”

사이코패스 야쿠자 행동대장 역으로 파격 변신한 <헬 독스>로 그는 일본 아카데미 우수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너와 100번째 사랑><남은 인생 10년><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와 같은 로맨스 영화와 OTT를 통해 시청이 가능해진 드라마 <중쇄를 찍자><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등으로 친숙하다. 지난해 9월 열린 국내 팬 미팅은 2회 차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 드라마 현장에서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 “테스트 촬영을 거의 하지 않고 본 촬영에 들어가며 배우들의 첫 감각이 뽑아낸 ‘신선한’ 연기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쿠팡플레이 제공

올해로 연기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는 최근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홍슈 라이브 방송으로 중국 팬과 만났다. 실시간 동시접속 25만 명 이상이 그를 지켜봤다. 지난달에는 패션매거진 코스모폴리탄 홍콩판의 첫 남성 표지 모델로 나서며 해외 활동에 대한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한·중·일을 넘어 태국 등 동남아시아 팬들의 드라마 기대평까지 올라오고 있다.

“스트리밍 채널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의 허들이 낮아지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봐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작품이 공개되면 당당히 한국에서도 작업했고 인기가 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지난 12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사카구치 켄타로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프라다 앰배서더답게 근사한 오버핏 슈트로 맵시를 뽐냈다. 쿠팡플레이 제공

이세영은 “열정 있는 분야에 대해 반짝반짝 빛나는 소년 같은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로 그를 평가했다. 문현성 감독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감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2005년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이번 드라마를 통해 “늠름한 눈매, 곧게 뻗은 코, 힘찬 턱”의 홍과 “장난꾸러기 같은 갈색 눈동자, 작은 입술, 부드러운 고수머리”의 준고 등 소설에 묘사된 캐릭터와 실제 배우 간의 ‘싱크로율’을 확인하는 묘미도 있을 듯하다. 원작과는 다른 상황 설정이나 인물도 등장하지만 독자들이 기억할만한 ‘핵심’ 대사는 변함없다는 점도 재미 포인트다.

틈틈히 익힌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던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팬들은) 가끔 오는 나를 약간 ‘희귀템’처럼 보는 게 아닐까”라며 쑥스러워했다. 쿠팡플레이 제공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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