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빅뱅. 그 이전에 만들어진 블랙홀이 지금도 존재할 수 있을까. 현재의 팽창에 앞서 수축 단계가 있었다는 바운스 우주론을 바탕으로 이전 우주의 흔적을 찾으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연구팀은 블랙홀이 양자적 바운스를 거쳐 화이트홀로 전환될 경우 어떤 빛의 특징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화이트홀 주변에서 일반 블랙홀과 다른 여러 겹의 비대칭적 빛 고리와 편광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 등을 통해 이를 포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가 빅뱅 이전 블랙홀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다만 바운스를 거쳐 이전 단계의 정보나 구조가 다음 단계에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계속 탐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초에는 한층 파격적인 가설도 나왔다. 현재 우주의 블랙홀 일부가 빅뱅 이전 우주에서 넘어온 생존자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우주론·중력연구소 엔리케 가스타냐가 연구원은 지난 2월 조사 보고서 '우주론적 바운스 유물: 블랙홀, 중력파 그리고 암흑물질(Cosmological bounce relics: Black holes, gravitational waves, and dark matter)'을 내고 이전 우주의 블랙홀과 중력파가 우주적 바운스를 견디고 현재 우주까지 살아남는 조건을 계산했다.

표준 우주론은 약 138억 년 전 뜨겁고 밀도 높은 초기 우주가 팽창하면서 오늘날의 우주가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반면 바운스 우주론(bouncing cosmology)은 빅뱅을 절대적 시작으로 보지 않고, 이전 우주가 수축한 뒤 다시 팽창해 현재 우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상정한다.
가스타냐가는 이 과정에서 이전 우주의 모든 것이 사라질 필요는 없다고 봤다. 수축 단계에서 만들어진 블랙홀 같은 고밀도 천체와 중력파가 우주론적 지평선 밖에 머물다 바운스 이후 다시 지평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살아남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이전 우주의 수축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블랙홀 등 고밀도 천체가 그대로 바운스를 통과하는 경우"라며 "다른 하나는 수축 단계에서 형성된 암흑물질 헤일로가 현재 우주에서 다시 블랙홀로 붕괴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천체는 원시 블랙홀과 출생부터 다르다"며 "일반적인 원시 블랙홀은 현재 우주 탄생 직후 밀도 요동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지만, 이번 연구가 제안한 블랙홀은 그보다 앞선 이전 우주의 수축 과정에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블랙홀들이 암흑물질의 정체를 설명할 가능성이다. 암흑물질은 은하 회전과 중력렌즈 등을 통해 존재가 추정되지만 구성 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가스타냐가는 이전 우주에서 넘어온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이런 천체들이 암흑물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구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바운스 우주에서 블랙홀이 쉽게 만들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쉬안 예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난 2월 먼지와 복사가 존재하는 바운스 우주에서 원시 블랙홀 생성 가능성을 계산했다. 수축 과정에서 밀도 요동이 커져도 복사압 등이 블랙홀 형성을 크게 억제해, 조사한 조건에서는 생성량이 극히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빅뱅 이전 블랙홀은 아직 한 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가스타냐가의 연구 역시 특정 바운스 우주론을 전제로 한 이론적 계산이지 이전 우주의 존재를 입증한 관측 결과가 아니다. 연구원 역시 중력파 배경과 은하 분포, 우주배경복사의 정밀 관측자료 등을 이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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