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실거주? 우리는 해당 없어요" 현금부자들의 새로운 놀이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인 보류지와 경매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토허제 사각지대로 떠오른 보류지·경매

지난 3월 24일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 아파트 약 2200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매입이 불가능해졌으며, 매수인은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보류지 매각'은 토허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 틈새를 노린 투자자들이 보류지와 경매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보류지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이달 보류지 29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주목할 점은 최저입찰가가 전용 84㎡(33평) 1가구는 45억원, 전용 59㎡는 35억원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서초구 메이플자이 보류지 29채에 대한 매각이 진행된다. 이는 토허제 확대 시행 이후 첫 보류지 매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남구 '청담르엘',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도 보류지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가 유찰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도 재매각을 검토 중이다.

경매 시장도 과열 양상

경매 시장 역시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감정가 25억400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동 '우성' 전용 143㎡는 27명의 응찰자가 몰린 끝에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토허제 발효 이후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 33건 중 11건이 취하되거나 기일이 변경됐다. 특히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 등 주요 단지에서 경매가 취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채무액이 아파트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아, 소유자들이 빚을 갚고 버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토허제 지정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금 부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

대출이 어려운 경매와 보류지는 현금 동원력이 강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허제 확대 이후 서초·송파구 경매 낙찰가율은 최근 80~90%에서 100%를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낙찰가율이 100%를 넘으면 향후 집값 상승이 예견된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는 경매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인이다.

규제의 역설, 시장 왜곡 현상

토허제 확대로 일반 거래가 얼어붙은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시장에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경매와 보류지 시장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경매를 취소하고 버티려 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단지, 동에서도 규제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과 연립주택이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전망과 향후 과제

토허제 확대는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했지만, 보류지와 경매 시장의 과열 현상은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토허제 확대 이후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보류지와 경매 시장의 과열 현상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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