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상반기 평가]① 삼성생명 성장성·수익성 '양호'…생보업계 1위 자신감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과 홍원학 대표/ 그래픽=박진화 기자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올해 상반기 종합 평가를 '양호'로 진단했다. 성장성과 수익성부문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2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데 이어 지난 2018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10만원을 넘겼다. 이후 9만원과 10만원을 오가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 최저가인 6만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21일 현재 주요 증권사의 삼성생명 관련 투자 의견은 'BUY(매수)'에 몰리고 있다. 실적이 올해 상반기 시장 컨센서스(예측)를 상회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영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4개 증권사의 삼성생명에 관한 평균 목표주가는 11만5000원이다. 이는 올해 초 대비 약 40% 이상 상승한 현 주가(21일 종가 기준 9만7000원)에 비해서도 15% 이상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에 해당한다.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목표…자사주 소각은 '아직'

주주환원 정책 부문 '양호'. 삼성생명은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내걸며 글로벌 선진 보험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 구체적인 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확정된 후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증권가는 시장 관심사인 밸류업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목표 주주환원율 달성시기를 3~4년 내라고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삼성생명의 이익 증가율이 19%로 예상된다"며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추후 연 4%p의 성향 확대를 가정하면 오는 2027년이면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주주환원율을 너무 높게 잡은 점에 대해 우려스러운 반응도 있었다. 보험사가 잉여금이 남았을 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주주환원책이 오히려 투자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염려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저물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정한 사회에 접어들면 운용력이 뛰어난 인력을 확충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주환원책과 투자는 양날의 검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시가배당률은 5.1%, 주당배당금은 3700원을 기록했다. 주주환원율은 35.1%로 집계됐다. 주당 배당금은 2020년 2500원,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000원이었다. 올해는 배당률을 높여 배당금을 더 많이 책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생보업계 유일 CSM 10조 클럽…전속채널 '마이웨이'

성장성 부문 '양호'. 삼성생명은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속 판매채널 조직을 보유한다. 보험판매시장은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커지며 제조와 판매를 분리할 목적으로 자회사형 GA를 신설하는 보험사가 늘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FC)와 전속대리점을 합해 3만명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생명보험사 빅3(삼성·교보·한화생명)만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교보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약 1만3000명이며, 한화생명은 이미 제판분리를 단행해 전속 설계사가 없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속 채널이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의 72.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타채널 대비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유지율 지표도 높게 측정되는 만큼 판매채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전속 채널에서의 판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 니즈에 대응하는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는 배타적사용권 신청에도 적극 나섰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배타적사용권 신청 6건 중 4건이 삼성생명 상품이다.

주요 생명보험사 CSM 지표, 각사 경영공시 자료에서 발췌/ 그래픽=박진화 기자

삼성생명은 미래 수익 창출 여부를 알리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6월 말 기준 12조6975억원을 확보하며 생보사 중 유일하게 10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말부터 CSM 확보에 유리한 건강보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결과다.

2분기 누적 신계약CSM은 1조6461억원을 확보, 분기 평균 8000억원을 상회했다. 이 역시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3개 분기 연속 CSM배수는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평준화에 수렴해 CSM배수의 증가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삼성생명은 대신 판매량을 늘려 CSM잔액이 타사 대비 높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보험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계약마진(CSM)='Contractual Service Margin'의 약자로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현재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 나타낸 지표다. 보험 기간에 일정 비율로 상각처리해 보험 서비스 수익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된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홍원학표 자산운용 드라이브…고공실적 시현

수익성 부문 '우수'. 올해 초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가장 첫 번째 과제로 자산운용 실적 증대를 언급했다. 지난해 이 분야의 실적 부진이 당기순익에도 영향을 미쳤던 점을 의식한 행보다.

지난해 말 기준 빅3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을 비교해보면 삼성생명은 3.12%로 한화생명(3.36%)과 교보생명(3.44%)보다 낮았다. 그러나 홍 대표 부임 이후 1분기에 운용자산이익률 측면에서 교보생명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2분기에도 1분기보다 높은 3.3%를 기록한데 이어 규모를 3조6460억원까지 늘리며 양과 질 모두 잡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

홍 대표는 앞서 삼성화재 수장으로 있을 당시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성과가 있다. 당시에도 자산운용부문의 성장이 순익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자산운용부문 등 투자수익을 극대화해 상반기 순이익 1조368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40.5% 성장을 이뤄냈다. 여기에는 같은기간 약 6170억원 순증한 투자수익이 큰 영향을 미쳤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금을 적시적소에 지불할 수 있는 역량은 운용수익에서 비롯한다"며 "홍 대표 부임 이후 자산운용을 중요시하는 방향성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상반기 실적을 두고 생보업계 초격차를 굳건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가운데, 삼성생명만이 20%대의 상승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주요 생보사 중 2분기말 기준 CSM이 5% 이상 순증한 곳도 삼성생명뿐이다. 비록 삼성생명도 전년동기대비 누적 신계약CSM이 일정부분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와 격차가 크다.

자본적정성 부문 '우수'. 삼성생명이 예상하는 상반기 지급여력비율(K-ICS)은 200~210% 수준이다. K-ICS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보험 시장 신용 운용 일반 등 리스크량)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는 직전 분기(213%)와 전년 말(219%)에 비하면 소폭 하락했다. CSM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며 지급여력금액이 증가했음에도 금리하락과 기초가정리스크 도입에 따른 지급여력기준금액도 덩달아 증가한 영향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권고한 150%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양호한 건전성 수준을 유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ICS비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돌고 있다"며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경영방식을 고수하면 자본적정성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 = △수익성 △성장성 △자본적정성 △주주 환원책 4개 항목을 평가했습니다. 학계와 시장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방식입니다.

박준한 기자