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가 마약 동아리’ 수사 파장 확산…의사·기업 임원 등 추가 기소

검·경, ‘마약 유통·판매’ ‘조직원 모집’ ‘증거인멸 대비’ 텔레그램 겨냥 수사 확대
마약 동아리 ‘깐부’ 이용한 마약 유통 연루된 엘리트층 10여명 재판 넘겨져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한 달여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대학가 마약 동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의사와 기업 임원 등 10여명을 이달 초 재판에 넘긴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단순히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생에 그치지 않고 마약범죄에 연루된 사회 엘리트층의 범위가 더 확대된 것이다. 지난 8월 검찰은 마약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하는 방법을 공유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 9000여명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 나선 바 있다(시사저널 8월9일자 「[단독] 대학가 '마약 동아리' 수사, 텔레그램방 회원 9000명으로 확대」 기사 참조).

마약동아리 회원들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모발 탈색을 권유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마약류가 검출되지 않는 정보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포렌식 등에 대비한 휴대전화 초기화도 공유됐다.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마약을 구매하고 증거인멸 방법도 알아낸 것이다. 문제의 텔레그램에선 이 외에도 조직원 모집 등 마약범죄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이 이달 초 텔레그램에서 조직원을 모집하고 마약류를 제조·유통·투약한 외국인 마약조직을 대거 적발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마약 동아리' '증거인멸 공유 채팅방' 수사 확대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수도권 대학 연합 동아리 '깐부'를 이용한 마약 유통·매매 사건에 연루된 의사와 기업 임원 등 10여명을 이달 초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30대인 이들은 주범 염아무개씨가 지난 2021년 조직한 동아리 등을 통해 마약을 투약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7~8월 염씨를 비롯해 마약 투약 등의 혐의를 받는 14명을 적발했다. 염씨 등 6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단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치료-재활 연계 모델)을 받았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1년간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백 여명의 동아리 회원들은 물론, 증거인멸 방법을 공유한 9000여명의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을 주목하고 있다. 텔레그램까지 겨냥한 수사 확대 결과 의사 등 10여명을 추가 적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주범 염씨 등에 대한 추가 기소를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마약동아리 사건 수사를 맡은 이영훈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검사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염씨와 이아무개씨, 홍아무개씨의 마약 사건 재판에서 "26일 염씨 등을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범 염씨의 여죄(餘罪)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깐부' 동아리 회장인 염씨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마약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동아리 일부 회원들과 따로 만나 친분을 쌓으면서 액상 대마를 권했다고 한다. 이를 투약한 회원들을 상대로는 케타민, 사일로시핀(환각 버섯), 필로폰, 합성 대마 등 강도가 높은 마약을 권했다. 이 과정에서 염씨는 남성 회원들을 불러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집단 성관계 부분은 이번 공소사실에 포함되진 않았다.

사건의 조짐은 지난해 엿보였다. 염씨는 연말 여자친구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소란을 피웠다. 출동한 경찰이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조사 과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가 드러났다. 단순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마약동아리라는 조직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4월엔 19세 여성에게 나체 사진 등을 찍게 해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절도, 협박 혐의 등의 전례도 있다(시사저널 8월9일자 「명문대생 참여한 마약 동아리 '깐부', 주범의 정체 드러났다」 기사 참조).

대학가를 중심으로 염씨를 비롯한 일부 대학생 및 대학 졸업생의 일탈로 여겨졌던 마약동아리 사건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 마약사범의 확산 범위가 어디로까지 이어질지 모를 초유의 상황에 놓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