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0만원이하 연체… 취약계층 원금 전액감면”
“내수 회복에 박차 가할 것”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1차 투자 활성화 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내수 각 ‘부문별 맞춤형 처방’을 통해 내수 회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
금융위원회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 이후에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금융 지원, 채무 조정 등의 대책을 추가로 마련했다.
특히 채무 원금이 500만 원 이하의 소액인 경우에는 상환 유예기간(1년)이 지나도 빚을 갚지 못하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데 이보다 더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원금을 100% 탕감하는 대책을 꺼낸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정책이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돈을 빌리고 안 갚는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소액 채무자의 채무 면제는 외부 전문가 심사, 금융기관 동의 등을 거쳐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중국 등 해외에서 시멘트를 수입하고 천연 골재를 채취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발표했다. 주요 건설 자재인 레미콘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멘트와 골재 가격을 안정화해 공사비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취약계층 채무 감면, 소상공인엔 11조 추가공급… 年 8만명 혜택
서민-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
자영업자 재창업 ‘디지털 전환’ 지원
중기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채무조정 신청자는 9만6000건으로, 현재 추세대로면 카드 부실 사태 직후였던 2004년(28만7000건), 2005년(19만4000건)에 이어 약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빚 상환을 포기한 채 한계상황에 내몰린 서민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정책금융에 대한 상환 유예 대상을 확대하고 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현재는 정책금융 이용자가 실직, 폐업 등의 사유로 상환 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1년까지 상환 유예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상환 여력이 있는데 일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도 이 같은 상환 유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금난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2022년 7월 발표한 자영업자 맞춤형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1조2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수요가 꾸준한 만큼 연말까지 11조1000억 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한다. 폐업 후 재창업하는 자영업자에 대해 금리, 보증료율 등 자금 지원을 우대하기로 했으며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시스템, 상점 스마트화 등과 같은 ‘디지털 전환’을 돕는 데 신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편성했다.
이 밖에 소비 회복을 위한 대책들도 여럿 내놨다. 우선 11월부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늘려 2자녀와 3자녀 가구에 각각 100만 원, 200만 원을 주고, 4자녀 이상인 경우는 300만 원을 준다.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 선물 가액도 ‘상시 30만 원’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평상시에는 15만 원이고, 명절에는 30만 원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내년까지 추가로 1년 연장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투자 금액에 대해 최대 10%를 추가로 세액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날 대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원금 전액 감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괄적인 형태의 소액채무 전액 감면은 불가피하게 도덕적 해이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들의 대출금 용처를 고려해 감면율에 차등을 두는 식으로 세부적인 접근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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