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었음’ 표현의 이면 [열린편집위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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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는' 청년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인 44만명을 기록했다.
결국 '그냥 쉬었음' 청년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많아졌다.
지난 7월 통계청이 '그냥 쉬었음' 수치가 포함된 고용동향을 발표한 이후 언론사들이 일제히 ''그냥 쉬었음' 청년 44만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극소수 일부가 아닌 44만명의 청년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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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그냥 쉬는’ 청년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인 44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규모를 넘어섰다. 30대까지 포함하면 70만명이 넘는다. 특히나 지난달 한겨레가 보도한 ‘일도 취업 준비도 안 하는 ‘쉬었음’ 청년 8만2천명’ 기사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상태이면서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청년(15~29살)이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화된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더욱 우려스럽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단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는 2.1배에 이른다. 대기업 노동자가 1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 노동자는 50만원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그 10%의 벽을 뚫기 위해,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국 청년들은 무던히 애를 쓴다.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1개월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케케묵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상생임금위원회를 만들어 이런저런 논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중소기업-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해오던 중소기업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중단해버리고 내일채움공제보다 낮은 수준의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취업률에 유의미한 효과성을 보이는 고용서비스 정책은 고도화하겠다고 했지만 일자리 예산은 삭감했다. 결국 ‘그냥 쉬었음’ 청년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많아졌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수도권-비수도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더욱 심각하다. 300명 이상 기업체 4100여개 가운데 57.7%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의 청년고용률이 44.9%인 반면 비수도권의 청년고용률은 39.3%에 불과하다(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위기의 지역 지역의 기회’). 사는 지역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 7월 통계청이 ‘그냥 쉬었음’ 수치가 포함된 고용동향을 발표한 이후 언론사들이 일제히 ‘‘그냥 쉬었음’ 청년 44만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보도 이후 한국의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원인을 짚어보는 기사나 해법을 제시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매년, 매달 발표되는 자료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해나갈지다.
‘그냥 쉬었음’ 청년의 증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지역 격차 등은 끊임없이 기사화되어온 내용이다. 이제는 이 문제들을 각각의 이슈로 보도하기보다 연결된 맥락 속에서 다루어야 한다. 한겨레가 당사자 인터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입체적으로 짚어보고 그 해법을 고민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해나가면 어떨까.
청년들은 그냥 쉰 것이 아니다.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뿐이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사회에 의한)에 가깝다. 극소수 일부가 아닌 44만명의 청년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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