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주목한ㄴ 할리우드서 활동하는 한국 배우

영화 'Zi'의 진 하와 미셸 마오를 만나다

7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 'Zi'의 주연 배우 진 하, 미셸 마오와 만나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Zi'는 데뷔작 '콜럼버스'로 주목받은 데 이어, '애프터 양', 애플TV+ '파친코', 영화 '빅 볼드 뷰티풀'을 연출해 한국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코고나다 감독의 신작이다.

뇌종양으로 기억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지(Zi, 미셸 마오)와 함께 하는 엘(헤일리 루 리처든슨), 둘을 따라다니는 민(진 하)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영화는 소멸하는 지의 기억인지 실제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없는 무경계성을 홍콩이라는 배경 속에 아스라이 담았다.

큰 규모와 제작비를 쏟아붓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아닌, 마음 맞는 사람끼리 떠나 영화를 사랑하는 결을 담아 만든 독특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최소 인원을 꾸려 홍콩에서 약 3주에 걸쳐 즉흥성을 더해 촬영한 시스템은 그들의 실험이자 자부심이었다. 진 하는 “배우에게 작품의 소유권을 주는 게 쉽지 않은데 공정하게 대하려는 모먼트를 느꼈다”며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 세상과 만들어간 작품에 크레딧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코고나다 감독 방식을 설명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 7명의 이름 모두를 프로듀서 자격으로 넣었다. 각자의 협력 정신과 인연을 강조했다.

감독과 배우, 감독과 제작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모두가 필름 메이커라는 생각에서다. 할리우드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성에 더 가까워지는 마음을 인지한 사례처럼 보인다. 꾸준한 예술적 사유와 시도를 통해 영감과 성취를 얻는 것이야말로 ‘영화’라는 매체가 10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은 주연 배우 두 명과 영화의 연장선상 같은 영화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적 질문을 주고받은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두 사람 모두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신작 영화 'Zi'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진 하: 감독님과 '파친코'로 인연을 맺었다. 주제 면에서도 그렇지만 팬데믹 때 촬영한 작품이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친분이 쌓여있었다. 이후 LA에서 다른 시리즈를 촬영하다가 감독님과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당시 감독님은 '빅 볼드 뷰티풀'을 끝낸 직후였고 가볍게 독립 영화 구상이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낼 수 있다’고 하셨다. 홍콩이 배경이라고 했고, 예전에 홍콩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니, 시놉시스를 보내 주셨다. 네 페이지 정도 읽고 바로 승낙해 버렸다.

미셸 마오: 영국에서 '브리저튼'촬영 중에 줌으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었고 합류하게 되었다. 그 후 정신없이 잊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감독님이 내주신 숙제(영화 30개)를 보느라 바빴던 기억이 떠오른다. (웃음) '브리저튼'과 'Zi'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브리저튼'은 대자본의 상업 시스템이라 헤어, 의상이 관리되었지만 'Zi'는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서 예뻐 보일 필요가 없었다. 즉 영화라는 뿌리로 돌아가서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고, 상대와 교감하는 경험이었다. (*기자 주: 미셀 마오는 영화 '빅 볼드 뷰티풀'에 출연한 바 있다)

-한국에 '파친코'의 '솔로몬'으로 알려졌다. 배우가 되기로 한 결정적 계기나 영향받은 영화인이 있다면?

진 하: 늘 배우를 꿈꿨지만 불안정해서 망설였지만 꿈을 지지해 준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배우가 될 수 있었다. 두 분 모두 예술적인 재능을 직업적으로 펼치기 어려우셨던 것 같다. 개방적이었던 부모님의 응원 덕분이다.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때는 콜롬비아 대학 휴학 중 한국 청담동에서 영어 유치원 교사로 일할 때였다. 그때 ‘왜 대학을 간 거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당시 어머니와 아침을 먹으면서 전공을 살려, 금융계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어머니께서 ‘금융 쪽에 관심이 있냐’고 물으셨다. 안정성 때문에 선택한다면 불행해질 거라고 말해주셨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었구나’를 깨달았던 계기이기도 하다. 이후 사랑하는 일이 연기로 좁혀졌고, 대학원(뉴욕대)에 지원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학자금 대출도 물론 쌓였는데, 그게 동력이 되어서 연기를 더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다. (웃음) 배우로 10년 정도 활동하면서 좋은 기회를 얻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계로 활동하면서 겪은 비하인드나, 예전과 달리 할리우드 혹은 아시아 커뮤니티의 변화가 실감되나.

진 하: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저는 그 속에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스티븐 연 같은 한국계 배우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15년 전만 해도 커뮤니티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다. 몇 년 사이 한국 문화와 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한국 커뮤니티도 커졌다. 재미교포라는 타이틀도 고유하다.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와 연결되는 장점도 있다.

완벽한 한국인도 완벽한 미국인도 아닌 어딘가의 경계에 서 있는 경험이다. 스티븐 연이 '버닝'으로 한국에 돌아와 아름다운 작품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 예술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재미교포가 한국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나, 저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게 되어 감사하고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4의 펜우드 가문 장녀 '로자몬드 리'를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혹은 부산에 온 소감과 'Zi'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짧게 들려준다면.

미셸 마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이 묘한 분기점이 되어주는 것 같다. 이번이 2016년 방문 후 두 번째 방문인데, 10년 전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갈 시점이었다.

그 사이 '브리저튼'이 공개되면서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주인공이 한국계(소피 백)이다 보니, 제가 오긴 쉽지 않았다. 한국 시청자분들이 '브리저튼'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긴 하다. (웃음) 'Zi'가 연말에 미국에서 개봉하는데 이번에 한국에 왔으니 특별한 전환점이 될 것 같아 기대 중이다.

-제작자와 배우의 포지션의 균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진 하: 제작자와 배우의 포지션이 부딪히는 상황은 없었다. 모두가 공동 제작자의 크레딧을 가져갔기 때문인 것 같다. 상하 관계를 없애니까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제작자이자 배우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주체성이 커지게 된다.

캐릭터 ‘민’의 메이크업, 의상에도 의견을 내기도 하고, 시나리오 작가 역할도 맡았다. 프로듀서(제작자) 타이틀은 배우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좋은 경험이다. 연기라는 구조에 갇힌 배우의 한정성을 뛰어넘게 한다. 이번 기회에 넓게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소 인원으로 3주 동안 현장의 즉흥성을 살린 제작 방식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진 하: 초기 몇 테이크는 즉흥적이었지만 대본이 있긴 했다. 대본에 따라 재촬영도 했었고 모든 연기가 즉흥은 아니었다. 제가 연극 경험이 있어서 길에서 연극을 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느낌을 받았다. 연극은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서 캐릭터에 몰입해야 하는데, 'Zi'는 이동하면서도 언제 촬영할지 몰라 늘 캐릭터에 몰입해야 했다. 한 가지 예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장면을 카메라 감독 한 분과 원 테이크로 한 시간 동안 찍었다. 이런 방법을 두세 번 반복하다 보니 늘 저보다는 캐릭터로 있어야만 했다.

미셸 마오: 영화를 고안하고 캐릭터를 형성할 때, 배우의 개인 배경을 참고하신 것 같다. 이 사람들과 작업했기 때문에 3주 동안 촬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 끈끈한 케미와 연대감이 생겼고, 깊은 신뢰도 기억 남는다.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를 잘 캐치해서 담아 주셨다. 감독님과 직접 대화해 보면 알겠지만 질문이 많으셨다. 현장을 즉흥적으로 설계해 놓고 배우를 믿고 운전대를 맡겨 주셨다.‘지’라는 캐릭터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다른 캐릭터의 관점을 유념하고 집중하면서 연기에 녹여 냈고, 어떻게든 연기하면 편집에서 마무리되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편집된 영화를 보니 놀라웠다. 현장에서 연기했을 때와 편집으로 만들어진 의미의 차이를 배울 수 있었다. 대형 작품에서는 통상 바스트 컷, 미디엄, 와이드 컷 등 한 시퀀스를 30여 테이크로 가고 다양한 각도를 요구한다. 어떤 컷이 활용되는지 배우는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반면 'Zi'는 한두 테이크밖에 가지 않았다. 배우로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고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끝으로 영화 'Zi'를 보실 분들을 위해 주제나 감상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면.

미셸 마오: 영화 'Zi'에는 나의 시간과 현실이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슬픔을 전한다. 성 정체성, 정신적 문제(우울, 불안) , 이민자의 슬픔 담겼다. 슬픈 생각에 빠져 있을 때나 누군가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은 돌아가는데. 'Zi'는 세상과 자신의 시간의 어긋남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며, 상실의 아픔도 전한다.

진 하: 'Zi'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립감이나 외로움도 느낄 수 있다. LA처럼 아시아인이 많은 지역에서 자란 분도 계시겠지만 백인 중심 지역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자란 경험을 가진 분도 많다. 저도 물론 외로운 순간이 많았다. 성인이 되면서 여러 경험을 한 아시아인을 만나면서 대리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밀양 분이시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는 배우다. 하지만 근원(뿌리)은 한국이고 항상 돌아오고 싶은 마음과 친숙함이 있다. 이런 경험은 영화 'Zi'가 전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Zi'는 이런 슬픔을 주요 테마로 다룬다. 소수성과 디아스포라적 감정의 아이러니가 오히려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치로 활용된다고 생각한다.

글: 장혜령 기자
사진: 엣나인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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