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혼자서도 행복한 '자족감'이 중요한 이유

주변 사람들과 대체로 사랑을 잘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인간관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곤 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관계를 통해 맺는 애착의 형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안정애착(secure attachment), 불안애착(anxious attachment), 회피애착(avoidant attachment)이 그들이다 (Fiske, 2009).
● 안정 VS 불안정 VS 회피애착
일반적으로 과거 양육자나 연인 등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 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후에도 사랑을 주고 받음에 있어 어색함이나 두려움이 없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애착 형태를 안정 애착이라고 한다.
반면 과거의 상처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안정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사랑을 주는 것이나 받는 것 모두에 있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불안 애착(anxious attachment), 다른 하나가 회피 애착(avoidant attachment)이다.
불안 애착은 흔히 사람들의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낮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을 혹 싫어할까 항상 두려워하고 자신을 좋아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집착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반면 회피 애착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타인을 잘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다. 불안 애착인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며 때론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회피애착인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려 하고 혼자 강해지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Shaver et al., 2016).
● 애착 유형에 따라 달라요
각 애착유형을 보이는 사람들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Feeney & Collins, 2001; Mikulincer et al., 2005). 연인들을 대상으로 각각 어려운 과제를 시킨 후 지금 연인이 많이 긴장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정보를 준다. 그러고 나서 각각의 애착형태를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어떻게 보살피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안정 애착인 사람들은 안정애착을 형성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연인에게 따듯한 말을 해주는 정서적 지지와 함께 고민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실제적 도움 또 힘들어하는 상대방을 대신해서 자기가 그 과제를 하겠다는 등의 희생 모두를 적절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안정 애착인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을 아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표현해냈다.
반면 불안정 애착인 사람들은 상대의 어려움에는 공감을 잘 하지만 도움을 줄 때 상대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목적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돕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결국 우물쭈물하다가 적절한 말이나 조언을 하는데 실패하기도 한다.
또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결과적으로 끼어들거나 오지랖을 부린 셈이 되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상대를 케어하는 데 있어 ‘강박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회피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불안정 애착과는 또 다르게 상대방의 어려움에 비교적 신경쓰지 않고 공감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회피 애착인 사람들이 가장 봉사나 희생 의향이 낮았다.
안정 애착이나 불안정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현재 연인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으면 연인을 걱정하느라 자신의 과제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회피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은 딱히 상대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좋은 집중력을 보이기도 했다 (Feeney & Collins, 2001; Mikulincer et al., 2005).
안정애착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 쪽은 관심과 사랑에 대한 욕구가 너무 과하고 그걸 온전히 타인을 위해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불안정 애착), 다른 쪽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소속 욕구의 존재를 무시하고 이를 관계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만 채우려고(회피 애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도 볼 수 있겠다. 결국 균형의 문제인 것일까.
필립 세이버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UC Davis)의 심리학자는 안정애착인 사람의 중요한 특징이면서 불안 애착인 사람들에게 없는 것을 ‘자족감(sense of self-sufficiency)’이라고 본다. 이들은 혼자라고 해서 지나치게 외로워지거나 불안해지지 않고 혼자서도 행복하게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관계 역시 타인을 통해 외로움을 지우거나 안정감을 얻고 싶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괜찮지만 함께 더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과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 같이 보다 자발적이고 건강한 목적으로 시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런 애착유형은 한 번 정해지면 평생 가는 종류의 것이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려움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는 경험 자기 자신과도 사이 좋게 지내는 경험을 쌓아보도록 하자.
Feeney, B. C., & Collins, N. L. (2001). Predictors of caregiving in adult intimate relationships: An attachment theoretical perspec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 972-994.
Fiske, S. T. (2009). Social beings: Core motives in social psychology. John Wiley & Sons.
Mikulincer, M., Shaver, P. R., Gillath, O., & Nitzberg, R. A. (2005). Attachment, Caregiving, and Altruism: Boosting Attachment Security Increases Compassion and Help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9, 817-839.
Shaver, P. R., Mikulincer, M., Sahdra, B. K., & Gross, J. T. (2016). Attachment security as a foundation for kindness towards self and others. In K. W. Brown & M. R. Leary (Eds.),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p223-242).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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