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럭셔리 열풍

명품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로고 플레이의 시대는 지났다. 2025년 명품 시장을 강타한 키워드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다. 화려한 로고나 과시적인 디자인 대신, 절제된 고급 소재와 장인정신, 미니멀한 실루엣으로 은은하게 고급비를 과시하는 소비 성향이 대세다. 과거처럼 크고 눈에 띄는 브랜드 로고가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럭셔리 비즈니스 저널인 럭소노미(LUXONOMY)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조용한 럭셔리’ 시장 규모는 620억달러(약 83조원)로,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보테가베네타, 더로우, 이세이 미야케, 르메르 같은 브랜드들이 조용한 럭셔리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가방으로 명성을 쌓으며, 소재와 텍스처 자체에서 우아함을 끌어냈다. 더로우는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시간의 흐름에 구애 받지 않는 절제된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세이 미야케는 특유의 주름 기술과 독창적인 소재를 통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실현해 ‘강남 엄마룩’으로 자리매김했다. 르메르는 프렌치 감성의 간결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꾸안꾸’(꾸미지 않은 듯 꾸민) 트렌드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런 흐름이 급부상한 이유는 최근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외 쇼핑, 리테일 전문 플랫폼 인그리드(Ingrid)는 조용한 럭셔리 현상에 대해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이 일회성이고 과시적인 패션 대신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는 타임리스 스타일의 제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 소비자의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급 소재와 장인정신이 담긴 오래 사용할 수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시적인 소비 대신 절제되고 내면적 우아함을 선호하는 ‘올드머니’ 감성이 다시 떠오른 점도 이 트렌드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시장 특히 중국과 아시아의 부유층 사이에서 소재와 완성도 중심의 명품을 찾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패션 업계 종사자들은 조용한 럭셔리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패션 잡지 패션 포스트(fashion post)는 “이제 품질과 장인정신,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는 패션이 표준이 되고 있다.”며 “조용한 럭셔리가 일시적 유행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디터 야무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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