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10월에 중고차로 대거 풀린다…고도화되는 ‘침수차 사기’ 피하는 방법은? [동아리]
“침수차 복원 기술이 좋아져서 요즘에는 중고차 업자들도 속는 경우가 있다니깐요. 중고차 대형 매매단지에 수십 대가 들어올 때 침수차가 섞이는 경우가 꽤 있어요. 매년 침수차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깐 물량도 많아지고 있고 중간 유통 과정도 복잡해졌습니다. 중고차 딜러들도 속는 판인데, 일반 손님들이 침수차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익명을 요구한 김포 중고차 매매단지 딜러 A씨의 하소연이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유입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침수차 수리가 고도화되면서 폐차율이 낮아지고 멀쩡한 중고차로 판매되는 추세이며, 중간 유통 과정이 많아지면서 중고차 업자들도 속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7~8월 침수 피해를 본 차량 들이 건조, 일부 부품 교체 등 ‘상품화’를 거쳐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기가 10월이라고 입을 모았다.
침수차 수리 2~3개월 소요… 주로 고가 수입차 수리하는 경우가 많아
침수차는 침수된 부분이 마를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건조가 끝나면 차량을 폐차할지, 고칠지 결정한다고 한다. 수리가 결정되면 부품 교체, 수리 견적 등을 산출해 정비가 진행된다. 침수차는 차량 하부에 깔린 부품들을 주로 교체하는 작업을 거치므로 차량 건조 이후 수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침수차 수리에 200만 원 정도 투자… 소비자에게는 600만 원 이상 남겨서 판매
침수된 차량의 가격은 일반적인 중고차 대비 가격이 현저하게 낮으므로, 상품화해 판매하면 마진이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자들은 침수차 수리 비용으로 통상 200만~300만 원 투자하고, 수리 이후 판매했을 때 최소 600만~1000만 원까지도 남긴다고 한다.
침수차를 구매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요소로는 ‘부식’과 ‘전기장치 이상’을 꼽을 수 있다. 부식은 고장 난 부품을 모두 갈았더라도 침수 부위 주변 습기 때문에 부품들이 비정상적으로 녹이 슬거나 습기를 품고 있는 증상이다. 부식된 차량은 곧바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지만, 통상 3년 정도 지나면 차량 상태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차체 하부에서 녹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다양한 부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침수차 수리 기술… 에어컨 강하게 틀어 ‘냄새’ 확인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침수차를 멀쩡한 중고차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침수차 복원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세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에어컨을 가장 강하게 틀어 곰팡냄새나 악취가 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수리 과정에서 건조에 신경을 썼더라도 침수됐던 차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덜 마른 수건 냄새’와 가장 흡사하다고 한다.
또 시트 카펫과 트렁크 카펫 아래쪽의 ‘물 자국과 흙 자국’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세척 기술이 좋아져서 흙 자국은 거의 없는 추세라고 하며 반면 물청소 이후 남는 물 자국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 특별한 사고 이력이 없는데도 시트 하부와 트렁크 아래쪽에 볼트들이 풀려 있는 흔적이 있다면 침수차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차량 이력 조회를 통해 침수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무상침수 차량 조회를 통해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해당 조회가 보험사 사고자료를 기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험처리 없이 침수차를 고쳐 중고차 시장에 유통했다면 침수유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김상준 동아닷컴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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