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선이 위험한가? 스마트폰이 위험한가?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전자파 특성 먼저 이해하기
전력설비 극저주파의 전자파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미미
암· 소아백혈병 유발, 근거없어
과학에 기반한 대화 소통 이뤄져야

최근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에서 동서울변전소의 옥내화 및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논란은 주로 전력설비 전자파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력설비 전자파가 실제로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울 변전소 전경. 부지내 건물을 짓는 옥내화와 HVDC 변환소 건설을 동시 추진 중이며, 노란색 철탑은 철거 예정이다.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종류와 건강 영향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주로 극저주파(ELF) 대역의 전자파로, 60㎐의 낮은 주파수를 갖습니다. ELF 전자파는 열을 발생시키는 고주파 전자파(RF)와 다르게 비열적 효과만을 가지며, 인체에 닿아도 생체 온도에는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이는 전력설비 전자파가 열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RF와 달리, 전자기장의 유도 전류와 자기장으로 인해 인체에 미미한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건강에 미치는 명확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ELF 전자파는 거리 증가에 따라 강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특징을 가집니다. 전력설비 근처에서만 강한 영향을 미치고,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급격히 약화되기 때문에 장거리로 퍼지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전기연구원의 명성호 부원장은 "ELF 전자파는 전계와 자계가 결합되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파 거리가 매우 짧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송전선이나 변전소 주변 외의 일반 주거지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자파는 3차원 공간으로 전파되므로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급격하게 세기와 영향이 약화되며 벽이나 차폐시설의 유무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전력설비 전자파와 소아백혈병의 관계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1979년에 발표된 소아백혈병과 송전선 자계 노출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입니다. 당시 연구에서는 송전선 근처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소아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초기 전자파 논란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지만, 연구 방법론에 상당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개별적인 자계 노출량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거리로 노출량을 추정하였고, 연구 대상자의 선정에도 편향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역학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ELF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부족한 상태입니다.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홍승철 교수는 "1979년 연구는 거주지 거리에 따라 백혈병의 분포가 달라졌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이것이 암 발생의 인과성을 확립할 만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울산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무송 교수는 "1979년 연구는 자계 노출을 개별적으로 측정하지 않았고, 연구 대상 선정에도 문제가 있어 국제기구에서도 신뢰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한 연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이후의 연구들에서도 전력설비 전자파와 소아백혈병 간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ELF 전자파 발암 등급과 오해

국제암연구소(IARC)는 ELF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이 낮은 2B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IARC의 발암 등급에서 2B는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과학적 증거가 미약할 때 부여되는 등급입니다.

2B 등급에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쓰이는 물질이 포함되기도 하며, 실질적으로 발암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커피는 1991년에 WHO에서 2B 등급 발암물질로 포함시켰고 이후 후속 연구들을 통해 2016년 제외시켰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대중들은 2A와 2B 등급을 혼동하여 ELF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WHO 기준 발암물질 등급. 연구 결과에 따라 등급은 변경될 수 있음.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이윤실 교수는 "대중은 2등급만을 보고 모든 물질을 동일하게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2A와 2B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민석원 순천향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일부의 인식이 이러한 오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과 표현 방식은 엄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므로 일상적인 판단 기준이나 대중의 정서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과 관련해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에서 벌어지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관련 갈등은 전력설비 전자파 논란에서 기인합니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감일지구에 위치한 동서울변전소의 옥내화와 초고압직류(HVDC) 설비를 추가하려 했지만, 주민들은 전자파 노출로 인한 건강 위험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동서울변전소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까지의 직선 거리는 130m이며, 변전소 내부에서 계측된 전자파는 최대 6mG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7월 9일 감일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가 개최됐으나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일부 주민들은 변전소 증설로 전자파가 증가하여 소아백혈병과 같은 질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남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8월 21일 변전소 증설 계획을 불허하였고, 한전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신청했습니다.

변전소 증설이 전자파로 인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주민들의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와 최신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 필요합니다.

전자파와 관련된 연구 동향과 과학적 평가

국제적으로 ELF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축적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ELF 전자파로 인한 유의미한 위험성은 입증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RAPID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연구는 ELF 전자파가 암이나 소아백혈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부터 ELF 전자파의 인체 영향을 조사해왔으며, 지금까지 ELF 전자파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명확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어 후속 연구가 불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광범위하게 동물실험을 해봐도 ELF 전자파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휴대폰 전자파 역시 ELF와 같은 2B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휴대폰 사용이 장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지지만 이에 따른 인체 건강에 대한 명확한 위해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ELF 전자파와 마찬가지로 발암 가능성은 낮다는 뜻입니다. 전자파의 특성과 거리, 노출 시간 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자파 노출 안전 기준은 833mG로, 국제적 권장 기준인 1000mG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독일의 경우 이 기준이 2000mG로, 한국보다 약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전력설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비교적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에 따라 국가별로 노출 기준이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일지구 변전소 인근 전자파 측정 결과와 일상 전자파 노출 비교

하남 감일지구의 동서울변전소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에서 실제 전자파 측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전자파 강도는 0.2mG 수준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동서울변전소와 멀리 떨어진 다른 아파트 상가에서 측정한 전자파 강도는 1.7mG였습니다.

전력설비 전자파는 60㎐라는 낮은 주파수에 기인하므로 일정 거리 이상에서 급격히 약화되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각종 가전제품들에서 더 높은 세기의 전자파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들에서 나오는 전자파 수준과 비교해보면, 전력설비 전자파의 유해성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는 약 200mG, 헤어드라이어는 약 50~100mG, 진공청소기는 100~200mG의 전자파를 발생시킵니다. 변전소나 765kv 초고압 전력선에서 100m 이상 떨어져서 계측한 측정치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3mG 수준입니다.

게다가 감일지구 동서울변전소에 설치하려는 초고압직류(HVDC) 송전탑과 변환설비는 직류 기반이므로 전자파가 거의 나오지 않고 옥내화를 하면 그나마 절반 정도로 건물 외부로 방출되는 전자파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주거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옥내화된 전력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낮다고 판단됩니다.

대중의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 필요

전력설비 전자파와 관련된 오해와 불신이 커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와 '과장된 우려'입니다.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과학적 정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민석원 순천향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과학적 사실은 연구와 검증을 통해 확인되며, 모든 가설이 무조건적으로 건강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윤실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전자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 정보가 필수적이며, 대중이 이를 접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학계는 대중에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전자파에 대한 오해와 불안을 줄여야 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매년 생활제품별 전자파를 실측하여 결과를 공개합니다.

인체보호기준이 833mG이므로 대부분의 생활제품에서 2~50mG 정도의 전자파는 발생하며,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체와 가까이 두고 사용하며 고주파수 전파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위험성이 더 큽니다. 정부에서도 유아와 임산부는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장합니다.

결론: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이제 그만

전력설비 전자파와 관련된 우려는 과학적 근거 부족과 정보의 왜곡에서 비롯된 오해로 인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력설비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현재까지 미약하며,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력설비 전자파의 강도는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들조차 더 강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기준 설정과 대중의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력설비 전자파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는 직장인.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의 연구를 시민들에게 정리해 제시하고, 가짜뉴스를 가리는 일이 취미다. 현재 에너지 업계 임원으로 종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