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안 해도 ‘제한시간’ 내 주차 허용…대구·경북 충전구역 혼선 확산
충전시설 늘었지만 이용 갈등 심화…과태료 기준·신고 절차 논란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대구·경북 공동주택과 공공시설 충전구역을 둘러싼 이용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전하지 않은 전기차가 충전구역에 주차하더라도 법령상 제한시간 이내라면 충전방해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법제처 해석이 나오면서 현장 단속에도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6일 법제처와 관련 법령 등에 따르면 전기차 또는 외부충전식 하이브리드자동차가 급속·완속 충전구역에 충전하지 않은 채 주차하더라도 제한시간 이내라면 충전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제처는 지난달 22일 법령해석례에서 전기차 등이 충전하지 않으면서 급속충전구역에 급속충전 제한시간 이내로 주차하는 행위와 완속충전구역에 완속충전 제한시간 이내로 주차하는 행위는 충전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제한시간은 충전기 종류와 차종에 따라 다르다. 급속충전구역은 1시간, 완속충전구역은 전기차 14시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는 7시간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의 완속충전구역 주차 가능 시간은 올해 2월 5일부터 기존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다. 해당 7시간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을 제외하고 산정한다.
대구 서구청이 안내한 과태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의 충전구역이나 전용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한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충전구역 주변에 물건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한 경우,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가 급속충전구역 1시간, 완속충전구역 전기차 14시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 7시간을 초과해 계속 주차한 경우도 과태료 10만원 대상이다. 충전구역을 표시한 구획선이나 문자 등을 훼손한 경우 과태료는 20만원이다.
포항지역 한 공동주택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됐다. 한 제보자는 "아파트 전기차 충전구역에 충전 케이블도 연결하지 않은 차량이 주차해 안전신문고로 신고했지만, 충전하지 않은 전기차가 충전구역에 주차한 행위만으로는 충전방해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충전기를 꽂은 차량은 충전이 끝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과태료 대상이 되는데, 처음부터 충전하지 않은 차량은 단속이 어렵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충전구역의 설치 목적과 실제 단속 기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충전이 필요한 운전자는 충전하지 않는 차량이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불편을 겪지만, 행정기관은 제한시간 초과나 통행 방해, 시설 훼손 등 법령상 요건이 확인돼야 과태료 부과를 검토할 수 있다. 법제처도 과태료 부과와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확대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포항시는 올해 2월 5일부터 전기차 충전방해행위 등에 대한 주민신고제 운영 기준을 변경 시행했다. 기존에는 사진 신고만 가능했지만, 변경 뒤에는 사진 또는 동영상 신고가 가능해졌다. 충전구역 앞 이중주차 신고 때는 1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촬영한 사진 2장과 함께 동영상을 첨부해야 한다. 또 외부충전식 하이브리드자동차의 완속충전구역 주차 허용 시간이 7시간으로 단축됐고, 완속충전구역 14시간 초과 주차 과태료 부과 대상 공동주택 기준도 기존 5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 아파트로 확대됐다.
전기차 보급 확대도 충전구역 갈등이 늘어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1일 올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가 4월 셋째 주 만에 10만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4월 17일 기준 올해 전기차 보급대수는 10만6천939대로 집계됐다. 국내 전기차 총 등록대수도 4월 15일 1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3월까지 전기차의 신차 비중은 20.1%였다.
대구에서도 전기차 보급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친환경차 보급사업을 통해 전기차 3542대, 전기이륜차 694대, 수소차 89대 등 모두 432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 물량은 지난해 계획 3477대보다 65대 늘었다.
경북에서도 전기차 등록은 증가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대구 4만2592대, 경북 4만5090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대구 21.0%, 경북 33.0%였다.
전기차와 충전시설이 늘수록 충전구역 이용 질서를 둘러싼 민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동주택 충전구역은 입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장시간 점유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지, 안전신문고 신고자료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따라 단속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